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소탕작전'(나중엔 '축출작전'으로 바꼈지만)을 펼치기 위해 제작진 왈 'MBC 예능프로그램 사상 최대'의 인력과 물량을 쏟아부었던 일밤 '대한민국 생태구조단, 헌터스'가 방송4주만에 사실상 '종영'했다. 예고에서는 '헌터스'의 이름이 그대로 붙어있었지만 그보다 앞으로 선보일 코너는 '에코하우스'로 명명될 것 같다.
'에코하우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해 출연자들이 에코하우스에서 생활하며 '탄소 제로'에 도전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생태'를 내세웠던 일밤의 공익적 예능의 타겟이 '멧돼지'에서 '이산화탄소'로 급선회한 것이다.
애초 '멧돼지 사냥'이라는 포맷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후 본방에서 재미도 감동도 웃음도 아무것도 주지 못하고 방황하던 '헌터스'를 보며 씁쓸했던 터라 제작진의 결단이 일단 반갑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곧 막을 내릴 것 같다'는 의견이 우세했는데, 그럼에도 '일밤'의 대대적인 변화를 내세우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프로젝트라 포맷을 변경하는 게 제작진으로서는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이 정도면 발빠른 결단이라 할 만 하다.
(관련글 : 새로운 일밤, 멧돼지를 소탕한다는데.. / 오히려 농촌에 민폐끼치는 헌터스 )
'헌터스'와 관련한 지난 글에서도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나는 '헌터스'의 가장 큰 교훈은 '야생은, 야생호랑이 강호동도, 야생원숭이 MC몽도 아니다'라는 점을 방송 제작자들에게 깊이 확인시켜줬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의 '야생' 그 자체, 즉 생태계는 '리얼버라이어티'를 주름잡으며 '1박2일'에서 강호동과 MC몽이'야생'을 내세우고 있다 하더라도, 이들 연예인들과는 달리 제작진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멧돼지'는 예능의 재미를 위해 험한 파도에는 스스로 뛰어드는 '시베리아 야생수컷호랑이 강호동'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