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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야? 기사야?' 조선·중앙을 찌라시라 부르는 이유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8. 2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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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5일 조선일보 '라이프 섹션' 4면의 '피죤 무무' 기사

위 기사(!!)는 8월 25일 조선일보 '라이프 섹션'의 4면에 게재된 것이다.
이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김현진)까지 바이라인으로 달려 있는 분명히 '기사'의 형식을 띠고 있다. 하지만 제목에서부터 "'피죤 MUMU'-자극은 줄이고 항균력은 높였다"며 오로지 제품을 홍보하는데만 초점을 맞췄다.

"국내 기술만으로 개발된 '피죤MUMU'는 피부 살균 소독제인 PCMX가 첨가돼 인체엔 자극인 적으면서 유해 세균은 99.9%까지 없애 준다"고 하고, "천연 생강성분이 들어 있어 화학성분이 주성분인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된다"고도 하고, "피부에 자극이 상대적으로 적어 유아나 어린이들이 사용해도 안전한 것이 강점"이라고도 한다.

"신종 플루 등 각종 전염병 예방에 손 씻기가 효과적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피죤무무가 인기를 끌고 있다""국민보건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피죤 관계자'의 코멘트도 친절하게 소개했다.

'손 씻기'와 관련해 다른 핸드워시 제품과의 비교는 일절 없다. 아니 다른 제품들은 그냥 "화학성분이 주성분"으로 치부되기까지 했다. 오로지 피죤 제품에 대한 일방적인 홍보만이 이 기사의 전부다.

이건 과연 기사일까? 광고일까?

2009년 8월 25일 조선일보 '라이프 섹션' 7면의 '피죤 무무' 광고

기사는 기사인가보다. 같은 같은 섹션의 7면에는 '피죤무무' 광고가 버젓이 실렸으니, 7면 것은 광고고, 4면 것은 기사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내 눈엔 7면의 진짜 '광고'보다 4면의 '기사'가 더 '광고' 같다.

독자들이 7면의 광고보다 4면의 기사에 더 영향을 받을 것 또한 명약관화하다. 그러면 7면의 피죤 광고는 4면의 기사와 아무런 상관없이 게재된 것일까? 조선일보는 4면 기사를 써주는 댓가로 7면의 광고를 받은 것은 아닐까? 답은 조선일보 광고국과 편집국, 그리고 피죤 홍보 담당자만 알겠지만...

2009년 8월 25일 중앙일보 '마이 라이프' 섹션 6면의 '에스티 로더' 기사

그리고 또 하나. 위의 기사는 중앙일보 8월 25일자 '마이 라이프' 섹션의 6면에 게재된 '기사'다. 헷갈리지 말자. 이 또한 기사를 쓴 기자(윤경희)의 이름이 바이라인으로 똑똑히 달려 있는 '기사'다. "재생·수분 기능 강화… 새로 태어난 '갈색병'", 다름 아닌 에스티 로더가 새로 출시한 갈색병의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를 소개하는 제목을 달고 있는 '기사'다.

이름만도 26자에 이르는 이 제품에 대해 중앙일보는 "올해 새로 선보인 갈색병은 피부 스스로의 재생기능이 이전 모델보다 강화됐다", "오염된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회복시켜 준다", "제품의 감촉과 향도 강화됐다" 등등등 홍보 일변도로 소개하고 있다.

또 에스티 로더가 이 제품 출시를 기념해 열고 있는 '수퍼 이벤트'와 관련해, "단독브랜드가 행하는 행사로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행사" ,"행사장은 피부관리실을 방불케 한다", "게다가 1~2회 사용분량이 들어있는 새로운 갈색병 샘플 수만 개를 증정한다"고도 소개했다. 그리고 "새로워진 갈색병은 행사 첫날 전년동기 대비 728%의 매출을 기록, 갈색병에 대한 인기와 관심도를 증명했다"면서 '기사'를 마무리 지었다.

이건 과연 기사일까? 광고일까?

아니나다를까 기사는 기사인가 분명한가보다. 같은 날 같은 섹션의 마지막 지면 전면에 에스티 로더의 신제품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의 광고가 게재됐다. 이게 공식적인 광고이니, 6면의 것은 기사일 게다. 하지만 에스티 로더의 전면광고는 6면의 기사와 무관하게 게재된 것일까? 답은 역시 중앙일보 광고국과 편집국, 윤경희 기자, 그리고 에스티 로더 홍보담당자들만 알 것이다.

2009년 8월 25일 중앙일보 '마이 라이프' 섹션 12면의 '에스티 로더' 전면 광고

요즘 이런 식의 광고를 방불케 하는, 아니 사실상 광고나 다름 없는 기사들이 신문 지면을 게재되는 꼴은 심심찮게 발견된다. 특히 조중동과 경제지 그리고 일부 지역신문 등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이런 기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방송의 경우 이런 식으로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됐다면 당장 제재가 들어갈 게 분명하다. 사실상 국가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법에 근거하여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신문의 경우는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한국신문협회 등이 자율적으로 구성한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서 신문윤리강령에 따라 자율적으로 규제하는데, 이런 행위에 대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강제적이고 실효적인 조치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6월 신문윤리위원회의 심의 결과(심의결정현황 참조)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등의 몇몇 기사가,

제품 또는 업체를 긍정 일변도의 내용으로 소개하고 해당 업체가 제공하는 사진들과 일부 업체의 경우 회사 및 제품 로고까지 기사에 함께 담고 있으며, 제목은 해당업체 또는 제품의 광고 문구를 방불케 하고 있다. 게다가 해당 섹션이나 면에 해당 제품 또는 업체의 광고까지 게재하였다. 이와 같은 기사 내용과 편집 및 광고 배치 등은 독자로 하여금 이 섹션 또는 지면이 특정 기업과 해당 신문의 영리에 부합할 목적으로 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할 소지가 크다.
 

는 이유로 "이와 같은 보도 행태는 신문의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조「언론의 자유·책임·독립」②항(사회·경제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위반했다고 인정"된다며 '신문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결정했는데, 후속조치는 '주의'였다. 위에서 언급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기사도 위 지적이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삼아봤자 '주의'를 받을 뿐인 것이다.

하나마나한 심의이고, 이따위 '자율'에 그치니, 조중동과 경제지 등은 심의에 아랑곳 하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더욱 노골적인 광고홍보성 기사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들 신문이 '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언론임을 자부하면서 정작 지면을 사실상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찌라시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지금 방송진출을 가장 욕심내고 있는 신문들은 조중동과 매경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녕 이들에게 방송까지 안겨줘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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