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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민주혁명 참뜻 살리기'를 한다고? 참으세요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10. 2. 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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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권 아래서 방귀 꽤나 뀐다는 부류들의 공통점은 얼굴에 10cm 두께 정도는 될 것 같은 철판을 두르고, 거기다 방탄 유리까지 덧댄 것 같이 뻔뻔하기 짝이 없다는 거다.

오늘 동아일보가 저들의 뻔뻔함을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오늘 동아일보는 자신들이 '창간 90년'을 맞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갑자기 '4.19혁명 50주년'을 1면에 내걸었다.

2월 16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가 4.19혁명을?'

생뚱맞다 싶어지만, 그래도 올해가 4.19 50주년이 되는 해이니, 선의로 봐주자 싶었다. 그런데 1면 중간에 턱 하니 자리잡은 저 문구를 보고는 구토를 참기가 너무 어려웠다.


"민주혁명 참뜻 살리기, 동아일보가 함께합니다"라...

과거, 60년대 동아일보가 4.19 혁명에 일정 정도 기여하고, 70년대 유신독재에 조금이라도 딴지를 건 거 인정한다 치자.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역사일뿐 지금의 동아일보에겐 그런 자신들의 과거를 내세울 자격이 손톱만큼도 없다. 100보 양보해 MB 정권 하에서 동아일보가 하는 짓은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70년대 박정희 유신독재에 저항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고 동아일보에서 강제로 해직된 언론인들에 대한 사과와 복권, 피해보상을 하지 않고서는 동아일보는 '민주'니 '혁명'이니 등의 단어를 지금 자신들의 지면에 실은 자격은 없다고 단언한다.


동아일보는 말한다.
 "올해 4.19혁명 50주년을 맞아 4.19혁명의 현대사적 의미와 젊은 세대들에게 주는 교훈 등을 되새기기 위한 다양한 기획과 행사를 준비했다"고.

제발 부탁이다. 오지랖 넓게 동아일보가 나서 '4.19혁명의 현대사적 의미'를 되새겨주지 않아도 4.19혁명의 현대사적 의미에 대해 되새겨 줄 사람들 많다. 오히려 동아일보가 나서면 4.19혁명의 정신과 의미를 퇴색시키게 되니, 그냥 가만히 있어달라.

오늘 당장 동아일보가 '4.19혁명 50주년'을 꺼내들면서 4.19혁명의 의미는 퇴색됐다. 동아일보에게 4.19혁명은 그 '민주혁명의 의미'보다는 그저 '동아일보 창간 90주년'을 홍보하는 하나의 소재일 뿐이었다.

<총탄에 맞선 민주의 필봉… 동아는 독재타도 선봉장이었다>는 타이틀. 그 아래, "4.19혁명과 동아일보", "동아일보에 실린 김주열 군 사진 도화선", "계엄하에서도 '이승만 박사가 책임지라' 직필", "시위 생생한 보도…시민승리 이끌어"...

2월 16일 동아일보 4면


설령 동아일보가 당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자랑은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짓이다.

"6.25전쟁이 끝난 지 불과 7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시민의 힘으로 부정한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4.19혁명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인촌 김성수 선생이 이승만 대통령 재선 목적의 개헌과 국회의원 구속에 반대하며 독재에 맞서는 비장한 심정을 담아 15m 길이의 사퇴서를 제출하고 2대 부통령직을 내던진 것이 1952년 5월이었다."

- 동아일보 기사 본문 중


그래, 아마도 동아일보 눈에는 당시에도 4.19혁명이 "기적과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학생들과 시민들의 줄기찬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이 끝내 혁명으로 승화된 것이 동아일보의 눈에는 역사적 필연이기보다는 생뚱맞은 '기적'이었을 것이다. 4.19를 '기적'으로 만들고, 4.19와 동아일보의 관계를 미화시키려다보니 1952년에 있었던 일까지 집어넣어야 했을 것이다. 낯 뜨겁다. 후안무치하다.

제발 부탁이다. 동아일보 직원들끼리 4.19혁명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 까지는 뭐라 하지 않겠다. 그러니 제발 '젊은 세대들에게 주는 교훈'을 동아일보가 떠들지는 말아달라.


그냥 참여정부 이후 지금까지 하던 것처럼,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으로, '초대 대통령'으로 미화하는 데나 앞장서라. 갑자기 동아일보가 '4.19 민주혁명' 같은 무시무시한 '좌빨'스러운 단어를 지면에 내걸면 동아일보에 충성스런 독자들이 혼란스러워할 지도 모른다.

(덧) 오늘 조선일보는 역시 창간 90년을 내세워 "'친일청산' 여론을 주도하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염치없고, 뻔뻔한 짓을 하는 게 어찌 이리 닮았는지, 참 신기하기까지 하다.

2월 16일 조선일보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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