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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철·장명구·정재은·박원종·이명익이 진짜 저널리스트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8. 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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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쌍용차 공장 내부에서 농성중인 쌍용차 조합원들을 밀착취재하고, 스티로폼도 녹이는 최루액과 테이저건, 쇠도리깨, 고무총 등 무자비한 공권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취재한 기자들을 연행했다고 합니다.

'노동과세계' 이명익 기자의 사진. 경찰특공대가 고무총으로 추정되는 총기를 휴대한 채 진압에 나선 것을 폭로했다. 실제 쌍용차 노동자들 중 이들이 쏜 고무총탄 등에 맞아 찢어지고, 정신을 잃는 피해자가 속출했다. 그리고 이 사진은 다른 매체들에도 인용된 특종이다.

연행된 사람들은 '민중의 소리'의 홍민철, 장명구 기자, '미디어충청'의 정재은, 박원종 기자, '노동과세계' 이명익 기자 등 5명입니다.

경찰들 말로는 사측이 건조물 침입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말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잡아다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니, 이명박 정권이 언론탄압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흔히 이번 쌍용차 사태를 두고 '전쟁터 같다'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렇다면 전쟁터에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언론인이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였을까요?

용자동차 조합원들을 취재하기 위해 평택 도장공장에 들어간 민중의소리 홍민철 기자. 나무판자에 의지해 사측의 새총 공세를 피해가며 파업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전쟁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는 것 바로 그것이고, 그래서 종군기자라는 것도 있는 것이지요. 물론 모든 언론인이 종군기자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이번 쌍용차 사태에서 이른바 제도권 언론들, 즉 거대신문사와 거대방송사의 누가 전쟁터의 종군기자와 같은 역할을 했나요?

쌍용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일들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말로 다 하지 못할 고생을 한 이들 '민중의 소리'와 '미디어충청', '노동과 세계' 기자들이 아니었다면 과연 우리는 쌍용차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나 있었겠습니까?

5일 오전 8시 10분 조립 3,4팀 옥상 점거에 성공한 경찰특공대가 쓰러진 조합원을 헬멧까지 벗긴 후 삼단봉과 곤봉으로 집단구타하고 있다.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더 이상 말하지 않을랍니다.
기자들이 쌍용차 공장안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그들이 밝혀낸 실상이 무엇인지 한 번 직접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진짜 언론인이고, 진짜 기자고, 진짜 저널리스트라고.

전쟁터 같은 현장, 민중의소리 기자들의 생활은?

 

'옥쇄파업'에 돌입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는 <민중의소리> 장명구.홍민철 기자가 조합원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두 기자는 음식이 끊기고, 물이 끊기고, 전기가 끊긴 '지옥' 같은 현장에서도 "못견딜 만큼은 아니라 다행"이라며 끝까지 현장에 남아있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들에게서 전해져오는 현장 상황은 조합원들의 '투쟁' 열기와는 별개로 수용소같은 모습이었다. 씻는 것은 고사하고 마실 물조차 없어 불볕 더위에 타들어가는 갈증을 열 명의 사람들이 생수 한 병에 의지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매일 삼시 세끼 주먹밥만 먹습니다. 단수 조치로 2주만에 처음으로 에어컨에서 나온 물을 받아 머리를 감았습니다. 세수도 처음 했습니다. 이는 2~3일에 한번씩 닦습니다. 면도도 딱 한번 했습니다. 양말은 딱 두번 갈아신었습니다. 옷은 그냥 입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간적인 삶이 아니죠.(장명구 기자) "

"면도를 못했습니다. 가위로 자를 수 있을 만큼 덥수룩 합니다. 하루 주먹밥 세개로 버티다 보니 살도 좀 빠진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게 가장 힘듭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흡연자들에게 담배는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의약품임이 분명합니다.(홍민철 기자) "

이들은 취재 중 "물과 전기가 끊기면서 모든 생활이 불편해졌다. 문명생활이 그립다"고 불편함을 호소해왔다. 그러다가도 "오늘은 주먹밥에 멸치 반찬이 나왔습니다. 너무 맛있습니다. 하하하~"라며 작은 것에 행복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에서는 가끔씩 먹는 짜파게티, 초코바, 라면, 건빵, 젓갈 등 평소에는 너무 흔했던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기자들의 경험은 노동자들의 소박한 바람을 전하는 영상에 녹아나기도 했다.

이들이 보내 온 공장 내부 사진 중에는 다소 충격적인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단수조치로 인해 화장실에 오물이 쌓인 사진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내온 것이다. 기사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된 사진이 나갔지만, 모자이크 작업을 해야하는 편집기자들은 적나라한 사진에 손을 떨며 헛구역질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기자들은 어땠으랴. 이 사진의 여파로 두 기자는 "오늘도 못봤습니다"라는 '큰 일(?)' 성공여부에 대한 보고(?)를 하기도 했다.

미리 준비해간 '소품(?)'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장 기자는 공장에 들어갈 때 챙겨놨던 담배를 건네며 담배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다. 참고로 장 기자는 비흡연자다.

두 기자는 낮에는 뜨겁게 달궈진 공장 옥상 철판 위에서 한낮을 보내는 조합원들을 취재하고, 밤에는 24시간 쪽잠을 자면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조합원들을 취재했다. 또 하루종일 틀어대는 선무방송과 밤이고 새벽이고 방패를 내리치는 전경들의 괴성도 이겨내야 했다. 그러나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제 치고 들어올 지 모르는 강경진압에 대한 두려움과 피말리는 긴장감이었다.

사측 구사대와 용역이 새총을 이용해 날리는 주먹만한 볼트에 귀가 찢어지고 손가락이 부러진 노동자들의 모습을 전했지만, 그들 또한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공장 안 상황은 '기자'라고 해서 봐주는 법이 없었다. 두 기자는 "어둠에 휩싸인 공장은 그 존재 자체로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했다.

5일, 경찰특공대가 쌍용차 평택공장 조립3,4공장 옥상위로 진입을 했다. 건너편 도장1공장 옥상에서 '인터넷생중계'를 하던 홍민철 기자는 급히 복지동 옥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잠시 끊겼던 인터넷생중계를 재개하고 있던 중 밧데리가 거의 떨어져갔다. 충전이 가능한 곳으로 옮겨야 될 상황이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다른 자리로 옮겨가서 취재를 하고 싶지만 자리를 옮기기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전화통화를 하는 홍 기자 목소리 뒤로 사측이 대형 새총으로 날려대는 볼트가 날아가는 날카로운 소리가 쉴새없이 들려왔다. 전쟁터나 다름 없는 현장이었다.

이런 상황에도 이들은 "끝까지 남아서 취재하겠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몸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마저 갇혀 있습니다. 이들이 왜 70여일이 넘게 가족들과도 생이별 하면서 못먹고 못 입으면서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지, 안에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밖에 알려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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