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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요란 떨지나 말지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9. 12. 1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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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리스'에 대한 기대는 90% 이상 접은 지 오래다.
수없이 많은 드라마를 봐왔지만 '아이리스'만큼 제작진 마음대로 이야기를 짜맞추는 드라마를 찾기도 어려울 것 같다. 물론 막장드라마들이 있지만 '아이리스'의 억지 또한 왠만한 막드를 능가하니 어쩌면 '아이리스'도 막드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아이리스'를 보게 했던 건 약 7% 정도는 블록버스터에 대한 기본적 예의로서 스케일에 대한 기대였고 약 3%는 남북한 당국이 국제비밀 조직 '아이리스'에 맞서 과연 어떻게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까라는, 현실과 전혀 무관하다할 수 없는 '아이리스'의 핵심적 이야기의 흐름에 대한 궁금함이었다.

후자는 여전히 유효하다. 과연 남북정상이 '아이리스'의 방해를 뚫고 회담을 성사시킬지, 그 회담의 성과는 뭘지, '아이리스'라는 드라마가 그것도 특보출신 사장이 들어선 KBS에서 어떻게 그려낼지 자못 흥미로운 대목이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면 마지막까지 놓지 말아야 할 미덕이랄 수도 있고 당연한 의무일 수도 있는 스케일에 대한 기대는 안타깝게도 접을 수밖에 없게 된 듯 하다. 다름 아니라 '아이리스'가 온 나라를 떠들석하게 만들면서, 심지어 시민들의 발목을 12시간이나 붙잡아두면서까지 찍은 광화문 총격신에서 '아이리스'의 밑천은 적나라하게 폭로되고 말았다. 이건 더이상 블록버스터가 아니었다. 그냥 해외로케나 계속 할 것이지..

어떻게 서울 한복판을 12시간이나 빌려쓰고도 그 정도 그림밖에 만들 수 없는 것인지, 이 정도를 만들어내라고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것인지 한심할 따름이다.

'아이리스'의 디테일에 대해서는 극초반 이미 기대를 접었으니, 핵폭탄을 원격으로 터트리기 위해 적어도 15km이상은 광화문에서 떨어져있었을 테러조직이 어떻게 김현준이 핵폭탄 가방을 발견했을 때 마침 광화문에 도착할 수 있었는지, 직접 핵폭탄을 터트리겠다며 광화문으로 간 팀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기위해 남았던 테러조직원들이 뉴스를 통해 광화문에서 총격전이 벌어진 것을 알고 '우리도 간다'며 광화문으로 가 기어이 김현준네와 총격전을 벌이다 죽도록 왜 한국의 경찰, 군인들만 막힌 도로 위에 갇혀야 했는지 따위는 더 이상 '아이리스'를 보며 가지기엔 지나치게 사치스런 기대다.

그런 기대는 접고 그저 '블록버스터다운 스케일이라도 보여다오'라는 소박한 바람을 가졌건만 그마저도 '아이리스'는 외면했다. 그 정도 총격신을 찍으려고 광화문을 통제했다니, 광화문 촬영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드라마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고선 이해하기 힘들다. 거기다 서울시 홍보까지 더해졌으니, KBS와 서울시는 누이좋고 매부좋고였겠지만, 그 바람에 애궂은 시민들만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광화문광장 일대를 휘젓는 추격이 벌어지지도, 박진감 넘치는 격전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광장 전체가 휘말릴 정도의 대규모 총격전도 아니고, 하다못해 수류탄 외에는 별다른 화력도 동원되지 않은, 그저 짧은 거리만 왔다갔다하며 차를 방패삼아 소총과 권총으로 총알만 디립다 쏴대는 화면을 얻으려고 그 난리를 피웠다니... 참 더 할 말도 없다.

 앞으로 이런 거 찍으려면 제발 조용히 자기들끼리 찍어라. 괜히 엉뚱한 기대 갖게 하지도 말고 괜한 불편 끼치지도 말고. 그냥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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