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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보다 톈안먼 광장이 더 소중한 조선일보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6. 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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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이 경찰버스와 경찰병력에 의해 원천봉쇄 당하는 등 한국 사회에서 집회·시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되고 억압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기 이를 데 없었던 조선일보가 '톈안문 사태 20주년'을 맞아 중국 정부가 '톈안먼 광장'을 통제하는 등 '반체제 활동'을 봉쇄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삼고 나섰다.

6월 4일 조선일보 16면

오늘(6월 4일) 조선일보 16면(국제면)에는 <오늘 '톈안먼' 20주년... 중, 인터넷 틀어막아>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고, 그 아래에는 "사진 찍지 마시오"라는 제목으로 "중국 당국은 톈안먼 시위사태 20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트위터와 핫메일 등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고 톈안먼 광장 진입을 통제했다"는 캡션이 달린 사진이 게재됐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20년 전 '톈안먼 사태' 지도자들이 최근 중국의 반체제인사 정치탄압과 인권 등을 문제 삼으며 벌이고 있는 활동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 속속들이 전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중국 당국의 통제 실상을 다음과 같이 상세히 다뤘다.

중국의 TV와 라디오, 신문 등은 톈안문 사태 20주년 관련 뉴스를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2일부터는 '트위터'의 블로그 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빙'과 '핫메일' 서비스가 차단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티베트 독립 기념일이 임박하면서부터는 야후의 사진공유 사이트 '플리커(Flickr)'를 비롯해 '워드프레스(Wordpress)', '블로거(Blogger)', 구글과 유튜브의 동영상 서비스도 차단됐다.
인터넷을 통한 소통 수단들이 줄줄이 끊어진 것이다. 홍콩의 '인권민주주의정보센터(ICHRD)'는 "중국 당국이 최근까지 각 대학과 주요 인터넷 사이트 6000여개를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중국의 검색 엔진인 '바이두(百度)'에서조차 '톈안먼 사태'를 치면 '위법 콘텐츠'라는 설명만 뜨고 관련 내용은 검색할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의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이런 지적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중국 당국의 광장 봉쇄와 인터넷 봉쇄 등을 문제 삼아 지적하는 것은 참으로 역겹기 그지 없다. 정말 얼마나 얼굴이 두꺼워야 태연하게 이런 보도를 할 수 있을까?

서울광장쪽으로 가는 길은 경찰병력으로 막아놓고, 시민들을 강제로 지하철 통로를 이용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활동가가 1인시위를 하는 모습

나는 조선일보가 경찰의 서울광장 봉쇄를 문제 삼는 것을 보지 못했다. 서울광장이 막혀 어쩔 수 없이 덕수궁 앞을 밝힌 촛불을 두고 '화재'를 염려하며 질타했던 게 조선일보였다. (관련글 : http://www.mediawho.net/376)

이미 몇 달 전에 청계광장의 사용허가를 받아 개막을 앞둔 인권영화제에 서울시가 돌연 허가를 취소한 것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모르쇠다.

인터넷 봉쇄도 마찬가지.
지난 4월 구글이 한국의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거부한 것에 대해 중국에서의 구글 조치를 비교하며 구글을 맹비난했던 게 조선일보 아닌가.(관련글 : "구글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조선일보, 계속되는 보수신문의 악의적 '구글 까')

저번에도 한 차례 언급한 적이 있지만, 조선일보는 세종로 사거리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조선일보 직원이라면 출퇴근길 등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청계광장과 서울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경찰버스를 볼 수 있다.

위 파란원은 동아일보 사옥, 중간 파란원은 조선일보 소유의 코리아나호텔, 아래 파란원은 조선일보 사옥. 형광색 선은 어제까지 경찰이 버스로 봉쇄했던 청계광장과 서울광장.

광장을 장악하고 길을 막아 통행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드는 대한민국 정부와 경찰의 조치는, 지금 톈안먼 광장을 통제하는 중국 당국의 조치보다 훨씬 심하다.

적어도 중국은 버스를 이용해 사람들이 아예 광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진 않다. 두 눈 뜨고 그걸 매일마다 지켜보면서도, 눈 앞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현실은 외면하면서 중국에게 뭐라 하나?

정말 역겹다. 진저리나도록 역겹고, 또 역겹다.
조선일보 직원들은 제발 <PD수첩> 보고 좀 배워라.

덧) 아래의 사진을 게재한 중앙일보 또한 마찬가지다.

6월 4일 중앙일보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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