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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한다고 대운하 나올까 걱정"이라던 정운찬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9. 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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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MB정부의 새로운 국무총리로 내정됐다.
2007년 대선 당시에는 이명박 후보에 맞선 유력한 후보군으로 부상하기도 했고, MB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부의 경제정책 등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심심찮게 제기해왔던 그가 갑작스레 MB정부의 국무총리로 등장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미디어토씨'가 대단히 날카롭게 그리고 상세하게 분석했다고 본다.


정 내정자가 MB와 '손잡은 이유'에 대해서는 미디어토씨 운영자인 시사평론가 김종배씨의 분석을 참고하면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지는데, 내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손잡은 이유' 보다는 '앞으로' 'MB정부 국무총리 정운찬'이 보여줄 모습이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

김종배씨의 지적대로 "민주당에서 이명박 정부로 유턴한 정치 행보는 둘째 치고라도, 총리직을 수락하기 직전까지 비판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 부분에 있어 그가 국무총리에 내정되기 전에 했던 말과 행동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정부정책을 이끌게 된다면, 아무리 그가 MB와 손을 잡아 얻는 게 많더라도 궁극적으로 '대업'을 이루기는 어려울 거라 보는 것이다.

근데, 총리 내정 사실이 전해진 뒤 처음으로 들려온 정 내정자의 말이 대단히 실망스럽다. 정 내정자는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해 "4대강 사업은 수질개선이라는 목표가 있다" "친환경적으로 만든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운하'에 대해서는 환경적·경제적 측면에서 반대했지만, 4대강 사업은 수질을 개선하는 친환경적으로 추진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 내정자는 이렇게 총리에 내정되자 4대강 사업을 '대운하'와 구분해서 사실상 '찬성' 입장을 드러냈는데, 과연 총리가 되기 전 그는 4대강 사업을 굳이 대운하와 구분했을까.

지난해 12월 10일 미국에 있던 정운찬 교수는 어느 강연에서 "뉴딜은 제도를 바꾸고 효율성을 높이는데 역점을 둔 것이지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한국에서 뉴딜한다고 잠수돼 있던 대운하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루 전날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4대강 정비사업은 대운하와 전혀 다른 사업"이라며 "이 사업은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로 '한국판 뉴딜정책'"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이며 비판이었던 것이다. 정 교수가 말한 '뉴딜'은 곧 '4대강 정비사업'이었고, 4대강 정비사업을 하다 대운하를 할까 걱정이라는 그의 지적은 너무나 타당한 것이었다. 실제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 사업이라는 점은 사업계획과 예산규모를 통해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국무총리로 내정되고 보니, 4대강 사업이 대운하와는 다른 것이다?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역시 정운찬 내정자는 답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수질개선을 하는데 22조원이 넘는 돈이 왜 필요한지, 이제 국민들은 정운찬 '총리'로부터 명쾌한 대답을 들을 자격이 생겼고, 정운찬 '총리'를 대답을 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

정운찬 내정자는 올초 한국에 돌아온 뒤인 1월 20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세계 경제위기와 한국 경제의 미래'라는 주제의 '제 1회 석학 강좌'에서 MB정부의 '뉴딜정책', 즉 '녹색뉴딜'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내정자는 당시 강연에서 사람들이 '뉴딜'이라는 말에서 "대규모 치수사업의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뉴딜의 본질""단순한 SOC 투자가 아니라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라며, '새로운 뉴딜' 또한 신자유주의가 경제위기로 그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에 의해 생겨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녹색뉴딜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이지는 않는다""토목건설 중심의, 눈에 보이는 성과 중심의, 우리가 과거에 많이 보아왔던 그 패러다임에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는 SOC 말고도 우리가 시급히 필요로 하는 공공 프로젝트들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족한 기초 연구개발, 취약한 사회안전망, 교육과 보육 시스템에 대한 공적 투자가 크게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고, "저는 이러한 사람과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들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훨씬 더 시급할 뿐더러 이러한 투자야 말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총리로 내정되고나니, '토목건설 중심의 과거의 패러다임'이었던 4대강사업이 갑자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달라보이게 된 걸까?
아울러 22조원이나 퍼붓는 4대강사업보다 더 시급할뿐더러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데 필요하다고 했던 기초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사회안전망, 교육, 보육 시스템에 대한 공적 투자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께 꼭 묻고 싶다.

이왕 들어가기로 한 거 정운찬 국무총리가 자신의 평소 소신을 살려 잘 했으면 좋겠다. 물론 '정운찬 교수'의 경제정책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 부분도 대단히 많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해왔던 MB정부 보다는 나을 거란 기대는 있다.

정 내정자는 금융연구원 '석학 강좌'에서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자신들의 과거 생각대로 밀어붙이기 전에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제 정부의 '총책임자'가 된 입장에서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가 어떻게 펼쳐낼지, 국민 모두가 지켜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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