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조선일보 북 미사일 보도, 편집 시스템 망가졌나?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7. 6. 12:42

본문

7월 4일 북한이 7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언론들은 저마다 그 의도와 파급력을 분석하며 적지 않은 기사를 쏟아냈다.
그 중, 조선일보의 분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선일보는 7월 5일자 1면에서 <생뚱맞은 미사일 7발… 북 시스템 망가졌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제목부터 과히 자극적이고,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7월 7일 조선일보 1면

"생뚱맞은 미사일"이라고 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는 "결론부터 말해 이번 미사일 발사는 예전의 도발 사례와 비교할 때 '맥락도 없고 메시지도 불분명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춘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였다면, 미국을 사정거리에 두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는데 정작 북한이 내놓은 '상품'은 중·단거리 미사일이었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백안관과 국무부가 24시간이 넘도록 공식 반응이 없는 것 자체가 작전 실패를 말해주는 것"이라는 '관측'도 덧붙였다.

관련기사에서도 조선일보는 "바깥세상이 돌아가는 것과는 무관하게 이뤄지는 듯한 느낌을 주고 메시지도 분명하지 않다", "대미관계에서 북한의 도발이 '적절한 촉매'가 아닌 '자충수'가 되고 있는 것", "모두 미국이 사정권이 아니어서 외교적으로 메시지가 뚜렷하지 않은 것들로 평가" 등 오로지 북한이 미국을 사정권으로 두는 장거리 미사일(ICBM 등)을 발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분석했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후계 작업 과정에서 군부의 입김이 강해졌"기 때문이라 분석하며 최근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는 '후계문제'를 끌어다 붙였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생뚱맞다"고 한 조선일보의 이러한 분석이 오히려 생뚱맞다.

7월 7일 한겨레 기사

한겨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춘 무더기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다만 이번엔 파장이 큰 장거리 미사일이 아닌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한 '저강도' 긴장 고조 조처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남한과 일본을 사거리로 한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일엔 '현실적 위협'"이라며 "북한이 이번 무더기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도 '무력시위를 통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북한의 시각에서 볼 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매특허인 '미사일 정치'의 재연"이라며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D-데이를 맞춘 시기 선택부터 예사롭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도의 대북 봉쇄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무력과시용 불꽃놀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라고도 했다.

7월 7일 동아일보 기사

동아일보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분간 ICBM 발사를 '마지막 카드'로 남겨 둘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은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의 진행상황을 봐 가며 최적의 시기를 골라 추가 핵실험과 연계해 ICBM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조선일보를 제외한 대다수 신문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생뚱맞다"는 따위의 분석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 조선일보는 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은 것일까?
모르겠다.
북한의 아주 사소한 '도발'에도 흥분해 '안보위협'을 떠들어대고 온갖 비난을 퍼부어댔던 조선일보의 그간 행적에 비춰봐도 조선일보의 이 같은 분석은 생뚱맞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유추해보자면, '북한 니네가 그 정도 발악은 아무리 해도 소용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겠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강경제재에 힘입어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정도는 '생뚱맞은 짓'으로 치부할만큼의 자신감과 아량이 생긴 것이다.

만약 북한이 ICBM 정도를 발사했다면 '그래, 그 정도 되어야 생뚱맞지 않지'라며 조선일보다운 호들갑을 떨었을까? 그렇다면 조선일보의 이런 기사는 대놓고 'ICBM 정도를 발사해야 관심을 끌 수 있다'며 북한의 더 심각한 도발을 부추기는 꼴이 되는 게 아닌가?

어쨌거나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두고 "생뚱맞다"고한 조선일보의 1면 기사는 조선일보의 사설과 비교해서도 당장 '생뚱맞은 분석'이 되고 만다.

7월 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오늘 사설 <북이 갈 데까지 가고 난 다음 상황 대비하고 있나>에서 "북한이 4일 하루 동안 7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국 독립 기념일에 맞춰 자신들의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에 맞선 북한이 "한국과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미사일 발사 능력을 과시하고 나선 셈"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은 최근 실시된 일련의 미사일 발사를 통해 상당한 성능 개량에 성공했고, 마음만 먹으면 한국의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정확성까지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북한이 남한에 대한 국지적 군사도발이나 3차 핵실험을 다음 카드로 꺼내 들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이런 분석이라야 '조선일보다운' 것이다. 그래서 오늘 1면에서는 미사일 발사를 "생뚱맞다"고 한 조선일보의 분석이 더욱 생뚱맞은 것이다.

1면 기사의 분석과 사설의 분석이 다른 신문, 조선일보야말로 편집국 시스템이 망가졌나?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