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중앙일보, 문창극 칼럼 반론문 왜 게재하나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8. 12. 15:12

본문


오늘 중앙일보에 <니혼TV의 오보 검증 방송이 주는 교훈>이라는 사설이 등장했다. 

일본의 니혼TV가 오보에 대해 정정보도하고, 사장이 사임한 데 이어 검증 프로그램까지 만든다는 것을 두고 "한마디로 광우병 보도 파문 이후 MBC의 태도와는 극명하게 대비가 된다"며 여느때처럼 MBC와 PD수첩을 난도질하는 사설이다.

도대체 뭘 근거로 "PD수첩의 왜곡·조작 방송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 지금까지도"라고 주장하는지 도통 모르겠으나, MBC가 권력의 압력에 못이겨 사과방송한 것에 대해서까지 "사과 방송을 내보낸 게 고작이니 어이가 없다"고 할 정도니 중앙일보는 그야말로 깨끗하고, 당당하고, 한치의 부끄럼도 없는 대단한 언론사인 모양이다.

8월 12일 중앙일보 사설

정말 그럴까?


장면 1

언론사, 특히 신문사 기자들에게 붙은 타이틀 중에 간혹 '대기자'라는 게 있다. 한문으로 하면 大記者인데, 그런 타이틀 붙인 사람이 진짜 대기자인지, 아니면 소기자인지 뭔지 내 알 바는 아니나, 그 정도 타이틀을 붙였으면 이름값은 해야 하는데, '대기자'라는 족속들이 오히려 더 한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조중동 중에서 그 활약이 가장 두드러지는 중앙일보에 세간에 널리 알려진 대기자가 두 명 있다. 먼저 '김영희 대기자'는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대기자'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그 이름이 부끄럽게 여겨지지 않는 사람 축에 들어갈 성 싶다. 그리고 김영희 대기자와 함께 중앙일보에서 '대기자'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있는 사람이 또 있는데, 그 이름하야 문창극이다. 과연 문창극의 '대기자'는 어떤 대기자일까? 진짜 '大'기자일까, 간판만 붙여놓은 대기자일까? 아니면 어디 좋은 데로 갈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자'일까?

8월 12일 중앙일보에 게재된 최경환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의 반론문

오늘(8/12) 중앙일보 37면 오피니언 지면에 <문창극 대기자 칼럼 '마지막 남은 일'에 대한 반론보도문>이 게재됐다. 현재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고 잇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관인 최경환 비서관이 쓴 글이다.

제목에서처럼 이 글은, 문창극이 쓴 칼럼에 대한 반론보도문이다.
지난 8월 4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지면에는 문창극이 '대기자'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쓴 <마지막 남은 일>이라는 칼럼이 게재됐다.

문창극의 이 칼럼에 대해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문창극은 여기서 과거 월간조선 등의 기사를 근거삼아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도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사경을 헤매는 당사자에게 이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그렇다고 이런 제기된 의혹들을 그대로 덮어 두기로 할 것인가. 바로 이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호들갑을 떨었다.

7월 5일 중앙일보 문창극 칼럼

문창극이 어떤 의도로 이런 글을 썼고, 중앙일보가 이를 게재했는지는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가 강도높게 지적한 글이 있으니 읽어보시기 바란다.

(관련글 : 사경 헤매는 DJ 등에 비수 꽂기/<중앙> 문창극·김진, 비겁한 게임 그만 두라)

문창극은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이 "주류 언론에서조차 이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폭발적인 사안이라서 누구도 감히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지도 모르다"고 했다. 코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데, 여기에 대한 오연호 대표의 지적을 나 또한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렇다면 대기자인 그는, 이 사안에 그토록 관심이 많은 그는 지난 2006년9월 최초의혹 제기 때부터 3년동안 무엇을 했나? 편집국의 주필인 그의 영향권에 있는 <중앙>의 수백명의 취재기자들은 무엇을 했나? 적어도 이 칼럼만 보면 그와 그의 조직은 아무런 자체취재도 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관전만, 의혹 부풀리기만 하고 있다. 대기자의 이름으로 칼럼을 쓰려면 적어도 일정한 취재가 뒷받침되어야 할텐데 그것이 전무하다. 대기자는 물론 기자의 이름까지 더럽히는 칼럼이다. - 오연호 대표의 글 가운데


전직 대통령이 사경을 헤매는 동안 케케묵은 '의혹'을 다시 캐내는 이런 칼럼이 '대기자'라는 타이틀을 붙인 사람에게서 나온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지만, 오늘 최경환 비서관의 반론보도문을 보면서 문제의 심각성은 거기에 그치는 게 아닌 것 같다.

최 비서관은 "문 대기자의 주장은 어떠한 근거도 없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명예에 심각한 해악을 끼칠 뿐"이라며 "더욱이 병석에 계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문 대기자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기 위한 근거로 삼은 월간조선의 기사나 일부 인사들의 발언 등은 이미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문창극이 근거로 삼았던 일부 기사가 '의혹제기' 뒤 반론보도문을 게재했던 사실 등 의혹을 신빙성 있게 볼 근거는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경환 비서관의 글은 문창극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적극적인 반박이지만,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 정정은 아니다. 문창극이 근거한 일부 기사에 대한 확인 부분도 '월간조선 등이 반론문을 게재했다'는 것일뿐 '보도한 내용이 틀렸다'는 내용은 없다. 말 그대로 '반론'일뿐인데, 중앙일보는 왜 이 반론보도문을 게재했을까?

과정을 보아하니 언론중재위를 거친 것도 아니고, 기세 좋게 의혹을 제기했던 부분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혀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 "문 대기자가 제기한 내용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최경환 비서관의 글을 '반론보도문'이라고 게재했다.

이건 '대기자'라는 타이틀까지 걸고 있는 사람이 기껏 "주류 언론이 이슈화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어지는 것인가"라 질러놨는데,  그 '대기자'가 몸담고 있는 '주류언론' 스스로가 슬그머니 발을 빼는 형국이 아닌가.

문창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최경환 비서관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사경을 헤매는 전직 대통령을 모욕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깨끗하게 사과하든지, 여전한 의혹이 남아 있다면 '반론보도문'을 게재할 게 아니라 의혹에 대한 근거를 찾아 제시하든지 해야 '대기자'답고, '주류언론'다운 짓이 아닌가. 얼렁뚱땅 이렇게 넘어가면 그만일까?

장면 2

어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2008년 7월 5일 중앙일보에는, 중앙일보 왈 '연출사진', 하지만 객관적으로 '조작사진'이 등장한다. 이 사진이 명백한 조작이었음이 밝혀지자 7월 8일 중앙일보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아니 사과문을 게재한 게 고작이었으니 어이없다.

2008년 7월 8일 중앙일보 2면

중앙일보는 이 '사과문'에서 '기자들이 도착했을 때는 손님이 없었고, 마감 때문에 연출사진을 찍어 전송했고, 손님이 왔으나 사진을 사양했다'며 "하지만 손님들이 모두 미국산 쇠고기를 주문했기 때문에 음식점 상황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절주절 '연출의 변'을 밝히면서 사과했다.

PD수첩의 경우 생방송 과정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령 "방금 보신 광우병 걸린 소"라는 진행자의 멘트)라든지, 정확하게 번역하지 않고 의역한 부분 정도가 밝혀져 왜 그렇게 의역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긴 하지만 아직 PD수첩이 '조작방송'이고 '왜곡방송'이라는 것은 전혀 명백하게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이 사진은 조작사진임이 만천하에 사실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사과에 그칠 게 아니라 사장이 물러나야 할 것 아닌가. 자신들이 그 정도로 떳떳해야 "니혼TV의 오보 검증 방송이 주는 교훈" 정도의 사설을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럴 때 쓰라고 이영애 누나가 말씀하신 명언이 있다.

너나 잘 하세요~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