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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가 창조한 '거침없이 하이킥' 열풍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7. 6. 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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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침없이 하이킥’열풍! 왜?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가 실로 거침없이 치솟고 있다”고 누군가 이야기한다면 이는 이미 식상한 수식이 될 정도로 MBC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 연출 김병욱, 극본 송재정)이 대단한 화제를 몰고 있다.
  
  ‘야동순재’, ‘주몽해미’, ‘꽈당민정’, ‘괴물준하’ 등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별명과 그 유래에 대해 모르고서는 주변사람들과 대화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하이킥>의 지나간 방송 내용을 두고 한 바탕 박장대소를 터트리는 모습 또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터넷 공간에는 <하이킥>과 출연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낱낱이 기사화되어 하루에도 수십 건이 등장하고 있고, <하이킥>의 재미를 공유하는 글과 동영상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바야흐로 2007년 초입 대한민국의 대중문화 트렌드는 <하이킥>으로 온통 장악되었다.
  
  과연 무엇이 <하이킥>을 화제의 시트콤으로 만들어냈을까. 시청률 50%의 고지를 넘어 마침내 ‘국민드라마’에 등극한 <주몽>보다 이제 갓 20%의 시청률을 넘어선 일일시트콤이 더욱 화제가 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대박난 시트콤 많지만 <하이킥>의 인기는 특히 유별
  
  방송에서 시트콤이 대박을 터트린 경우는 결코 적지 않다. <순풍산부인과>는 시트콤의 전설로 이야기될만큼 초대박을 터트렸고 <똑바로 살아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의 시트콤도 적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이들 시트콤은 모두 SBS에서 방송됐고, 연출은 <하이킥>의 김병욱 감독이, 극본 또한 <하이킥>의 송재정 작가가 맡았다.
  
  MBC 또한 시트콤에 강세를 보여 <남자 셋, 여자 셋>, <세친구> 등이 큰 화제와 인기를 모았고, 청춘시트콤 <논스톱> 시리즈도 주로 10대를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모았다. 이밖에 <안녕 프란체스카>가 흡혈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독특한 ‘호러시트콤’으로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았고, KBS의 <올드미스 다이어리> 역시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든든한 지지세력을 거느렸다.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1995~1996년에 방송된 SBS의 도 일요일 아침 시청자들을 웃음 짓게 만든 인기있는 시트콤이었다. 우리 방송에서 최초의 시트콤은 SBS의 <오박사네 사람들>을 꼽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이 방송을 시작한 1993년부터 <하이킥>에 이르기까지 시트콤은 크게 손해보지 않는 장르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고 때때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하이킥>이 누리는 인기는 과거의 시트콤에 비해 특히 유별나다. 그리고 그 유별난 인기를 얻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금부터 <하이킥>의 인기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자. 최근 <하이킥>이 화제를 모으면서 이전의 초대박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와 <하이킥> 중 ‘어느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느냐’는 질문이 종종 인터넷 지식검색에 오르고 있고, 이들 프로그램을 비교하는 것이 또 다른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자까지 같으니 비교가 더욱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출연자들 ⓒMBC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아직 <순풍산부인과>(이하 <순풍>)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약 3년에 걸쳐 600회를 훨씬 넘겨서까지 방송한 <순풍>은 90년대말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대중문화 아이콘이었다. 평균 시청률이 약 25%였고, 때로는 30%를 훌쩍 넘겼던 경우도 있었다.
  
  동시간대 타사 프로그램인 MBC <뉴스데스크>, KBS <뉴스9> 등 각 방송사의 간판인 메인뉴스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 이 정도의 시청률을 올렸다는 것은 <순풍>의 저력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급기야 일부에서 ‘<순풍> 때문에 사람들이 뉴스를 안 본다’는 지적을 제기할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할 말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방송 초기 7~8%의 한 자릿수 시청률로 출발했고, 이제 갓 20%대 시청률에 안착한 <하이킥>은 과거 <순풍>의 기록을 따라가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 하지만 이 두 시트콤을 객관적 수치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내용적인 재미에 있어 <하이킥>은 이미 <순풍>에 필적할만한 상대로 우뚝 섰다. 오히려 드라마 외적으로 마니아층을 이끌고 화제를 몰고 다니는 측면에서는 <순풍>을 앞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일 저녁 시간대의 대변혁”
  
  최근 <하이킥>이 이룬 성과는 과거 <순풍>이 평일 9시대에 메인뉴스프로그램들과 경쟁하면서 이룬 성과에 충분히 비견할 만하다. <하이킥>이 방송되는 평일 저녁 8시 20분~9시 시간대는 고정불변의 ‘일일연속극’ 시간이었다. SBS에서 ‘한 시간 빠른 뉴스’를 내세우며 <8시뉴스>를 하기 전까지는 전체 방송사가 일일연속극으로 경쟁했고, <8시뉴스> 방송 이후에도 적어도 KBS1TV와 MBC에서만큼은 이 시간대가 일일연속극의 아성이었다.
  
  이 시간대를 거쳐 간 드라마에 보인 시청자들의 애정도 대단했다. 특히 중장년 여성들의 선호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KBS의 <좋은걸 어떡해>, <노란손수건>, <백만송이 장미>, <별난여자 별난남자> 등은 걸핏하면 시청률 30%를 넘어 40%에 육박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얼마 전 종영한 <열아홉 순정>도 줄곧 30%를 상회했고, 때로는 40%를 넘어섰다.
  
  MBC 또한 <날마다 행복해>, <온달왕자들>, <인어아가씨>, <왕꽃선녀님> 등이 시청률 대박을 터트렸고, 2005년에는 <굳세어라 금순아>가 침체일로에 빠진 MBC의 구원투수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 시간대에 정통장르라기보다는 변종에 가까운 ‘시추에이션 코미디’ 장르를 MBC는 과감하게 투입했고, 결과는 대박으로 나타나 애초 MBC가 스스로 내세웠던 “평일 저녁 시간대의 대변혁”이 현재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TV 프로그램의 시청률이라는 것이 자체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지만 또 그만큼 상대적이어서 <하이킥>은 방송초기만 하더라도 경쟁시간대의 KBS <열아홉 순정>에 밀려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하지만 막강한 상대와 버거운 경쟁을 벌이던 본방에 비해 일요일 낮시간대의 재방송이 더 높은 시청률을 얻으면서 점차 입소문을 타고 여기저기 회자되기 시작하자 본방 시청률도 점점 상승하게 되었다. 급기야 <열아홉 순정>이 막을 내린 뒤에는 ‘물 만난 고기’처럼 한층 시청률 상승세를 타 20%를 넘긴 지 오래고 경쟁시간대의 KBS 일일연속극 <하늘만큼 땅만큼>과 평일 시청률 1위 다툼을 비등하게 펼치고 있다.
  
  MBC에서 앞선 시간대에 방송되는 일일연속극 <나쁜여자 착한여자>의 경우 최진실의 MBC 복귀작으로 주목받고, 이재룡이라는 스타연기자가 버티고 있음에도 시청률에 있어 <하이킥>에 뒤질 뿐 아니라 ‘이슈메이커’로서는 비교조차 하기 힘든 상태다.
  
  시트콤의 재미가 뭔지 보여주는 <하이킥>
  
  <하이킥>이 정통드라마의 틈바구니에서 지금의 인기를 얻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보다 시트콤 본연의 재미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하이킥>은 정말 재밌다. <순풍>, <똑바로 살아라> 등에서 보여준 ‘김병욱식 시트콤’의 재미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김병욱식 시트콤’의 특징은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가족 시트콤’으로 대변된다. 거기다 쪼잔하고 치사하고 비겁한 모습, 누구나 가지고 있음에도 짐짓 아닌 척 포장하는 인간 군상의 곱지않은 모습을 정면으로 드러내고 그 부조리한 일상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세밀함이 더해진다.
  
  삼대가 함께 사는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자 병원장이기도 한 순재, 가부장제의 정점에 있는 이 인물이 야동에 탐닉하며 노트북에다 대고 ‘야~동’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모습이나 그 부인인 문희가 코맹맹이 목소리로 “여봉~문희는 그거 먹고 싶은데, 그거 먹으면 안될까?”라고 닭살돋는 애교를 펼치는 모습은 <하이킥>이 담아내는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의 대표적 사례에 불과하다. 속이 뒤집어지고 눈물이 날만큼 우스운 장면이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모습들이 <하이킥>에서는 넘쳐나고 넘쳐난다.
  
  <하이킥>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이에서 전통적인 가족 서열은 형식에 불과할 뿐 철저하게 능력과 재능, 그리고 그에 기반한 실질적 이해관계에 따른 먹이사슬식으로 엉켜있다. 시아버지이자 ‘병원장’인 순재는 또다른 ‘병원장’이자 며느리인 해미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미가 부탁하는 일을 궁시렁대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다. 급기야 TV 방송출연으로 톡톡한 망신만 당한 뒤에는 병원간판까지 ‘이순재여성한방병원’에서 ‘이&박 여성한방병원’으로 바꾸는 모멸을 겪었지만 며느리에게 별로 할 말이 없다.
  
  몇 년째 집에서 놀고먹는 실직자 준하는 매일같이 아버지 순재에게 야단을 듣는 처지지만, 학교 선생인 그 동생 민용은 “뭐든 발로 해도 너보다는 잘하겠다”는 아버지에게 “그럼 발로 해보세요”라면서 기어이 순재가 발로 운전대를 잡고, 바둑을 두게 만들 정도로 대들 수 있는 존재다.
  
  시어머니인 문희 또한 집안을 실질적으로 끌고 나가는 며느리 해미 앞에서 꼼짝을 못한다. 혼잣말로나 친구들에게는 해미를 수도 없이 ‘싹퉁바가지’로 표현하지만 아들이 머무는 다락방 공사를 해외에 나간 며느리의 허락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처지다. 정통 멜로드라마에서 시어머니가 며느리 시집살이 시키는 모습은 문희에게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1, 2등을 다툴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형 민호는 학교에서도 집안에서도 모범생으로 우대를 받지만, 공부에 별 관심없는 ‘학교짱’인 동생 윤호에게는 용돈을 강탈당하는 등 ‘고양이 앞에 쥐’ 신세다. 형을 형으로 대접하지 않는 윤호가 형을 형답게 ‘모시는’ 경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 민정으로부터 “윤호가 형을 예의있게 대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듣거나, 엄마로부터 “다리를 다친 형을 업고 다니면 1m당 돈을 주겠다”는 금전적 유혹을 받았을 때밖에 없다.
  
  금전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전혀 꿀릴 게 없는 해미는 집안의 실질적인 권력자로서 집안 구성원 그 누구도 해미를 거역하기 힘들지만, 딱 한 명 민용만큼은 예외다. 왜? 민용은 해미에게 별로 기댈 게 없기 때문이다.
  
  민용과 이혼해 남남이 된 신지 또한 안 좋은 대학 나왔다고, 변변한 직업이 없다고 자신을 무시하는 해미가 고깝지 않다. 해미 또한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신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다. 그래서 이 둘이 만나면 항상 긴장감이 높아지게 마련이지만, 신지는 자신이 배우를 맡고 싶은 뮤지컬 극단에 연줄이 닿아 있는 해미에게 부탁을 할 때만큼은 케이크를 사 들고 가서 몇 시간이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등장인물 사이에 형성된 치졸하면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보편적 인간사의 관계가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고 풍자의 재미를 느끼게 하며 때로는 긴장감을 높이는 것이다. 이 같은 이야기 전개를 꾸준하게 해왔고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곧 김병욱 PD팀이다.
  
  때로는 각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는 ‘김병욱식 시트콤’이 집요하다 못해 잔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하이킥>의 각 인물은 살아있는 캐릭터가 되고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준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넘어지며 ‘몸개그’가 뭔지를 보여주는 서민정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가끔 안쓰러운 마음이 들게 한다. 하지만 그 덕에 서민정은 ‘꽈당민정’이란 별명을 얻었고, <하이킥>에 웬만큼 중독된 사람들은 이제 어디쯤에서 민정이 넘어질 지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청와대 오찬에 초청받아 대통령을 만나게 된 순재가 너무나 긴장하여 밥숟가락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더니 대통령과 악수를 앞두고 얼굴에 진땀을 흘리며 다리를 후들거리는 모습을 보면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방병원 병원장 자격으로 순재가 TV생방송에 출연한 방송분을 본 시청자들은 이미 순재가 긴장해 방송을 망쳐버릴 것을 예측하고 과연 어떻게 망칠 것인가를 기대하면서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기대가 맞아떨어진 장면에서 예외 없이 웃음보를 터트리게 된다.
  바로 이것이 캐릭터의 상태를 도드라지게 보여주기 위해 얼굴의 미세한 땀구멍조차 포착할 정도의 클로즈업 사용도 마다하지 않는 김병욱식 시트콤이다.
  
  여기서 그친다면 뭔가 허전하다. 김병욱식 시트콤에는 쪼잔함과 물고 물리는 치졸함이 주는 재미 외에도 가슴 따뜻한 휴머니즘이 있어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에게 새로 산 수제 구두를 빼앗기고 울고 있는 순재의 손을 항상 무시당하던 아들 준하가 이끌고 가서 도로 되찾아 오는 장면에서 구두를 신고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는 순재의 모습은 부자의 정을 느낌과 동시에 통쾌함을 준다.
  
  아버지에게 구박당한 끝에 사돈이 소개해준 직장에 출근해 허드렛일을 하는 준하가 ‘진짜 무시당하는 것은 아닌지’를 걱정하며 회사까지 찾아 온 순재의 손에 이끌려 회사를 나서는 장면은 앞 선 방송에서의 기억을 반복시켜줌과 동시에 더욱 찐한 부자의 사랑을 전해 준다.
  
  자신의 치료로 건강해진 아들의 방귀 냄새를 맡고 너무나 기쁜 표정을 짓는 문희, 신지의 생일에 계속 신경 쓰며 민정을 슬프게 한 민용이 끝내 민정에게로 돌아간 장면, 집안에서 구박받는 준하가 역시 구박받는 아들 윤호에게 삼겹살 좀 먹이려고 부엌과 서재, 다락방, 공원을 전전하는 모습 등은 ‘김병욱식 시트콤’이 근본에는 따뜻한 휴머니즘을 깔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책 속에 숨겨둔 돈이 분명함에도 평소 말썽꾸러기로 낙인찍힌 탓에 누구도 자신의 말을 믿어 주지 않아 돈을 되찾지 못하는 윤호나 아끼던 도자기를 깨트린 범인을 찾는데 자신의 추리가 정확하게 들어맞았음에도 결국 아무도 자신의 추리를 믿지 않는 순재의 경우처럼 ‘잔인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 ‘반전’ 형식으로 하나씩 삽입되는 따뜻한 이야기에서 시청자들은 더 큰 가슴 찡함을 얻게 된다.
  
  열풍의 배경은 바로 인터넷
  
  대략 이 정도가 <하이킥>이 가진 내공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이미 <순풍> 등에서 선보인 바 있다. 그럼에도 지금 <하이킥>이 일으키는 반향은 방송 기간에 비해 <순풍>보다 훨씬 거세다. 그 이유는 <하이킥>이 2007년 한국사회에서 방송되기 때문이다. 바로 인터넷 문화가 <순풍>이 방송되는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이킥>에 중독된 시청자들은 인터넷에 뜬 기사 하나하나에도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댓글을 줄줄이 다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이킥> 중독자들은 각종 블로그와 커뮤니티에 다종다양한 감상평을 쓰고 또 그것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나눈다. 더 나아가 <하이킥> 중독자들은 UCC 개념에 기반해 이미 방송된 <하이킥>에서 인상깊은 장면을 짜깁기하거나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새로운 <하이킥>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하이킥> 홈페이지를 통해서든 P2P를 통해서든 첫 회부터 지금까지 방송된 <하이킥> 모두 다시 볼 수 있고 컴퓨터에 저장해놓고 심심할 때 꺼내 볼 수 환경까지 만들어져 있어 시청률 20%로 <하이킥>을 평가하는 것은 이미 부질없는 짓이 되었다.
  
  최근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가 바로 이 ‘인터넷세대’라 할 수 있는 10~20대들이고 이들이 <하이킥>에 열광하고 있으니 <하이킥> 열풍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하이킥>이 펼쳐나갈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 개성댁에 대한 수수께끼와 유미 가족의 미스테리는 <하이킥>을 끌고 가는 또 하나의 축이고, 이는 ‘김병욱식 시트콤’에서 스릴러적 요소를 발견하는 새로운 요소가 되었다. 또 민정과 윤호의 관계를 계속 지켜봐야 하고, 유미에 대한 범의 감정의 변화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 되었다.
  
  신지는 어떤 새로운 남자를 다시 만날지, 과연 준하는 계속 실직자로 남을지도 관심거리다. 따라서 <하이킥>은 2007년 내내 인터넷을 점령하고 사람들 입을 오르내릴 가장 뜨거운 프로그램으로 존재할 것이 분명하다.
  
  여담 한 마디. 한때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을 위협했던 SBS <8시뉴스>가 <하이킥>의 등장 이후 적어도 평일에는 전혀 맥을 못추고 있다. 과연 시청률을 이유로 시청자와 제작진의 반발을 무릅쓰고 <귀엽거나 미치거나>를 일방적으로 조기종영시켜 김병욱 PD가 다시는 SBS에서 작업을 할 수 없게 만든 SBS의 ‘윗분’들이 <하이킥> 열풍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실 지 궁금하다.

(이 글은 '월간 말' 2007년 3월호에 기고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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