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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자의 눈은 뭘 볼까?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11. 1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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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어제 동아일보가 친일인명사전 발간 소식을 '숨은기사찾기'로 승화시켰다고 글을 썼다.

이 약 200자 정도의 기사를 쓴 사람은 우정열이라는 이름의 동아일보 기자다.


장면2.

오늘(11/10) 동아일보에는 '기자의 눈'이라는 기자칼럼 코너에 우정열 기자가 쓴 <'친일사전' 보고대회의 "대선 다시하자" 주장>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친일인명사전 발간 대회 자체에 대해서는 200자 정도의 토막 기사를 쓰는 데 그쳤던 우정열 기자는 '기자의 눈'에서는 약 1,400자 정도의 양으로 친일인명사전 발간 대회 풍경을 지켜 본 자신의 소감을 늘어놓았다.


우정열 기자는 김병상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이 했다는 "일제와 손을 잡은 (사람들의) 피가 뒤섞여 우리 민족의 순수함이 파괴되고 이 나라를 부끄럽게 만들었다"는 말, 친일사전 발간대회를 보러 온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했다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친일파 척결을 제대로 못해 대한민국 현대사가 오욕의 역사로 전락했다"는 말 등을 들며 "사실과 주장, 의견과 믿음이 구분되지 않은 말의 홍수 속에서 냉정한 이성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고 친일사전 발간대회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나아가,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주장을 펼치는 집회 참가자들도 많았다"며 "친일문제와 전혀 무관한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자'는 피켓을 들고 나온 이도 있었다. '미디어 악법을 저지하자'며 최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비난하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또 "국민 편 가르기와 정권 성토의 기회로 삼으려는 단체도 있었다"며 "이 단체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시위 때부터 집회 현장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단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정열 기자는 "이 자리가 과연 학술 연구의 성과물을 발표하는 곳인지, 정치 집회 장소인지 분위기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번 일을 반정부 시위로 연결하며 우리 사회를 다시 갈등구조로 몰고 가려는 일부 세력의 행태는 더욱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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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신통방통한 '기자의 눈'이고 귀다.
어쩜 이렇게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가 있는지.

우정열 기자의 전날의 기사와 오늘의 칼럼 어디에서도 친일사전 발간의 의미를 평가하거나 하다못해 누구의 어떤 행위를 친일로 규정했는지 친일사전의 내용 한 줄 언급한 부분조차 찾을 수 없다. 그저 "자신의 신념과 관점이 곧 '진보'와 '정의'라는 확신으로 4000명이 넘는 인물에게 '친일파'라는 낙인을 찍은 연구소의 방법이 역사를 통찰하는 진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현학적이고도 추상적이고도 지극히 단순한 개인의 느낌에 불과한 말 그대로 '의문'만 있을 뿐이다.

사진을 보아하니 아직 젊은 기자같은데, 동아일보에 몸담고 있으니 벌써부터 못된 것만 배운 모양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4000명 넘는 사람을 친일파로 낙인을 찍었다면, 적어도 2~3명 정도라도 민족문제연구소가 어떤 행위에 대해 뭘 어떻게 평가했길래 사전에 수록했는지, 그게 왜 '낙인찍기'인지 정도는 언급해줘야 할 게 아닌가. 앞뒤없이 그냥 "여전히 의문"이라고 의심만 하면 끝인가.

그래놓고, '친일인명사전 발간 보고대회'를 취재했다면서, 정작 친일인명사전 자체보다는 이런저런 피켓을 들고 나온 사람들을 끌어들여 '반정부시위' 어쩌고, '정치 집회 장소' 저쩌고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동아일보의 촉망받는 기자가 아닐 수 없다.

여보세요. 우정열 기자. 그렇게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칼럼 쓰고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흠집내니 기분 좋으세요? 나는 젊은 기자의 앞날이 더욱 우려스럽네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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