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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 광고중단과 언소주 징역 4년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9. 10. 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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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고급 슈퍼마켓 체인 웨이트로즈가 미국 케이블 TV채널인 폭스뉴스에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웨이트로즈의 폭스뉴스 광고철회에 대한 영국매체 가디언의 보도

사연은 이렇다.
지난 7월 자신의 집에 들어가려는 흑인 교수를 체포한 백인 경찰을 두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리석게 행동했다"고 비판했다. 이 발언을 두고 경찰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오바마는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며 해당 경찰과 교수를 백악관에 불러 맥주 파티를 벌이기도 했는데, 폭스뉴스의 토크쇼 진행자인 글렌 벡은 방송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백인과 백인 문화에 대해 뿌리깊은 증오를 갖고 있는 인종주의자"라고 말했다.

그러자 흑인인권단체 '컬러오브체인지'는 글렌 벡의 발언을 문제삼아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대에 광고를 하는 광고주들에게 광고 철회를 요구하는 광고 중단 운동을 벌였다. 온라인 등록회원 6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컬러오브체인지는 광고주들에게 광고중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보내도록 회원들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컬러오브체인지' 뿐만 아니라 다른 안티폭스뉴스단체와 일반 시청자, 소비자들도 글렌 벡의 토크쇼에 광고하는 광고주들에게 이메일 등을 통해 광고 중단을 요구했다.

글렌 벡 토크쇼에 대한 광고중단 캠페인을 벌이는 컬러오브체인지의 사이트. 광고주들에게 광고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요청서 보내기에 네티즌들이 동참하길 호소하고 있다.

이후 월마트, 베스트바이, 트래블로시티 등 80여개의 미국 기업들이 글렌 벡의 토크쇼에서 광고를 빼는 등 소비자들의 요구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험사인 게이코사의 대변인은 "현 고객들이나 잠재적 고객들이 싫어할 만한 프로그램에 광고하는 것은 피할 것"이라고 말했고, 사젠토치즈의 대변인은 "좌든 우든 부당한 발언을 일삼는 진행자와 우리 제품이 연관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 급기야 10월 5일 영국 기업인 웨이트로즈조차 시청자와 소비자들의 거센 요구를 받고 글렌 벡의 토크쇼 뿐만 아니라 폭스뉴스 전체에 광고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웨이트로즈의 대변인은 "우리는 프로그램의 내용이 우리의 브랜드 가치와 맞는지 등을 진지하게 생각해 프로그램에 광고를 배치하고 있다""글렌 벡의 프로그램에 광고하는 것에 대해 고객들의 지적을 받은 뒤 폭스뉴스 채널에서 모든 웨이트로즈 광고를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에서 들려온 폭스뉴스와 관련한 이 뉴스는 참으로 반가우면서도 씁쓸하기 그지 없다.

대한민국 시간 2009년 9월 28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위재천)는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벌인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대표 김성균씨에게 공동공갈과 공동강요 혐의를 적용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회원에게는 징역 2년이 구형되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소비자 운동이라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소비자 운동이라 해도 모든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고,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질서와 언론, 양심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언소주의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과 미국에서 벌어진 '컬러오브체인지'의 폭스뉴스 광고중단 운동은 같은 운동이다. 하지만 나는 컬러오브체인지의 대표와 그 회원이 미국 검찰로부터 징역형을 구형받았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없다.

'컬러오브체인지' 뿐만 아니라 폭스뉴스 만을 타겟으로 하여 '광고주 불매운동' 등을 벌이고 있는 '폭스어택스닷컴'이나 '폭스뉴스보이콧닷컴' 등은 네티즌들과 함께 폭스뉴스에 광고를 내는 업체의 연락처 등을 조사해, 광고를 뺄 것을 요구하는 전화 걸기 운동을 조직적으로 벌였지만, 역시 미국 검찰이 이들을 수사했다는 소식도, 기소했다는 소식도, 심지어 폭스뉴스가 이들을 고소했다는 소식도 들은 적이 없다.

폭스뉴스 광고주들의 명단과 주소, 연락처, 메일주소 등을 올려놓은 폭스뉴스보이콧닷컴의 사이트. 글렌 벡 토크쇼 광고주들을 따로 올려놓은 것도 눈에 띈다.

하지만, 대한민국 검찰은 언소주 회원들을 무더기 기소했고, 작년 대한민국 법원은 언소주 회원 24명에게 전화를 걸어 위력을 행사했다는 이유 등으로 '업무방해'를 적용해 집행유예의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올해 언소주는 법원의 판결을 토대로 전화를 거는 등의 위력을 행사하지 않는 방법으로 광동제약을 시작해 새로운 불매운동에 나섰는데, 이마저도 검찰은 기소했을 뿐 아니라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대한민국과 미국/영국의 차이는 도대체 뭘까?
미국인들은 자유롭게 벌이는 행위를 왜 대한민국 사람들은 할 수 없는 걸까?

조중동과 기업인, 그리고 검찰은 '기업이 자신의 광고를 게재할 매체를 정하는 것은 순전히 기업의 자유'라며 언소주에 대해 '반기업'적이고, '반시장경제적'이며, '반언론'적인 행위로 몰아붙인다. 그렇다면 미국은 대한민국보다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덜 발전하고 기업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컬러오브체인지나 폭스어택 등의 활동이 자유로운 것일까?

재범의 발언이 새삼 떠오른다.
대한민국은 정말 웃기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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