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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그냥 정세균·이강래와 같다고 보자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3. 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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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조선일보 창간 90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김영삼옹이 "우리들의 자랑 조선일보가 더욱 번창하길 기원합니다"라고 건배를 제안하자 그에 맞춰 노회찬 대표도 "건배"를 외치며 주변의 한 이름 하는 정관계 인사들과 와인잔을 부딪혔다.

조선일보의 행사에 참석해, 그것도 "조선일보의 번창"을 기원하는 건배까지 한 노 대표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나 역시 이 소식을 접하고 화가 났다. '꼭 가야 했을까?'라고...

사진출처-민중의소리


그리고 마치 데자뷰처럼 이번 일이 느껴졌다. 몇몇이 지적했다시피 2004년 총선 직후였다. 당시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던 초선 국회의원 노회찬은 조선일보 노동조합의 초청으로 조선일보를 방문해 조선일보 조합원(즉 조선일보 직원)들 앞에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노회찬의 강연에 대해 안티조선운동을 하던 시민단체와 여러 인사들이 비판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 노회찬 측의 반응은 이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노조가 부르는 데 가는게 그렇게 나쁜 짓은 아니지 않느냐'는...이번에도 비슷하다. 비판이 빗발치자 노회찬 대표가 '사과문'이랍시고 글을 올렸는데, 내가 보기엔 사과보다는 '항변'에 가깝다. 특히 "우리 안에도 ‘조선일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가 여전히 안타까운 것은 조선일보와 싸우면서, 싸우는 동기가 되었던 ‘조선일보식 글쓰기’를 닮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라고 하는 대목에 있어서는 딱히 더하고 싶은 말이 없을 정도로 실망스럽다.

노회찬이라는 정치인을 귀하게 여겨서, 그런 그가 조선일보 따위가 부르는 행사에 참석해 조선일보의 사람들과 '건배'를 하는 것을 비판하는 의견에 대해 '조선일보식 글쓰기' 어쩌고저쩌고 하는데야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노회찬은 아무래도 앞으로 그런 자리가 있다면 또 갈 사람으로 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노회찬은 이른바 '사과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날 면식이 있는 조선일보의 대표적인 논객 한분은 저에게 소주 한잔 하자고 청했습니다. 만일 그런 자리가 마련된다면 저는 세상을 바꾸려는 정당의 대표답게 조선일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가감없이 전하고 인식과 태도의 전환을 강력하게 촉구할 생각입니다.  

백보 양보해 노회찬의 조선일보를 다루는 그만의 방식을 인정하더라도, 조선일보가, 조선일보 사람이 노회찬의 생각을 가감없이 전하면 인삭과 태도의 전환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다니, 이건 순진하다고 해야 할 지, 아니면 그냥 변명용인지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나는 노회찬이 조선일보와 뭘 하든, 인터뷰를 하든, 행사를 하든, 조선일보에 글을 쓰든 개의치 않으련다. 그저 3월 5일 함께 조선일보 창간 기념식에 참석한 다른 야당 정치인들처럼 그냥 그런 정치인으로 보련다. 그날 민주당 대표 정세균도 민주당 원내대표 이강래도 노회찬과 같은 자리에 있었고, 같이 건배를 했지만, 누구도 정세균에게, 이강래에게 뭐라하고 하지는 않는다.

조선일보 방상훈 회장 곁에서 함께 건배하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노회찬 대표도 저런 정치인과 동급으로 생각하면 되는가.


노회찬은 정세균과 이강래는 비판하지 않으면서 자기만 혼이 난다고 억울해 하는 것 같다. 정세균과 이강래 등에 대한 기대와 노회찬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어떻게 다른지는 전혀 모르고, 아니 이해하지도 않고 말이다.

그렇다면 노회찬도 정세균이나 이강래처럼 정치에 찌들고 찌든 노련한 정치꾼으로 보면 그만이다. 그런 노회찬이라면 조선일보와 뭘 하든 신경 쓸 게 뭐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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