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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민'에 나라 곳간 염려하는 보수신문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8. 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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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이른바 '친서민 세제 지원 방안'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사설에서 "가짓수만 많지 이것이다 할 정도로 눈길을 끄는 내용은 거의 없다""정부는 생색내기용 대책을 갖고 친서민 운운할 것이 아니라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근본적 처방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대책 가운데 상당수는 이전부터 시행하고 있던 제도를 연장하는 것들"이라며 "과연 서민들에게 실제로 돌아가는 규모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경향은 "지금은 부자 감세를 철회해 재정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서민·중산층에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복지를 늘리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고, 한겨레는 "실질적인 서민·중산층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2009년 8월 21일 조선일보 기사 중

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친서민 세제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조선일보가 '친절하게도' 상세하게 표까지 실어서 소개했으니, 과연 실제로 서민들과 중산층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인지는 각자 판단해볼 일이다. 물론 나는 회의적이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살기 빠듯한 나같은 사람이 과연 이번 '친서민 세제지원'으로 어떤 혜택을 보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보수신문들은 이 정도도 불만인가 보다.
특히 그동안 줄곧 '감세'를 지지해왔던 보수신문들이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하니 나라 곳간을 염려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제는 한숨을 돌리고 재정건전성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됐다""내년에 줄어들 세수가 13조2354억원으로 사상 최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걱정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나라 곳간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이번 '친서민 세제지원'에 대해 "몇 가지 대목이 마음에 걸린다""정부가 서민에게만 선심을 베풀면서 과연 어떤 논리로 다른 조세 감면·공제는 축소하겠다고 설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서민에게만 선심을 베풀"었단다. "서민에게만"이라, 어떤 의미일까? 중앙일보에게 '서민'은 누구며 '비서민'은 누구일까? 서민에게만이 아니라 '비서민'에게도 선심을 베풀자면 누구에게 선심을 베풀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까?

2009년 8월 21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이 사설에서 거듭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존 정책을 충실하게 추진하면서 돌출적 정책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중앙일보가 생각하는 '재정건전성'은 '친서민 세제지원' 같은 걸 안하면 확보될 수 있다는 걸까? 이명박 정부 들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재정적자는 과연 무엇때문에 생기고 있다고 보길래 이렇게 주장하는 걸까?

한편 조선일보는 "서민 대책을 세금으로 풀어가는 데엔 한계가 있다"며 "무엇보다 경제를 살려 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면 된다? 누가 모르나. 문제는 정부가 경제를 제대로 살리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고 있느냐, 그리고 설령 정부가 할 수 있다 해도 그 사이 고통받는 사회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대책이 아닌가.

조선일보가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서민에게만' 혜택을 주는 이번 방안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나라 재정도 넉넉지 못한 상태"라며 "작년 16조6000억원이던 재정 적자는 올해 3배가 넘는 51조원으로 불어났다"고 나라 곳간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친서민 세제지원'에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서민을 돕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되 나라 곳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사업의 경중과 선후를 가릴 필요가 있다".

작년 정부가 처음 법인세 인하, 부동산 관련 세율 인하, 상속·증여세 인하 등 기업과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을 때,

중앙일보(2008년 9월 2일 사설)는 "전체적으로 감세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충한다는 기조를 담고 있다""이 같은 감세정책은 각국이 세금을 낮춰 경쟁력을 높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와도 궤를 같이하거니와 당면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라고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지지했다.

2008년 9월 2일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 정부의 감세안을 자극적인 제목으로 부각시켰다.

그리고 조선일보(2008년 9월 2일 사설)도 "이번 세제개편안은 지난 몇 년 동안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위축됐던 소비·투자와 떨어진 경제활력을 되살려 놓으려는 데 목적이 있다""감세를 통해 경제를 살린다는 큰 방향은 맞다"고 정부의 감세를 지지했다. 오히려 "21조원에 이르는 감세 규모도 보기에 따라선 충분치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며 감세의 폭을 늘릴 것을 요구하는 듯한 주장을 하기까지 했다.

그랬던 중앙은 1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한숨을 돌리고 재정건전성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됐다"고 하고, 조선은 "나라 재정도 넉넉치 못한 상태"라고 한다. 정부가 '친서민 세제지원'을 내놓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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