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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공이산, 이제 백만이산 천만이산이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5. 2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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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공이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이 만든 '민주주의 2.0' 등 인터넷에 글을 쓸 때 사용하던 아이디.
두말할 나위 없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를 본 뜬 아이디다.

나는 '노무현'을 부르는 말 가운데 '바보 노무현'보다, '노짱'보다, '노공이산'이라는 말이 더 좋다. 이 말에는 인간 노무현 특유의 낙천적이고 낙관적인 그의 인생철학이 담겨 있다.

남이 보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지만 묵묵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함으로써 기어이 자신의 힘으로 산을 옮기고야 만 우공처럼, 노무현 대통령 또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반드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노공이산'에 담았을테다.

그가 이루려 했던 꿈은 다름 아닌 '사람사는 세상'.
대통령에서 퇴임하고 나서도 그는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농민들과 함께 땀흘리고,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연구했다.

그런데 '노공' 노무현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고 말았다.
노무현이 없으니, 이제 노무현이 꿈꾸었던 '사람사는 세상'은 물거품이 된 걸까?

아니다.
노무현은 죽었지만, 다시 살아났다. 대한민국에 사는 수만, 수십만, 수백만, 아니 수천만의 사람들 가슴 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그제 정동길을 꽉 매운 사람들의 행렬을 보며, 모여서 토론하고, 모여서 노래하고, 모여서 분노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또 그들이 밝힌 촛불을 보며 '노공이산'의 꿈이 다시 살아났음을 분명히 깨달았다.

영결식을 하루 앞 둔 오늘, 덕수궁 대한문에서부터 돌담길, 정동길을 지나 저멀리 서대문까지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을 보며, 또 그 반대길로 다시 그만큼 늘어선 사람들을 보며, '노공이산'의 꿈이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5월 28일 저녁 덕수궁 대한문 앞.(출처-오마이뉴스)

'노공'은 갔지만, '노공'이 이루고자 했던 꿈은 '또 다른 노공'들에게서 현실이 될 것이다. 아니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경찰버스 차벽과 전경들의 방패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자유로운 질서를 '또 다른 노공'들은 봉하에서, 대한문에서, 정동에서, 전국 곳곳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고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슬퍼하고 분노하고 토론하고 노래부르고 행동하며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고 있다. 노무현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만든 모든 곳은 이미 '사람사는 세상'이 되었다.

'노공이산'은 이제 '백만이산(百萬移山)', 아니 '천만이산(千萬移山)'이 되었다.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은,
그저 봉하에서만의, 대한문에서만의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라,
일주일이 지나면 마치 헛꿈처럼 사라지고 말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곳을, 영원토록 '사람사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이미 산을 옮기기 시작했다.

(출처-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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