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클린턴 방북-동아는 삐짐(?), 중앙은 혼란, 조선은 결연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8. 5. 14:46

본문

전격적인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두고, '조중동은 닭 쫓던 개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늘 조중동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사설을 통해 확인해봤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는 사설이 실렸지만 동아일보에는 관련 사설이 없었다.
이토록 중대한 사안을 두고 동아일보는 사설을 쓰지도 않았다?? 왜??
별 비중을 두고 싶지 않아서? 전직 대통령에 불과하고 현 국무장관의 남편 밖에 안되는 클린턴이 북한에 가서 김정일을 만난 것 정도는 별일이 아니라서, '개인자격'에다 어쨌거나 민간인이 그가 간 것은 '여기자 석방' 문제 외에 북미 관계에 그 어떤 영향을 주지 않을거라고 봐서?
아니면 갑작스레 북한을 방문하고 김정일까지 만난 클린턴과 미국에게 삐져서? 그래서 토라져서?
아마도 그런 기대가 동아일보에게는 있는 것 같다. 사설을 쓰진 않았지만, 1면에 실린 기사의 한 문장이 동아일보의 그런 속내를 어렴풋이 드러내는 것 같다.

전직 미국 대통령의 방북은 1994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난 이후 15년 만이다.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고조되던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국면 전환을 이끌었던 것과는 달리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여기자 석방'이라는 제한된 목적을 가진 것이어서 북-미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른 언론에서는 오히려 카터의 방북보다 클린턴의 방북이 미칠 실질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하던데 어쨌거나 동아일보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은 것이 동아의 '기대'라고 치자. 하지만 어쩌나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그러니 어쩌면 속좁은 동아일보의 속내가 사설을 쓰지 않는 것으로 이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

반면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솔직하다. 특히 조선일보는 솔직한 속내를 유감없이 털어놓았다.

8월 5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클린턴의 방북을 여기자 석방 문제에 한정시키는 주장들에 대해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미국측이 공식적으로 뭐라 설명하든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양국 간의 직접 담판이 사실상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라며 "당장은 아니라 해도 미·북 양장 협상의 개시는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클린턴 방북의 의미를 핵심적으로 정리했다.

솔직하게 인정하니 속마음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번 클린턴 방북 역시 북한에 다시 당하고 문제는 그대로 남는 과거의 되풀이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다음 내용은 살짝 놀랄 정도로 더욱 솔직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클린턴 방북 소식을 접하고 많은 사람은 당혹스럽고, 미국에 배신감까지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역시 그냥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아무렴 그러면 조선일보가 아니다. 조중동의 맏형답게 상황을 추스르고 이후를 내다본다. '미국에 배신감까지 느꼈을 것'이라는 조선일보의 솔직함은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번 일은 국제 정치를 움직이는 동력(動力)이 오직 자국의 이익 추구일 뿐이라는 현실을 다시 일깨워주는 사례일 뿐"이고 "우리는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좀더 냉철하게 현실적으로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클린턴의 방북은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가 갖고 있는 효용의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북핵처럼 우리 운명이 걸린 문제에서 유엔의 권능에 대해 환상을 갖는 것은 금물이다. 중국이 있는 한 대북 봉쇄도 소용없고, 그렇다고 전쟁으로 북한을 굴복시킨다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대목은 클린턴의 방북을 바라보는 조선일보의 심기가 얼마나 복잡한지 유감없이 드러내는데, 조선일보가 이야기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빠진 자리에서 결정되는 한반도 문제는 어떤 것이든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8월 5일 조선일보 1면. 백악관이 부인한 '오바마 메시지'를 조선일보가 1면에다 제목으로 넣은 것도 대단히 이채롭다.

따라서 "담대한 자세를 가져야" 하고 "결연히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다. 조선일보가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주목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대한민국이 "한반도 문제의 최대 당사자"라는 "전제 아래에서라면 미·북 담판이든, 미·북 정상회담이든 그것이 북핵 폐기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보장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대목이다.

'북핵 폐기'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보장'이라는 건 결코 조선일보만의 바람(이 주장을 진심이라고 믿고 싶지만, 사실 조선일보는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보장보다 흡수통일이 목표가 아닐까?)이 아니다. 그길로 이르는 과정이 달랐을뿐 참여정부의 목표도 그랬고, 지금 MB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목표도 그렇다. 나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북미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등의 과정으로 나아가게 될 경우 북이 핵을 손에 쥐고 있을 명분을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미리 "미·북 협상의 과정이나 결과가 북핵을 기정사실화하거나 한반도에 불안과 파괴의 불씨를 남겨놓는 것"으로 단정하고 "결연히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오버할 게 아니라,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대한민국이 당사자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도록 조선일보 또한 도와야 한다.

바로 이명박 정부에게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진지한 자세로 나서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8월 5일 중앙일보 사설. 제목에서부터 복잡하면서도 솔직한 심경이 드러나있다.

중앙일보의 사설은 길게 언급할 내용이 별로 없다.
"북미 관계에서 벌어지는 또 한 번의 깜짝 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심경은 복잡하다" "기대가 크지만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이라고 토로하는 게 제법 솔직한 심경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에 이르면 좌충우돌 혼란스러운 심경 역시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이 대결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바꿔놓음으로써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의 일괄 타결로 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대화만을 추구하다 결국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든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일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한 것은, 말 자체는 그럴 듯 하지만, 사실은 북한과의 대화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한쪽에서 제재하면서 한쪽으로 대화할 경우 과연 그 대화가 제대로 될까?

또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도 현 상황을 냉정히 바라보고,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는 것을 보면, 클린턴 방북을 바라보는 중앙일보의 복잡다단한 솔직한 심경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클린턴 방북을 대하는 조중동의 반응을 살펴봤지만, 사실 조중동의 반응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북미 사이의 대화나 협상은 국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조중동이 뭐라고 해봤자 먹혀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아무리 뭐라해도 북한은 북한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자기들 갈 길을 가게 되어 있다. 한국 사회와 너무나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사안임에도 조중동의 영향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야가 바로 북미관계인 것이다.

조중동이 그저 '닭 쫓던 개'에 머물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MB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이라도 이끌어야 할 것이다.

 

================================================

주제가 다른 것이긴 하지만, 따로 포스팅 하는 것은 나중에 하더라도 이건 한 분이라도 더 보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올립니다. 손이 떨리네요..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