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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로 돌아온 정연주의 예언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12. 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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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KBS 사장(물론 그는 지금 KBS 사장 자리에 앉아 있지 않지만, 그가  불법에 의해 KBS 사장에서 쫓겨났다고 법원이 판결한만큼 그는 아직도 KBS 사장이다)이 한겨레로 돌아왔다. 한겨레가 얼마 전 새롭게 구성한 외부 필진에 정연주 사장이 포함되었는데, 오늘 그의 첫 칼럼이 게재됐다.


제목은 <조폭언론 일망타진>. 예사롭지 않다. 그는 한겨레에 몸 담고 있을 때 조중동을 두고 처음으로 '조폭언론'이라고 명명해 주목받은 적이 있었다. 그 덕에 KBS 사장 자리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조중동으로부터 공격받았다. 그런 그가 다시 한겨레 지면으로 돌아와 내뱉은 첫 일성이 "조폭언론 일망타진"이다. 반갑고도 감회가 새롭다. 더구나 "일망타진"이라니, 그가 조중동을 일망타진할 방법을 알려주는 것일까?

정연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조중동을 조폭언론이라 지칭한 이유가 있었다. 조폭처럼 자기네 영역(이익)을 지키기 위해 인정사정 보지 않고 (언어)폭력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키려 한 ‘자기네 이익’은 친일 또는 군부독재 정권과의 유착 등을 통해 얻은 기득권을 유지 확대하는 것, 이를 위해 가치와 이념을 공유한 기득권 수구정당의 권력장악과 장기집권을 적극 도모하는 것, 그 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는 조중동을 조폭언론이라 부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고 조폭언론과 한나라당이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다며 "이 일란성 쌍둥이 집단이 그들 권력의 장기화를 위해 집요하게 꾸미는 일이 하나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신방겸영을 허용하여 조중동에게 종합편성 채널을 갖게 함으로써 "신문과 방송 모두 수구 일색의 구도로 굳히려는 것", 즉 미디어법을 통한 '조중동방송'의 탄생이 그것이다.

그런데 정연주는  "이 미디어법 체제로 탄생할 ‘조중동 방송’이 ‘죽음의 덫’이 되어 방송의 모태인 조중동 신문까지 함께 껴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그 결과는 ‘조폭언론 일망타진’이니, 참으로 기묘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전망했다. 조중동이 조중동방송을 갖게 되면 자멸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무슨 근거로 그는 이런 주장을 할까?

첫째, "우선, 단순하게 시장 논리대로 가면 그렇다"고 한다. "종합편성 채널 3개 생겨서, 기존의 지상파 3사와 함께, 정해진 광고시장을 가지고 서로 피투성이 경쟁을 하게 되면, (기사로 광고주를 겁박하는) 조폭 체질로 운영해온 아날로그식 신문경영 방식으로는 디지털 시대의 방송시장에서 딱 죽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종합편성 방송을 시작하고 운영하려면 그 아날로그식 조폭 체질로는 엄청난 비효율을 극복할 재간이 없어, 수천억원의 함몰 비용을 순식간에 쏟아붓게 된다. 함몰 비용은 회복 불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둘째, "미디어법의 근거와 관련하여 헌재는 절차상의 위법을 지적했고, 국회 스스로 위법을 시정하라고 입법형성권을 가진 국회에 위임했다. 그런데도 절차적 위법을 시정하지 않으면, 그런 중대한 흠결을 가진 위법의 미디어법을 바탕으로 출범하는 조중동 방송은 위법 체제"라는 것이다.

셋째, "조중동 방송 살려주기 위해 황금채널 배정해주고, 의무 재전송도 강요하고, 광고와 규제면에서도 온갖 특혜를 다 주려 하는데, 이건 분명한 불공정 거래들이니 이 또한 불법"이고,

넷째, "조중동 방송은 ‘보수이념의 선전도구’인 미국의 폭스 채널 이상으로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된 방송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건 방송허가 기준 사항인 공정성 조항에 분명 위배되는 것"이라고 한다.

정연주는 따라서 '조중동방송'이 "출발부터 위법 체제요, 온갖 특혜의 불공정 거래에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조중동식 방송까지 더해지면 이건 방송 재허가 때 당연 허가 취소해야 할 중대 사안들"이라며 "정권교체하여, 제대로 법과 규범을 지키기만 하면(민주주의 사회라면 마땅히 그리해야 한다) 위법, 특혜, 불공정 거래 등의 결과물인 조중동 방송의 일망타진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정연주 칼럼' 전문은 한겨레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정연주 사장의 예언을 실현될 것인가.

물론 변수는 있다. 첫째, 종편을 하나 정도만 허용하는 것이다. 실제 방통위는 종편을 몇개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꽤나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고 한다. 한정된 광고 시장의 규모로 보자면 새로 허용되는 종편이 하나 정도면 생존이 가능한 데 3개나 허용하게 되면 정연주 사장의 지적처럼 피 튀기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자멸하게 된다는 예상을 전문가들은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도 조중동과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에게 좋지만은 않다. 만약 조중동 중 누군가에만 종편을 허용하게 되면 탈락한 신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하고 위법한 체제가 그대로 존속될 경우가 그렇다. 이는 너무 암울한 예상이니 더 이상 언급하지는 말자.

정리하자면, 시장 경제의 원칙대로 그리고 정의가 실현되는 역사의 진리대로라면 '조폭언론' 조중동의 일망타진은 예견된 미래라는 것이 정연주 사장의 예언이다. 그러면 이참에 아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모두가 종합편성채널을 하나씩 가지도록 내버려두는 게 좋을까? 솔직히 내심 지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 칼부림까지도 서슴지 않았던 이들이 아닌가.

하지만 그럴수는 없는 노릇. 더구나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폭처럼 인정사정 보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기 때문"에 상식과 합리적 이성의 수준에서는 저들이 어떤 짓을 할 지 가늠하기 힘들기에 더더욱 그렇다. 바로 정연주 사장 퇴출을 위해 저들이 저지른 짓만 봐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어쨌거나 다시 한겨레로 돌아온 정연주 사장의 글은 반갑다. 비록 그가 쫓겨난 뒤 KBS는 망가질대로 망가졌지만, 대신 한겨레에서 정연주의 칼럼을 다시 보게 됐다. 앞으로 그가 '조폭언론' 조중동을 향해 얼마나 매섭게 필봉을 휘두를 지 기대된다.

(아래 '펼쳐두기'에서 정연주 사장이 한겨레에 '논설주간'으로 있던 시절 '조폭언론'을 질타한 칼럼 세 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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