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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전쟁상황일 수록 호황을 누린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7. 6. 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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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은 전쟁상황일 수록 호황을 누린다" 

김환균 PD연합회 회장, "북핵실험보다 언론보도가 더 위험"


  제20대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회장 김환균.
  
  그는 금강산에서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이하 PD연합회) 회장에 당선되었다. 지난 8월 10일 금강산 외금강호텔에서 개최된 PD연합회 전국운영위원회에서 투표를 진행했고, 제20대 PD연합회 회장이 된 것.
  
  아마 남쪽 각계각층의 다양한 단체들 가운데 PD연합회 외에는 대표자를 북쪽 땅에서 뽑은 곳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PD연합회는 남북 사이에 긴장을 완화시키고,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얼마 전 금강산에서 해방 이후 최초로 개최된 남북언론인대토론회에도 PD연합회는 주도적으로 참석한 바 있으며, 지난 199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와 함께 “남과 북의 평화공존과 민족동질성 회복에 힘쓰며, 민족공동의 이익을 증진하고 궁극적으로 남과 북이 단결하여 자주적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도록 노력한다”는 공동의 보도·제작 규범을 마련하기도 했다.
  
  김환균 회장은 현업 PD로 있을 때 누구보다 그 보도·제작 규범을 실천하기 위해 애쓴 언론인이었다. MBC의 시사프로그램 PD인 그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주도적으로 제작했으며, ‘미국’ 10부작도 제작했고, 지난 해에는 <광복60주년 특별기획-천황의 나라 일본> 5부작을 제작했다.
  
  

△김환균 PD연합회 회장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그런 김환균 회장은 요즘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구한말 상황과 너무 유사하다”고 우려했다.
  
  북핵실험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인 입장은,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는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명히 전제하면서 “북핵실험으로 비핵지대화가 흐트러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본의 핵무장에 빌미를 준 것을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이미 90일 안에 몇 십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준핵보유국’이나 마찬가지인 일본이 그 동안은 그나마 쉬쉬하면서 그것을 진행해왔는데, 북핵실험 이후 일본 내에서도 핵무장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굉장히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갔다고 여겨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북핵실험보다 일본의 핵무장에 대한 우려보다 더욱 위험하게 다가오는 것이 이른바 메이저언론의 보도라고 했다.
  
  “사람들은 흔히 언론이 전쟁의 위험을 감시하고 제거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언론의 역사는 사실 그 반대다. 언론은 상당히 많은 사례에 있어 전쟁을 부추겼다. 전쟁이 고조되면, 사람들은 정보에 목말라하고, 정보에 목말라한다는 것은 신문의 판매부수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전쟁일수록 2가지 호황산업이 있는데, 그것은 언론과 군수산업이다.”
  
  김 회장은 전쟁이 일어날수록 호황을 누리는 언론의 역사와 관련해 한 가지 설득력 있는 사례를 들려주었다. 1895년 미국과 스페인 사이에 벌어진 ‘미-스전쟁’이다. 쿠바 아바나항에 정박 중이던 미군 함정 메인호가 폭발하면서 침몰해 미국인 260여명이 죽은 뒤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다름 아니라 당시 황색저널리즘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퓰리처(퓰리처상의 바로 그 퓰리처다)의 <뉴욕 월드>와 월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뉴욕 저널>이 메인호 침몰이 스페인의 짓으로 몰아붙이며 “쿠바에 있는 미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은 전쟁을 일으켜야 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10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 메인호 침몰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미 해군성의 공식입장 자체가 ‘모른다’라고 한다.
  
  김 회장은 ‘미-스전쟁’과 비슷한 상황이 우리에게도 있었다며 1999년 서해교전을 이야기했다. 꽃게철 NLL을 넘어 온 북한 어선과 경비정을 두고 ‘영해 침범’ 운운했는데, 김대중 정부에서는 초기 ‘NLL의 효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메이저신문들이 ‘주권포기’ 등으로 몰아붙이면서 박치기 작전을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김환균 PD연합회 회장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굉장히 아찔한 일이었다. 조중동이 전쟁을 하라고 부추긴 것이다. 하지만 NLL은 우리가 그은 임의의 해상분계선일 뿐이다. 어떤 자료를 보더라도 남과 북이 그것을 합의한 적이 없다. 이밖에도 언론들이 위기상황을 즐기면서 전쟁을 부추긴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례들이 증명한다.”
  
  그리고 그는 “이번 북핵실험 보도를 보면서도 ‘또 몰아가는구나’라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라는 생각으로 PD연합회 기관지 에 칼럼을 써 “우리는 다시 한 번 메인호를 기억해야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고 냉정해야 될 필요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환균 회장은 미국 중간선거 패배 뒤 부시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 ‘남북미 3국 정상이 모여 함께 종전을 서명하자’는 등의 제안과 관련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엄밀하게 우리는 휴전상태지만 사람들은 지금이 전쟁 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종전을 선언하는 게 지금과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부시가 그 말을 통해서 북의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려했다면 더욱 분명하게 말했어야 했다. 부시가 굳이 에둘러 이야기한 것은 한 구석에 여전히 북한에 대한 체제변화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부시의 말들이 숨고르기를 하는 것이지, 절대 북한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고 본다.”
  
  김 회장은 “부시는 기독교근본주의자”라며 2002년 부시의 이른바 ‘악의 축’ 발언에 대해 기독교근본주의를 이해하지 않으면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영어로 이블(evil)이라는 건 곧 사탄이고 ‘하나님’과 반대되는 개념이며 사탄은 결코 ‘하나님’과 양립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곧 사탄이라는 것은 반성하면 함께 할 수 있는 존재 정도가 아니라 사라져야 될 존재라는 것.
  
  김 회장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믿지 않았다.
  
  “클린턴 민주당 정부일 때 1994년 전쟁위기가 있지 않았나. 그때는 우리 정부가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전쟁이 나는 상황이었다.”
  
  김 회장은 그 동안 PD로서 많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동안 “20세기 이후 한국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미국이라는 존재만으로 엄청난 그림자와 어두움을 드리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제작할 때 ‘미국을 파헤쳐보자’라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음에도 “많은 사건들이 파고 들어가다 보면 마지막에 미국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다룬 방송 중 민족일보와 조용수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정희가 민족일보를 폐간하고 젊은 언론사 사장을 사형시킨 그 사건이 표면적으로 무지막지한 군부권력이 언론을 탄압한 전형적인 사례지만, 미국이 개입되었다는 것.
  
  “당시 미국은 아시아에서 공산혁명이 계속 번져나가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리고 민족주의는 맑시즘과 바로 통한다고 봤다. 5.16 쿠데타 이후 미국은 이것이 적색혁명인가를 의심했다. 남로당 활동을 한 박정희는 충분히 그런 의심을 받을 만 했고. 따라서 박정희는 자신에 대한 미국의 의심을 불식시켜야 했는데,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이석재 법사위원장이 박정희에게 미국의 의심을 풀려면 좌익을 다 잡아들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박정희는 이에 따라 혁신계 인사들을 샅샅이 검거했고, 조용수 사장을 사형시키기까지 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처럼 어두운 그림자로 존재하는 미국이지만, 미국에게 우리 한반도는 어떨까. 김 회장은 “없어져도 되는 나라지만, 적국이 가지면 섭섭하거나, 위협이 되는 나라”라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밴 플리트 장군이 이런 말을 했다. ‘한반도는 우리에게 은혜의 땅이었다’고. 그 말의 의미는 온갖 신무기를 다 써볼 수 있었다는 거다. 미국은 한반도와 같은 산악지형에 대한 전투경험이 거의 없었다. 무기도 광범위한 지형에 때려 붙은 형태였다. 원자폭탄을 당시 쓰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순전히 군사적인 측면에서 한국처럼 산악이 많은 지형에서 원자폭탄이 효과가 있을 것인지, 없을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미국은 전술핵무기를 만들었는데, 이는 한반도 지형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김환균 PD연합회 회장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김 회장은 이런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것과 관련해 “아무리 생각해도 설득력 있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반도를 지키겠다면 “한반도 내에 있건, 밖에 있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때 미군재배치와 관련해 ‘인계철선론’이 나온 것에 대해 “우리의 대미종속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그렇게 강조하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믿는다면 미국이 어디 있든 상관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미국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소파협정이나 주둔지원비용 등에서 “막대한 차별적 지위를 얻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밖에 김 회장은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와 관련해 “뇌관이 될 수 있다”며 “국제사회는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켜놓자는 걸로 나오는데, 그럼 북이 선택할 게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서로 설득해나가야 되는 데 강제적인 수단으로 제재하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PD들은 결국 꿈을 꾸는 사람들”이라며 “그 꿈은 백일몽이 아니라 불모지에서 숲이 우거지는 꿈을 꾸는 것처럼 현실에서 부족한 것을 느끼기에 꿈을 꾼다”고 말했다. 곧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가장 필요한 것은 “평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평화 정착을 위해 비핵지대화같은 커다란 정치적 군사적 지향이 있겠지만 세세하게 작은 단위에서부터의 교류를 하면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PD들의 꿈이 메워 나가야 될 것”이라고 스스로의 역할을 다짐했다.

(이 글은 2006년 12월 15일에 쓴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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