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 사장(물론 그는 지금 KBS 사장 자리에 앉아 있지 않지만, 그가 불법에 의해 KBS 사장에서 쫓겨났다고 법원이 판결한만큼 그는 아직도 KBS 사장이다)이 한겨레로 돌아왔다. 한겨레가 얼마 전 새롭게 구성한 외부 필진에 정연주 사장이 포함되었는데, 오늘 그의 첫 칼럼이 게재됐다.
제목은 <조폭언론 일망타진>. 예사롭지 않다. 그는 한겨레에 몸 담고 있을 때 조중동을 두고 처음으로 '조폭언론'이라고 명명해 주목받은 적이 있었다. 그 덕에 KBS 사장 자리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조중동으로부터 공격받았다. 그런 그가 다시 한겨레 지면으로 돌아와 내뱉은 첫 일성이 "조폭언론 일망타진"이다. 반갑고도 감회가 새롭다. 더구나 "일망타진"이라니, 그가 조중동을 일망타진할 방법을 알려주는 것일까?
정연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조중동을 조폭언론이라 지칭한 이유가 있었다. 조폭처럼 자기네 영역(이익)을 지키기 위해 인정사정 보지 않고 (언어)폭력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키려 한 ‘자기네 이익’은 친일 또는 군부독재 정권과의 유착 등을 통해 얻은 기득권을 유지 확대하는 것, 이를 위해 가치와 이념을 공유한 기득권 수구정당의 권력장악과 장기집권을 적극 도모하는 것, 그 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는 조중동을 조폭언론이라 부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고 조폭언론과 한나라당이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다며 "이 일란성 쌍둥이 집단이 그들 권력의 장기화를 위해 집요하게 꾸미는 일이 하나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신방겸영을 허용하여 조중동에게 종합편성 채널을 갖게 함으로써 "신문과 방송 모두 수구 일색의 구도로 굳히려는 것", 즉 미디어법을 통한 '조중동방송'의 탄생이 그것이다.
그런데 정연주는 "이 미디어법 체제로 탄생할 ‘조중동 방송’이 ‘죽음의 덫’이 되어 방송의 모태인 조중동 신문까지 함께 껴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 결과는 ‘조폭언론 일망타진’이니, 참으로 기묘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전망했다. 조중동이 조중동방송을 갖게 되면 자멸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무슨 근거로 그는 이런 주장을 할까?
첫째, "우선, 단순하게 시장 논리대로 가면 그렇다"고 한다. "종합편성 채널 3개 생겨서, 기존의 지상파 3사와 함께, 정해진 광고시장을 가지고 서로 피투성이 경쟁을 하게 되면, (기사로 광고주를 겁박하는) 조폭 체질로 운영해온 아날로그식 신문경영 방식으로는 디지털 시대의 방송시장에서 딱 죽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종합편성 방송을 시작하고 운영하려면 그 아날로그식 조폭 체질로는 엄청난 비효율을 극복할 재간이 없어, 수천억원의 함몰 비용을 순식간에 쏟아붓게 된다. 함몰 비용은 회복 불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둘째, "미디어법의 근거와 관련하여 헌재는 절차상의 위법을 지적했고, 국회 스스로 위법을 시정하라고 입법형성권을 가진 국회에 위임했다. 그런데도 절차적 위법을 시정하지 않으면, 그런 중대한 흠결을 가진 위법의 미디어법을 바탕으로 출범하는 조중동 방송은 위법 체제"라는 것이다.
셋째, "조중동 방송 살려주기 위해 황금채널 배정해주고, 의무 재전송도 강요하고, 광고와 규제면에서도 온갖 특혜를 다 주려 하는데, 이건 분명한 불공정 거래들이니 이 또한 불법"이고,
넷째, "조중동 방송은 ‘보수이념의 선전도구’인 미국의 폭스 채널 이상으로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된 방송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건 방송허가 기준 사항인 공정성 조항에 분명 위배되는 것"이라고 한다.
정연주는 따라서 '조중동방송'이 "출발부터 위법 체제요, 온갖 특혜의 불공정 거래에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조중동식 방송까지 더해지면 이건 방송 재허가 때 당연 허가 취소해야 할 중대 사안들"이라며 "정권교체하여, 제대로 법과 규범을 지키기만 하면(민주주의 사회라면 마땅히 그리해야 한다) 위법, 특혜, 불공정 거래 등의 결과물인 조중동 방송의 일망타진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물론 변수는 있다. 첫째, 종편을 하나 정도만 허용하는 것이다. 실제 방통위는 종편을 몇개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꽤나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고 한다. 한정된 광고 시장의 규모로 보자면 새로 허용되는 종편이 하나 정도면 생존이 가능한 데 3개나 허용하게 되면 정연주 사장의 지적처럼 피 튀기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자멸하게 된다는 예상을 전문가들은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도 조중동과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에게 좋지만은 않다. 만약 조중동 중 누군가에만 종편을 허용하게 되면 탈락한 신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하고 위법한 체제가 그대로 존속될 경우가 그렇다. 이는 너무 암울한 예상이니 더 이상 언급하지는 말자.
정리하자면, 시장 경제의 원칙대로 그리고 정의가 실현되는 역사의 진리대로라면 '조폭언론' 조중동의 일망타진은 예견된 미래라는 것이 정연주 사장의 예언이다. 그러면 이참에 아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모두가 종합편성채널을 하나씩 가지도록 내버려두는 게 좋을까? 솔직히 내심 지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 칼부림까지도 서슴지 않았던 이들이 아닌가.
하지만 그럴수는 없는 노릇. 더구나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폭처럼 인정사정 보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기 때문"에 상식과 합리적 이성의 수준에서는 저들이 어떤 짓을 할 지 가늠하기 힘들기에 더더욱 그렇다. 바로 정연주 사장 퇴출을 위해 저들이 저지른 짓만 봐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어쨌거나 다시 한겨레로 돌아온 정연주 사장의 글은 반갑다. 비록 그가 쫓겨난 뒤 KBS는 망가질대로 망가졌지만, 대신 한겨레에서 정연주의 칼럼을 다시 보게 됐다. 앞으로 그가 '조폭언론' 조중동을 향해 얼마나 매섭게 필봉을 휘두를 지 기대된다.
(아래 '펼쳐두기'에서 정연주 사장이 한겨레에 '논설주간'으로 있던 시절 '조폭언론'을 질타한 칼럼 세 편을 소개한다)
한국신문의 조폭적 행태(1) 한겨레 2000.10.11
1970년대 후반,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감옥에 간 적이 있다. 자유언론을 외치다 75년 (동아일보)에서 추방된 선배들과 함께 구속됐다. 그때 같은 감옥에 들어 와 있던 우리 사회 조직 폭력계의 거물급 몇 사람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막강한 힘과 조직과 돈을 가진 대단한 특권층이었다. 청와대 경호실과 검찰 고위층들이 구치소장 방까지 찾아와 특별면회를 했고, 교도소 안에서도 자유롭게 활보하고 다녔다. 왕초를 보살피는 부하들의 극진한 태도를 보면, 그들은 분명 황제였다. 그 황제의 말 한마디에 부하들은 죽음도 마다지 않을, 절대적인 충성심까지 보였다. 이들이 풀려나갔을 때 교도소 앞에 늘어선 수십대의 고급 승용차와 부하들의 행렬은 영화에서나 봄직했던 장관이었다고 한 교도관이 전해줬다.
'야성' 명분 내세워 무차별 공격
한국 조폭의 역사를 보면 신상사파가 명동을 지배하던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먹'이 지배하던 '낭만적인' 시대였다. 그러나 일본 회칼과 몽둥이가 등장하여 신상사파를 무너뜨린 이후 이 땅의 조폭들은 잔인하고 냉혹해졌다. 자기들의 이익과 관할영역 확대를 위해 무자비하게 칼과 몽둥이를 휘둘렀던 것이다. 최근 일부 신문의 행태를 보면 칼과 몽둥이를 마구 휘두르는 조폭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참담한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해당 언론사 안에서조차 "우리가 조폭과 무엇이 다르냐"는 자조섞인 개탄의 소리도 들린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조선일보)가 보여온 사설 논평은 거의 무차별적 공격이 주종을 이룬다. 6월13일치 사설에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던 조선일보는, 그 뒤 각종 남북회담이 열릴 때마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첫 국방장관 회담 때는 '긴장완화'가 빠졌다고 다그쳤고, 이산가족 회담 때는 '면회소 설치' 문제에 진전이 없다고 호되게 비판했다. 그러다가 일부 회담에서 진전이라도 있을라치면 이번에는 '과속'이라고 나무랐다. 남북화해 시대에 대한 극도의 혐오와 저항이 사설과 칼럼 곳곳에 피처럼 배어있다. 그 모습이 조폭의 격한 칼질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무차별적 비판이 '야성'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한 언론행위처럼 일부에서 평가되기도 한다. 극우와 수구라는 이데올로기에서 이처럼 격렬한 붓의 칼을 휘두르는 조선일보와 달리 동아일보는 일관성도 없이 자기들의 조직이익을 위해 마구 칼을 휘두르는, 전형적인 조폭 체질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동아일보 보도가 심상치 않다. 정부 비판의 강도를 높이면서 영남지역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동아일보 내.외부로부터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미디어 오늘>이 최근 전한 내용이다. 동아일보 9월9일치 '대구.부산에는 추석이 없다'는 기사에 대한 회사 안팎의 비판을 전한 이 신문은 동아일보가 정부 '때리기', 영남 '달래기'를 하는 원인으로 열세에 몰린 영남권 사세 확장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실었다. 그리고 "정부에 요구했던 부지 매입과 동아방송 반환요구가 거절된 때문이라는 지적도 언론계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고 썼다.
젊은 언론인들 일어나라
언론 망국론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군부 독재정권에 빌붙어 온갖 굴종과 왜곡으로 군부독재 정권의 수명을 떠받쳐온 수구언론,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면서 조폭적 행태를 일삼는 세습 수구언론의 사주들, 이들 사주들에게 충성을 바치는 중간 보스들의 노예근성과 이들이 휘두르는 붓의 폭력성, 관할영역 확대를 위한 피투성이 싸움처럼 판매부수 1위를 위해 벌이는 살인적인 판매 경쟁 양태, 이런 수준의 신문들이 신문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면서 이 땅을 황폐화하고 있는 이 처절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이 땅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공동체 건설을 바라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젊은 언론인들이여, 일어나 조폭적인 사주들에게 저항하라. ====================
한국신문의 조폭적 형태(2) 한겨레 2000.10.25 정연주
지난 13일 오후 동아일보사 김병관 회장이 고려대 앞에서 보여준 코미디성 해프닝과 그후 상황은 이 땅의 세습언론과 세습사주들의 행태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매우 희화적으로 보여줬다. 김 회장의 횡설수설과 해괴한 행태는 그 자신 많은 이들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나서 한마디 거들게 할 정도였다. 김 전 대통령은 (동아일보) 기자더러 "너거 회장한테 술 좀 그만 묵고 다니라 그래라. 그래 갖고 회사나 학교나 운영이 되겠나"고 나무랐다. 이에 앞서 김병관 회장은 고려대 앞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하사'했다는 시디에 담긴 (심장에 남은 사람)의 가사를 읊조리기도 하고, 그가 주사파라고 욕했던 농성 학생들과 함께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반 아셈'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번 이 난에 실린 '한국 신문의 조폭적 행태'라는 글 복사본을 흔들며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아비 덕'에 언론황제
김병관 회장의 술주정과 횡설수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 보도를 보면, 그는 술이 취한 상태에서 동아일보 지면을 비판한 사내 공정보도위원회 간사인 여기자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으며, 지난해 9월에는 낮술에 취해 동아일보사 편집국을 방문한 '왕과 비'의 여주인공 채시라에게 "대왕대비 마마!"를 외쳤다고 한다. 결국, 이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춘 알코올 중독성 인물이 우연히도 동아일보사 사주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덕에 세습사주가 되어 신문과 여론을 쥐락펴락해 왔다. 그의 해괴한 행태와 술주정이 잠시 배꼽을 쥐게 하는 우스갯거리가 될지 모르지만, 이런 인물이 한국 언론의 주요 부분에서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처절하고 끔찍하다. '아비 잘 둔 덕'에 세습사주가 되어 언론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곳이 어디 이 신문사뿐이겠는가? 한국 신문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은 모두 이런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세습사주들이 지배하고 있다. 지난번 칼럼에서 지적했다시피 그들은 조직폭력배처럼 자신들의 영역 확대를 위해 피투성이 싸움도 마다지 않는다. 그러다가도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면 이를 감추기 위해 똘똘뭉쳐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한다. 이번 김병관 회장의 술주정 해프닝은 <한겨레>와 <한겨레21>,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그리고 <시사저널> 등에만 보도됐을 뿐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 일간지들은 침묵했다. 그 침묵은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조폭성 사주들과 그들이 지배하는 한국 신문들의 뒤틀린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신문의 지면을 통해서는 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기업주의 도덕성을 수없이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의 불투명하고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동에 대해서는 '조폭의 의리'를 발휘하여 한사코 침묵한다.
언론노조여 깨어나라!
한국 신문의 개혁에 대해 수많은 처방들이 나왔다. 족벌의 주식소유에 한도를 두고, 공정거래법을 철저하게 적용하고,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정기적이고 철저한 세무사찰을 하는 것 등이다. 이런 제도적 개선과 함께 세습언론 내부에서 적극적인 혁파운동을 벌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해당 언론사의 노동조합이 자사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대자본의 횡포에 맞서는 참된 노조로 거듭 태어나는 일이 매우 절박하다. 대자본의 상징인 세습사주의 제왕적 권력에 맞서 제몫을 하는 온전한 언론으로 태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런 노조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26년 전 동아.조선일보의 젊은 기자들이 유신독재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언론의 횃불을 높이 든 10.24 기념일이다. 이제 오늘의 젊은 기자들은 유신독재의 굴레가 아니라 언론황제가 지배하는 대자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2의 10.24 자유언론 실천운동을 해야 할 때가 됐다. 동지들, 그렇지 않은가? ========================
'조폭' 그후 한겨레 2000.11.08 정연주
'한국 신문의 조폭적 행태'에 대한 두 편의 글이 나간 뒤 많은 반응이 있었다. 전자우편도 많이 받았고, 이런저런 평가의 말씀들도 들었다. '조폭적 행태' 2편이 나갔으니, 몇 편까지 나올 것인지를 묻는 질문도 있었고, 칼럼을 100장이나 복사해 아파트 들머리와 지하철 벽에 붙였다는 어느 할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스스로 숙연해진 적도 있었다. '논설주간'의 글로는 너무 격하다는 회사 안 일부 동료들의 비판도 있었으며, 도대체 네까짓 게 뭔데 '민족지'인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그렇게 비판하느냐는 소리도 들었다. 여기서 이런저런 소리에 일일이 답할 생각은 없다. 다만 '조폭적 행태' 후속편은 기회 있을 때마다 쓸 것이라는 점을 우선 밝힌다. 세습 사주들의 제왕적 권력이 소유.경영.편집을 완벽하게 지배하는 지금의 소유구조와 언론상황에서 그들의 조폭적 행태는 끝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이 끝나지 않는 한 그들에 대한 비판은 멈출 수 없는 일이다. 다음 '민족지' 문제다. 허위의 역사가 이제는 웬만큼 알려졌을 법한데 아직도 많은 이들이 조선.동아의 과거에 눈이 멀어 있다. 이 자리에서 그들의 친일행각을 죄다 들출 수는 없어 몇가지 예만 들 터이니, 제발 앞으로는 민족지 운운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민족지'의 친일행각
1930년대 있었던 항일투쟁 가운데 일본인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 사건 하나가 이봉창 의거 사건이다. 1932년 1월8일 한인애국단원 이봉창 의사가 도쿄에서 일본왕 행렬에 수류탄을 던졌으나 암살에는 실패했다. 동아일보는 '대 불경 사건 돌발/ 폐하께옵서는 무사어환행' 이라는 제목으로 "천황폐하께옵서 륙군 관병식행으로부터 환행하시는 어료차에 ."라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호외까지 발행하여 '천황폐하 환행 도중/ 어로에 돌연 폭탄을 투척/ 어료차 별무이상'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동아.조선의 친일보국 언론행각은 38년을 지나면 극에 달하며, 일본왕의 생일인 천장절 때 보인 친일 교태는 더이상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천황폐하께옵서 38회의 어탄신을 맞이하옵시는 날이니 대지에 춘화가 방사하고, . 이 천장의 가절을 봉축하게 되는 것은 경탄의 의와 감격의 정을 더욱 깊게 하는 바이다. 더욱이 옥체 어건강하옵시고, ...앞으로 더욱 황실의 어번영을 봉축하는 바이다."(동아 39년 4월29일치 사설) "이 반가운 날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새로운 감격이 깊어짐을 깨달을 수 있다. . 이날을 당하야 성수의 어무강과 어번영을 봉축하면서 .."(조선 39년 4월29일치 사설) 그리고 동아일보 사주인 김성수는 일제의 조선인 징용이 극에 달했던 43년 (매일신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학도여, 성전에 나서라. 대의를 위해 죽을 때"라고 했다. 이런 내용들까지 알고도 '민족지'라 한다면 더는 할말이 없다. '조폭' 이후 얘깃거리가 또하나 있다. 고려대 앞에서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던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이 최근 명예회장으로 물러서겠노라고 했다. 회장이든 명예회장이든 소유구조에 변화가 없는 한 동아일보사는 김씨 것, 조선일보사는 방씨 것, 중앙일보사는 홍씨 것이라는 사실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다만 김병관 회장의 후퇴는 한가지 시대의 흐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김병관 회장 후퇴가 뜻하는 것
지난 6일치 동아일보 경제면 머릿기사에서 밝혔듯이 "오만한 황제경영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세습사주들은 역사의 도도한 흐름 앞에 퇴출당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동아든 조선이든 중앙이든, 지금처럼 세습 언론황제들이 소유.경영.편집을 철저하게 지배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한국 신문의 조직폭력적 행태는 계속된다. 그러나 무한의 언론권력을 너무 오래 탐하지 말라. 조폭적 행태가 누적되면 언론황제들의 벌거벗은 추한 몸뚱어리는 끝내 온 천하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게 시대의 흐름이다. 그리고 하늘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