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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以구글制포털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11. 2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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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23) 조선일보 칼럼란(태평로)에 이광회 디지털뉴스부장이 쓴 <구글이 국내 포털에 밀리는 진짜 이유?>라는 글이 게재됐다.

제목만으로는 최근 조선일보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던 구글을 까는 글인줄 알았다. 칼럼의 시작도 그러했다.

이광회는 "한국 시장에서 세계 최고 검색엔진인 구글의 체면이 영 아니다"며 "점유율 66%인 네이버나 다음(20%)과 비교하면 참 초라하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광회는 "체면을 구기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내 포털 관계자들은 '구글보다 앞서는 서비스 경쟁력'을 핵심요인으로 제시한다"고 했다. 즉 국내 포털이 구글에 비해 "검색 외에도 뉴스·쇼핑·날씨·사전·블로그·UCC·지식검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 경쟁력이 앞서기 때문에 구글이 국내 포털에 밀린다는 것이다.

이광회 자신 또한 "최고급 백화점의 명품매장처럼 상품(검색정보)을 예쁘게, 맛깔스럽게 진열하는 서비스에서 앞선다는 뜻인데 사실이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최근 조선일보에서 봤던 구글 관련 글들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좀 있다 제시하겠지만, 올해 4월만 해도 조선일보에는 구글의 검색기능과 구글의 서비스 정신을 문제삼는 글이 실렸다. 그런데 이 칼럼에는 반전이 있었다.

이광회는 이어 방향을 국내 포털로 틀더니 "아무리 명품매장이라 해도 진열된 상품들이 불량상품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며 포털의 불량상품 정보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거론하더니, "네이버·다음 등에 올려진 뉴스기사도 불량스럽기는 마찬가지"라며 포털에서 서비스되는 기사들과 포털의 공생관계를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이광회는 "국내 포털들은 불량·불법정보를 모아서 보기 좋게 진열하는 포장술에 아주 강하다. 반면 구글은 자체 컴퓨터 네트워크에 의해 취합 분석된 정보를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단순 정보제공을 고집한다" "구글 스스로 '컴퓨터가 인터넷정보를 찾아서 나열할 뿐 사람이 개입하지는 않는다'는 구글식 웹민주주의를 표방한다. 구글의 경우를 보면 최소한 국내 포털들처럼 나쁜 정보를 좋은 정보인 양 현혹하고 호도하는 일은 없다"고 구글을 칭찬했다. 구글과 국내 포털을 비교하며 국내 포털을 깐 것이다.

그리고는 최근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의 기사를 구글에서 볼 수 없게 하겠다고 한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 회장을 끌어들이더니 "머독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게 된다면 국내 포털을 보고 무슨 욕을 퍼부을지 정말이지 궁금해진다"며 "국내 포털들이 구글보다 잘나가는 이유를 알고 나면 소름이 돋는다"고 국내 포털을 비판하며 글을 맺었다.

이광회의 오늘 칼럼은 나로서도 사실 상당 부분 공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동안 조선일보의 구글 관련 기사와 칼럼을 봐 온 나로서는 구글을 끌어들여 국내 포털을 공격하는 '조선일보의 以구글制포털'이 참 간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귀엽기까지 하다.

왜 그런지 한번 살펴보자.

4월 20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구글, 한국에서 왜 비실비실거릴까?>


지난 4월 20일 조선일보는 '뉴스블로그'라는 란에 <구글, 한국에서 왜 비실비실거릴까?>라는 글이 게재됐다. '구글코리아'의 건물이 '실패'해 무너지고 있는 이미지와 함께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는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한 이 글은 구글코리아가 광고영업 등 분야에서 직원은 감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인터넷업계에서 "구글코리아가 '글로벌 스탠더드'만 내세우면서 검색 광고 서비스의 현지화에 힘쓰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며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글코리아는 빨라야 하루, 길면 일주일이 걸릴 정도로 한국적인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는 등의 '한 인터넷 광고 대행사 직원'의 말을 소개했고, 나아가 "검색사업도 마찬가지"라며 "세계 최고의 검색기술을 갖고도 '글로벌 스탠더드'만 고집하면서 한국 네티즌들이 원하는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데 실패해 시장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고 구글을 비판했다.

이런 이유들을 내세우며 "구글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며 심지어 "이에 따라 구글코리아가 머지않아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이 글을 쓴 이는 정진영이라는 기자로, 정진영은 "'글로벌 스탠더드'만 고집하면서 한국 네티즌들이 원하는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고 했는데, 이광회는 정진영이 이야기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구글 스스로 '컴퓨터가 인터넷정보를 찾아서 나열할 뿐 사람이 개입하지는 않는다'는 구글식 웹민주주의를 표방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글의 검색방법은 변함없는데 조선일보의 누구는 한국 네티즌이 원하는 결과를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고 혹평한 반면, 조선일보의 또 다른 누구는 '구글식 웹민주주의'로 호평한 것이다.

왜 이런 정신분열증적 행태가 한 신문 안에서 벌어지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이렇다. 어떤 현상이나 사안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아전인수격으로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써먹기 때문이다. 구글을 깔 때는 국내 포털을 칭찬하고, 국내 포털을 깔 때는 구글을 칭찬하는 코미디가 그래서 벌어지는 것이다.

2008년 12월 17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무책임한 구글 "난~ 검색만 할 뿐이고">


실제로 2008년 12월 17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무책임한 구글 "난~ 검색만 할 뿐이고">라는 글(역시 정진영이 썼다)에는 네이버·다음·야후 등 국내 포털업체 대표들이 모여 유해게시물 자율규제를 위한 '건강한 인터넷을 위한 포털자율규제협의회'를 출범시켰는데, "구글코리아는 참석하지 않았다"며 "구글코리아가 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라고 구글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광회 왈 '머독이 보면 무슨 욕을 할 지 모를 국내 포털의 나쁜 정보'를  스스로 규제하기로 했다면 그것대로 평가하면 그만일텐데 굳이 '시장점유율 3%'에 불과한 구글을 끌어들여 구글을 깐 것이다.
이는 '조선일보의 以포털制구글'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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