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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방북, 조중동은 '닭 쫓던 개'나 마찬가지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8. 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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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제재와 강경대응 등 악순환의 늪에 빠져 긴장이 높아져가던 북미관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만 하다. 클린턴의 이번 방북은 94년 당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그리고 김일성 주석과의 회담과도 비교될 만한 사건이다. 94년 카터는 1차 핵위기로 한반도가 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달았을 때 전격적으로 방북해 협상의 물꼬를 텄고, 클린턴 또한 지미 카터 못지 않게 비중있는 인물로 그에 합당한 결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 전문가인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방북은 북한 핵문제 해결 등을 포함해 북.미 관계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중요한 사건"이라며 "부시 정부 8년과 오바마 정부 초기의 혼란을 모두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약속했던 ‘클린턴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관련글 :"클린턴 전격 방북, 북미관계 새 국면 이끌 것" / "클린턴 방북, 2000년에 못다한 숙제 마무리 위한 것"-"DJ의 5월 권유가 통했다")

과연 클린턴이 어떤 결과물을 들고 귀국길에 오를지(도중에 판문점을 통해 남으로 올 수도 있겠지만)  모르겠지만, 전격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클린턴의 이번 방북을 어리둥절, 멍하게, 그리고 맥빠지게, 그리고 대단히 실망스럽게 바라보고 있을 집단들이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이명박 정권이다. MB가 휴가중에 클린턴의 방북 소식을 듣고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물론 클린턴의 방북을 미국이 미리 MB 정부에 통보했는지, 협의를 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똥 씹은 표정이 아닐까 싶다.

둘째는, 한나라당. 뭐 말이 필요없다.

셋째는, 뭐니뭐니해도 조중동. 조중동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조중동은 최근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한 대신 북미 양자대화를 요구해 온 것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 편이 아니다', '어서 빨리 핵을 포기하고 6자회담에 나서라', '안그러면 니네는 더욱 비참해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온갖 협박과 비난을 쏟아내왔다.

그러면서, 북미 양자대화는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처럼 자신감 있게 주장하기도 했는데, 조중동의 이런 자신감의 배경은 북한 핵실험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계속된 강경책에 힘입은 바 크다. 그래서 조중동에서는 '좌파들은 오바마 정부 출범 뒤 북미 관계가 크게 바뀔 것처럼 기대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내심 오바마를 칭찬하고 한국사회 진보진영의 염장을 지르는 칼럼 따위를 쓰기도 했다.

최근의 사설 몇 개만 살펴보자.

제목이 아~주 섹쉬한 동아일보의 사설이 먼저 눈에 띤다.

7월 29일 동아일보에는 <북, 6자회담과 남북대화에 응하는 게 살길이다>라는 사설이 실렸다.

7월 29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는 7월 24일 북한의 신선호 유엔주재대사가 기자들을 불러 "우리는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어떤 협상에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북한이 북미 양자대화를 강하게 희망한 것에 대해 27일 미 국무부 대변인이 "'북한이 구체적 조치들을 취한다면 우리는 6자회담 틀 안에서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며 "미국은 북한의 제의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제의에 대해 "북핵문제에서 실질적 파워를 행사하고 있는 미국을 붙잡고 중국을 흔들어 당장의 국제적 고립과 제재를 모면해 보려는 속셈"이라며 "미국의 거부는 더는 북한의 얕은 술수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미국을 거듭 추켜세웠다.

또 "워싱텅에서는 대화보다는 제재를 통한 압박을 주장하는 강경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며 "북은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살길은 6자회담에 복귀해 핵을 깨끗이 포기하는 대가로 정치적 경제적 보상을 받는 것뿐"이라고 자신감있게 북한을 몰아붙였다.

이에 앞서 27일에는 신선호 북한 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사설을 실었는데, 동아일보와는 약간 시각이 다르다.

7월 27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북, 대미 대화 희망…진정성 보여야>에서 "내면적으로 미국 역시 6자회담의 틀에서 북한과 양자회담을 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신 대사의 발언을 계기로 북·미 대화 분위기가 가속화될지 매우 주목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역시 북한에 대해서는 "벼랑끝 전술이나 대화 시늉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과거의 타성'에 북한이 머무르고 있다면 이런 의도는 공허한 상상에 불과할 것"이라며 "'대화를 위한 대화'는 더 이상 효력이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압박했다.

중앙일보의 자신감의 바탕에도 마찬가지로 "미국 조야에는 북한과 기존의 협상 패턴을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고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북한과 협상할 것이라는 게 미 정부의 의지"라고 봤기 때문이다.

한편 조선일보는 사설 <북핵 국면 전환 후도 대비해야>에서 "북측의 제안이 당장 먹혀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언제까지나 지금의 교착 상태가 이어지리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6자회담 틀 내에서의 북미 양자대화'의 가능성을 거론했고, "결국엔 어떤 형식이 되든 미국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리라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7월 2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의 사설은 북한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어떤 경우든 미·북 협상이 북핵을 기정사실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거나, "이번 대북 제재만큼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 등이 그렇다. 북미 사이의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을 감지하고 미국에 대해 '강경하게 나갈 것'을 주문한 셈이다.

이처럼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북미 양자대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자신감 있게 확신했던 조중동의 눈에 평양 공항에 도착한 빌 클린턴이 어떻게 비쳤을까? 한마디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아닐까?

내심 당황해하고 있을 조중동이 눈에 선하고, 그꼴이 우습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물론 그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조중동은 사실상 그런 MB 정부를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끌며 남북 관계의 긴장을 높이는 가장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똑같은 북한의 핵실험을 두고 참여정부 때는 '햇볕정책 때문'이라며 정부 탓을 하더니, MB 정부 하에서는 벌어진 북한 핵실험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부에 대한 비판도 하지 않는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했다.

클린턴 방북을 전하는 조선닷컴 메인화면. 클린턴 방북의 의미보다는 해프닝을 탑으로 내걸었다. 어떻게든 클린턴 방북의 의미를 깍아 내리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보면, 무리일까?

그리고 오바마 당선 뒤 북미 관계가 급변할 것에 대한 우려로 약간 긴장하다가 별 다른 변화 없이 오히려 관계가 더욱 악화되어가자 조중동은 이에 반색을 표하며 PSI나 유엔결의 등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를 쌍수를 들고 환영했고, 힐러리 클린턴 등의 대북강경발언을 하늘 높이 추켜 세우기도 했다.

과연 조중동의 주장이 현명했던 것일까? 나는 결코 아니라고 본다. 북한의 외교 방식은 철저하게 '행동 대 행동'이다. '강경'에는 '강경'으로 대응했던 게 북한의 외교 방식이었다. 북의 강경한 대응이 무서운 게 아니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음에도 칼끼리 부딪혀 종국에는 전쟁조차도 불사하게 되는 조중동의 방식이 너무나 어리석은 것이다.

클린턴이 뭘 들고 돌아올 지 모르겠지만, 클린턴이 평양공항에 내린 것 자체가 조중동의 방식이 다시금 파국을 맞이했음을 의미한다고 본다. 전직 대통령이, 더구나 현직 국무장관의 남편이 손에 들고 올 것에 대한 아무런 보장 없이 평양엘 갔을까?

조중동은 클린턴의 방북으로 달라질 북미 관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7월 23일 조선일보 특파원 이하원이 쓴 이 칼럼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지는 것에 환호하며 북한을 조롱하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대북 유화 정책을 펼칠 때 '북한과 제법 말이 통한다'고 하던 세력이 서울에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도 북쪽과 대화통로를 갖고 있다면, 북한이 변화하지 않을 경우 '북한의 굴욕' 시리즈는 계속될 것임을 알려주기 바란다"며 남의 진보세력까지 싸잡아 조롱했다. 하지만 내눈엔 클린턴의 방북이 '조중동의 굴욕'을 목격한 현장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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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다른 것이긴 하지만, 따로 포스팅 하는 것은 나중에 하더라도 이건 한 분이라도 더 보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올립니다. 손이 떨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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