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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선일보도 안하는 짓을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8. 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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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3) 중앙일보 1면에 <"장외투쟁으로 재선거 대비하고 언소주와 연대">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8월 3일 중앙일보 1면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어제 민주당 내부문건을 입수해 재선거 관련 내용과 언소주 등 인터넷 동호회와 시민단체들과의 연대 필요성 언급이 담겨 있는 부분을 공개하며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사전선거운동 차원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한 것을 1면에다 실은 것이다.

중앙일보는 "미디어법 무효화 투재을 10월 재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연계하는 내용을 담은 민주당의 문건이 공개됐다""특히 이 문건은 중앙·조선·동아일보에 광고를 한 기업을 상대로 불매 운동을 벌여 재판을 받고 있는 언소주와의 연대 투쟁까지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거의 일방적으로 한나라당의 주장에 비중을 실어 보도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1면에 게재한 데 그친 것이 아니라 10면에다 "민주당 문건으로 빚어진 논란들"이라는 제목의 표까지 덧붙여진 관련 기사 또한 크게 실었다. 중앙일보 10면 기사의 제목은 <한나라 "민주당, 미디어법 핑계로 사전선거운동" / 민주당 "한나라 민생 탐방도 사전선거운동 해당">이다. 표와 제목은 한나라당의 주장과 민주당의 주장이 나눠져 있지만 기사 내용은 역시 한나라당의 주장을 전달하는 데 매우 충실했다.

8월 3일 중앙일보 10면 기사. 기사 제목도 저질이다. "한나라 민생 탐방도 사전선거운동 해당"된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미디어법 장외투쟁이 사전선거운동일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게 제목을 이렇게 뽑아놓으면 민주당이 마치 '그래 우리 사전선거운동했다, 근데 니들도 했잖아'라고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입수한 문건의 내용은 세부적인 내용까지 상세히 소개하면서, 이 문건을 두고 '채택되지 않은 아이디어 차원의 문건'이라고 반박한 민주당의 주장은 형식적으로 끼워넣어진 수준에 불과했다. 물론 한나라당의 주장이 중요한 내용이라면 당연히 비중을 실어 중요하게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장광근 사무총장이 공개한 문건의 내용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몇가지로 나눠서 한 번 살펴보자.

첫째, 다른 신문과 비교해보자. 장광근 사무총장이 공개한 민주당 내부문건 관련 내용을 1면에 게재한 신문은 9개 조간신문 가운데 중앙일보가 유일했다. 기사 내용에 있어 중앙일보와 거의 유사한 톤으로 한나라당의 주장에 비중을 실어 보도한 동아일보도 1면에까지 기사를 싣지는 않았다. 특히 조선일보는 아예 장광근이 공개한 내용을 아예 다루지조차 않았다. 중앙일보가 어느 정도까지 오버한 것인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둘째, 장광근이 공개한 내용은 1면에도 싣고, 표까지 덧붙여 설명할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 정당은 선거를 위해 존재한다고봐도 무방하다. 정당 활동의 대부분은 선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 여기저기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의 행보가 과연 차기 대선과 무관한가? 즉, 정당 내부 문건에서 곧 있을 선거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것도 지금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언론악법 장외투쟁 관련 문건이라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그 문건을 근거로 "사전선거운동"이라고 한다? 장광근이 정치초보가 아닌 이상 민주당에 대한 정치공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셋째, 언소주 등과의 연대 또한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언소주가 무슨 이적단체라도 되나? 수만명의 시민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언소주 같은 곳을 연대의 대상으로 삼는 것 또한 대중정당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특히 언소주가 '광고불매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아니라 조중동 등 수구족벌신문의 악행에 맞선 언론개혁을 목표로 하는 단체인만큼 언론악법 저지 투쟁을 하는 민주당의 연대 대상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8월 3일 경향신문 2면. 국회 내에서의 부정투표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다뤄야 정상이 아닐까.

이 정도로 분명한 사안이기에 장광근의 주장은 언론에서 별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어제 정치권에서 공개된 내용 가운데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공개한 한나라당의 부정투표 증거 동영상이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민주당이 공개한 동영상을 먼저 다룬 뒤 그나마 형평성 차원에서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사전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는 식으로 다루는 게 마땅한 소재인 것이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는 너무 드러내놓고 한나라당의 무분별한 정치공세의 확성기 노릇을 자임했다. 3류 포르노를 보듯 너무 노골적이고, 그래서 너무 아마추어같다.
동아일보도 기사의 톤은 중앙일보와 거의 판박이처럼 비슷한 데, 이번에는 중앙일보가 여러 발 더 나갔다. 그동안 조중동 가운데 제일 수준낮은 집단이 동아일보인줄 알았는데, 미디어법 통과 이후 중앙일보가 치고 올라오는 속도가 매서울 지경이다. 아무래도 중앙일보 기자들이 동아일보 기자들보다 수준이 떨어지고 있나보다.

8월 3일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를 보라. 장광근의 주장 따위는 아예 언급도 않고 민주당의 '동영상 공개'를 살짝 다루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안처럼 몰아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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