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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마은혁 신상털기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11.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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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마은혁 판사에 대한 대대적인 마녀사냥에 나섰다.
마은혁 판사의 과거 행적을 샅샅히 뒤지며 색깔을 덮어씌우고 있다. 과히 '동아일보판 신상털기'라 할 만 하다.

마은혁 판사는 올해 초 국회에서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의사당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벌였던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을 검찰이 기소한 데 대해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보좌관 모두를 대상으로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퇴거를 요구했는데 민노당 관계자들만 기소한 것은 사회적 신분에 따라 차별 취급한 것으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공소 기각 판결을 내어 주목을 받았다.

지극히 합리적이고, 당연한 판결이다. 이런 판결이 주목을 받는 것 자체가 얼마나 그동안 검찰의 기소가 자의적 잣대에 의해 남발되었는지는 역으로 보여준다 할 것이다. 국회에서 농성을 벌인 것이 잘못이라면 민주당 당직자와 민주노동당 당직자 모두에게 다 같이 죄를 물어야 할 것인데, 유독 검찰은 민주당 관계자 한명에 대해서는 '가담 정도가 낮다'며 훈방했고, 민주노동당 당직자에 대해서만 관련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마은혁 판사는 이러한 검찰의 편의적이고 자의적인 기소에 일침을 놓은 것이다.

하지만 조중동에게는 이런 마은혁 판사의 판결이 곱게 보일리가 없었다.
조선일보는 9일 사설을 통해 "담당 판사는 법원 내 특정 성향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고 한다"며 "판사가 한쪽 편에 선 독단적 선입관으로 판례를 거스르고 다른 판사들과 정반대 판결을 내리는 이번 같은 편향적인 돌출 판결이 쌓이면 사법 신뢰는 물론 법적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이후 더 큰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11월 10일 동아일보 기사


10일 동아일보는 마은혁 판사가 "최근 노회찬 전 민노당 국회의원의 후원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마치 마 판사와 민주노동당 또는 진보세력과의 친분관계 때문에 그런 판결을 내린 것으로 몰아갔다. 사실대로 하자면 마 판사가 참석한 행사는 '노회찬 개인 후원회'가 아니라 노회찬 대표가 만든 '마들연구소 창립 1주년 후원의 밤'이었다. 그리고 마 판사와 노회찬 대표는 20년 동안 알고 지낸 관계고, 특히 최근 마 판사가 부친상에 이어 부인상까지 치르게 되는 등 힘든 과정을 겪는 와중에 노회찬 대표가 문상을 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줘 그에 대한 답례로 후원행사에 참석한 것이라 한다.

서로의 경조사에 예의를 갖추는 것은 한국사회의 좋은 전통이다. 그런데 이걸 트집잡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마녀사냥에 나선 것이다.

11월 11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11일 사설 <마은혁 판사 보면서 사법부 신뢰할 수 있겠나>에서 "두 사람의 관계나 마 판사의 정치 성향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면 문제"라며 "마 판사가 정치 성향과 관련된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는 처신을 한 것부터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두번이나 가족상을 당해 힘들어할 때 거듭 문상을 와 도움을 준 사람에게 인사한 게 잘못이라니... '보수신문'이라는 동아일보의 '보수'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급기야 동아일보는 오늘(12일) <'민노당 12명 공소기각 판결-노회찬 후원회 참석' 마은혁 판사/사회주의 혁명조직 핵심멤버였다>는 자극적이고도, 무시무시한 제목을 달아 마은혁 판사를 난도질했다. 그야말로 마은혁 판사에 대한 동아일보의 '신상털기'라 할 만 하다.

11월 12일 동아일보 기사


마은혁 판사는 과거 인민노련(인천지역 민주노동자 연맹)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에 이런 조직에 몸담은 사람은 판사도 될 수 없고, 자신의 양심에 비춰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말인가?
인민노련 자체에 대해서도 동아일보는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이라고 했지만 1980년대의 잣대를 2009년까지 들이대는 것은 절대 온당하지 못하다. 지난해 경찰과 검찰은 '사회주의노동자당'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을 만들고 활동한 혐의로 오세철 연세대 교수 등을 체포하고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지만, 기각당한 적이 있다. 검찰은 다시 영장을 신청했으나 또 기각당했다.

비교하자면, 지금은 활동이 얼마든지 가능한 사노련 같은 조직이 과거 군부독재 치하에서는 드러내 놓고 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하에서 활동했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만일 인민노련이 정말 문제가 된다면 인민노련의 어떤 활동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 활동에 마은혁 판사는 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지적하는 건 또 모르겠다. 하지만 동아일보에 소개된 내용은 "당시 경찰은 인민노련이 인천 부천지역 공장 근로자들을 상대로 사회주의 의식화교육을 시켜 왔으며 배후에서 파업을 독려하는 활동을 벌여온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는 것뿐이다. 이게 무슨 마녀로 낙인찍는 딱지가 될 수 있을까.

또 백보양보해 인민노련이 정말 문제가 있는 조직이라 하더라도 20년이 지난 지금 그때 활동을 탈탈 털어서 마녀사냥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지금 한나라당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신지호 의원이 바로 인민노련 출신이다.
그럼 신지호 의원을 거론하면서 신문에다가 대문짝만하게 "사회주의 혁명조직 핵심멤버였다"고 낙인찍는 게 바람직한가.
김문수나 이재오 같은 사람들의 과거는 또 어떤가.

정말 이런 치졸한 짓거리는 제발 하지말자. 마은혁 판사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 무슨 문제인지를 따지면 되지 거기에 '우리법연구회'니 노회찬과의 관계니, 과거 행적이 왜 거론되나?

11월 12일 동아일보 3면


오늘 동아일보는 미수다에 출연한 어떤 여대생의 발언으로 빚어지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 "하루아침에 온라인이 개인의 사생활 폭로 장소가 돼버린 것에 대해 도를 넘어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한개 지면을 모두 털어 비판적으로 다뤘다. 메인제목은 <그녀의 모든게 '털렸다', 트루먼 쇼처럼>이었고, 하단에는 <디지털 마녀사냥 '신상털기'>라는 제목의 기사도 붙었다.

입 아프도록 한 말이지만, 제발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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