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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채널 11번은 조선방송 7번은 동아방송?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12. 1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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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퇴근 뒤 L씨는 여느때처럼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케이블을 연결한 L씨는 MBC를 즐겨보기 때문에 TV를 켜면 보통 11번 채널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항상 보던 MBC가 아닌 이상한 방송이 나오고 있다.

어라 어찌된겨???

채널을 잘못 맞춰놨나 싶어 L씨는 리모컨으로 11번을 누른다. 역시 그 이상한 방송이다. 지상파채널을 '선호채널' 지정을 해놨던 L씨는 리모컨 채널 버튼을 아래로 눌러 9번과 7번, 5번으로 옮겨가본다. 9번에서는 KBS1이 나오지 않고 7번에서도 KBS2가 아니라 또 다른 이상한 방송이 나온다. 혼란을 느낀 L씨는 재차 버튼을 눌러 5번으로 가보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한 방송이 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어쩌면 이런 일이 곧 실제로 벌어질 지 모르겠다.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라는 박천일이라는 사람이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종합편성채널 활성화 방안'이라는 발제문에, 정부여당이 내년부터 새로 도입하려는 종합편성채널의 조기 정착을 위해 시청자가 찾기 쉬운 낮은 번호대에 배치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12월 14일 조선일보 기사


박 교수는 나아가 그저 낮은 채널대에 배치하는 것을 넘어 "지상파는 미디어 브랜드로서 확고한 위상을 점유한 만큼 유료 방송영역에서는 채널 기득권 축소가 바람직하다"며 "지상파 4개 채널을 3번, 15번 등 이른바 케이블 방송의 '주변 번호대'로 옮기고, 그 사이에 종편과 홈쇼핑 채널을 배치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 케이블TV에서 지상파에 배정된 5, 7, 9, 11번에서 지상파를 빼서 다른 채널(3번 이하나 15번 이상)로 옮기고 그 자리에 새로 도입되는 종편을 넣자는 얘기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박 교수는 "기존 지상파 채널 바뀌어도 시청자들은 알아서 찾아간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박 교수가 종편에 노골적인 특혜를 부여하는 이런 해괴망측하고 시장경제의 원리를 깡그리 짓밟는 주장을 내놓자 종편 진출을 장담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반색을 했다.

12월 14일 동아일보 기사


동아일보는 오늘(12/14) 신문에서 <"채널 안배로 지상파 기득권 축소/종편 등 매체간 시너지효과 높여야">라는 제목으로, 박 교수의 발제문을 상세히 소개했고, 조선일보는 <"새 종편 채널, 낮은 번호대에 배치하자">는 이 보다 더 노골적이기 힘든 제목을 뽑은 것은 물론 "기존 지상파 채널 바뀌어도 시청자들은 알아서 찾아가"를 부제로까지 달아 박 교수의 주장을 소개했다.

사실 종편진출을 노리는 보수신문이 앞자리의 이른바 '황금채널'을 노골적으로 욕심낸 지는 이미 오래다. 지면을 통해서도 자신들의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사실상 특혜를 내놓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조선일보 등이 요구한 '황금채널'은 그나마 지상파의 채널을 차지하는 것까지는 아니었다. 지상파와 지상파 사이 즉 5번과 7번 사이의 '6번', 7번과 9번 사이의 8번, 9번과 11번 사이의 '10번' 등 지금 홈쇼핑들이 차지하고 채널을 요구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아예 지상파더러 '야, 채널 내놓고 뒤로 가'라고 뻔뻔한 요구를 하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8월 11일 조선일보 기사. 종편채널에 대한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박 교수가 주장하고, 조중동이 욕심내는 종편은 한나라당으로 위법한 과정을 통해 처리한 방송법 개정안에 근거한 것이다. 헌재에 판결 취지에 따르면 당연히 국회가 재논의를 해 위법사항을 자체적으로 해소해야 함에도, 불법으로 처리된 법에 따른 종편을 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혜까지 너무도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바로 조중동이고, 조중동과 한 배를 탄 학자들의 염치다.

이대로 가면 L씨의 황당함을 너도 나도 겪게 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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