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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이명박 후보에게 완전히 줄섰나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7. 7. 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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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경향신문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와 관련해 “처남 김재정씨가 1982~91년 사이 전국에 걸쳐 47곳의 부동산을 보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3일에는 한겨레신문이 “서울시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 때 그의 이름으로 된 건물 두 채가 있는 서울 서초구 법조단지의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 정비계획’을 구청에 내려보내 결국 제한이 풀린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또 경향과 한겨레는 3일 이 후보의 형제들이 보유하고 있던 은평구 진관외동 땅이 은평뉴타운 사업지구로 지정되면서 10여 억의 토지보상금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 후보 관련 도덕성 논란을 제기했다.


경향과 한겨레의 이 후보 관련 의혹 보도는 합리적 수준


경향과 한겨레의 보도는 ‘아니면 말고’식의 단순한 수준의 의혹제기가 아니라 상당한 설득력과 사실 관계를 근거한 것으로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명쾌하게 해명하고 잘못을 인정할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사과해야 옳다.

경향이 제기한 김재정 씨 관련 의혹의 경우 김 씨가 사들였다는 ‘여의도 면적의 1/4’에 해당하는 부동산 중 상당수가 매입 직후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지가가 급등하는 등, 사전에 관련 정보를 알고 투기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농후하다.

특히 김 씨가 땅을 사들인 시점이 이 후보가 현대건설 사장과 회장을 지내던 시절과 일치해 관련 여부에 대한 이 후보 측의 해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김 씨가 땅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음에도 빚 때문에 재산 가압류를 받은 것과 관련해 ‘김재정 씨가 이 후보의 재산 관리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 후보 측의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또 자신이 시장으로 있을 때 서울시가 서초구 법조단지에 대한 고도제한을 완화하고 은평구를 뉴타운 대상지역으로 선정해 이 후보와 친인척들이 적지 않은 사적 이익을 본 부분이 사실인 만큼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을 걸고 서울시민과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권력개입' 주장하고, 경향신문 고소고발


상황이 이런 만큼 많은 언론에서 이 후보 관련 의혹을 지적하고, 정치권에서 이 후보에 대해 해명을 촉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겠다며 대통령 후보에 나선 유력 후보인만큼 이보다 더한 의혹 제기와 검증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성실히 임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 측에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유승민 의원 등 박근혜 캠프 관계자들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하며 기대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처남의 변호인을 통해 경향의 보도가 ‘허위보도’라며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부동산 거래 내역 자료를 어떻게 입수하게 됐는지” 밝혀줄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급기야 4일에는 경향신문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하고 나섰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한나라당 지도부까지 나서 “정부기관이 아니고는 어떻게 개인의 사생활, 남의 재산을 떼어볼 수 있느냐”며 ‘권력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등 본질적 의혹은 덮어두고 ‘물타기’식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정도로 구체적인 의혹제기에 대해서조차 떳떳하지 못한 채 남 탓을 하는 정당이 정권을 잡은 뒤 어떤 모습을 보일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 의혹 보도가 '공작성 검증'?

더 한심한 것은 보수언론들의 행태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이번 부동산 의혹을 ‘공작성 검증’으로 호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명박 측의 무대응을 비판하지만 이는 중립을 가장한 ‘교묘한 양비론’일 뿐, 중점은 그들이 규정한 ‘정치공작’ 비난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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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7월 4일 사설



중앙은 4일 <공작성 검증도, 무대응도 똑같이 문제다>라는 사설에서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니 만큼 그런 의혹들이 제기되고 해명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문제는 그것이 선거의 필수적 검증 과정에서 제기되는 것이냐는 의문”이라며 “최근 잇따라 제기된 의혹들은 권력의 힘이 개입하지 않고는 파악하기 힘든 정보들”이라고 규정했다.

또 김만복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이른바 ‘X파일’의 존재 여부를 “부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료가 선거운동에 이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며 “분명한 것은 민주주의를 하려면 결코 정보기관의 개입을 용납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해 추측과 의심을 근거로 ‘정보기관의 개입’을 기정사실화해버렸다.


동아는 또한 4일 사설 <이명박 씨 ‘부동산 의혹’ 제기 경위와 실체적 진실>에서 “의혹의 근거가 되는 자료의 취득 경위도 떳떳하다면 마땅히 밝혀야 한다”며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자료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도 의혹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합리적 의혹 제기한 언론에 책임 떠넘기


경향과 한겨레의 보도를 두고 “흑색선전의 조직적 조작과 유포가 이번에도 판을 쳐서는 안 된다”고 짐짓 우려하는 동아의 태도는 그 잣대가 자의적이고 악의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동아일보의 자매지인 월간 신동아는 6월호 <박근혜 X파일 & 히든카드>라는 기사에서 “‘신동아’는 중앙정보부가 작성해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최태민 관련 수사보고서인 ‘최태민 관련 자료’를 최근 모처에서 입수했다”며 박근혜 대표의 최측근 인사로 일컬어지던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을 다룬바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당시 신동아에 대해 ‘취득 경위를 떳떳하게 밝혀라’,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자료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의혹이다’는 지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할 때는 타당한 검증이고, 그저 ‘모처’라고 표현하면 그만이고, 다른 언론사의 검증은 ‘근거없는 의혹제기’에다 ‘흑색선전’이라는 말밖에 안되는 태도다.


동아는 사설 첫머리에서부터 최근 의혹에 대해 “한두 신문이 먼저 대서특필하고, 일부 방송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 한나라당 내 대선 후보 경쟁자인 박근혜 씨 측과 범여권에서 이를 사실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식으로 파장이 커진다”며 마치 중요하지 않은 의혹이 일부 언론의 보도 때문에 문제가 된 것처럼 몰았다.

경향 등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주변 인물의 부동산 보유와 매매에 관한 단순한 사실만 가지고 대선 주자 본인의 문제인 양 비약시키며 엄청난 의혹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이들 부동산의 재산권이 이 씨와 직결되는지 등에 관한 분명한 증거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동아의 주장이 그 같은 의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조선, 'MB캠프 보도자료'나 마찬가지


조선일보는 아예 ‘MB캠프 대변지’나 마찬가지인 듯한 태도를 보였다. 조선은 4일 <이명박 후보와 공직자의 ‘이해충돌’>에서 서초구 법조단지 고도제한 완화와 은평뉴타운 지정 등에 대해 “공직자의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공직자는 이런 상황을 사전에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후보 측에게 일단 친절하게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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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7월 4일 사설



하지만 이후 조선은 “완화된 것도 2개 층이고, 당시 법조단지만이 아니라 서울에서 10개 지역의 고도제한이 완화됐다고 했다” 등 이 후보 측에서 ‘~라고 했다’, ‘~했다며 밝혔다’는 식의 문장을 무려 7차례나 동원할 정도로 사설의 절반 가량을 이 후보 측의 해명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사설’이라기보다는 ‘MB캠프 보도자료’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한 것이다.


사설 마지막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으로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감사원과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시정을 권고했다면 고도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며 “이 후보 건물이 그곳에 있다 해서 하지 못한다면 다른 시민들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이 후보 측 입장을 대변하는 전제 뒤에 등장했을 뿐이다.


이번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몇 가지 부동산 의혹에 대한 조선·중앙·동아 등의 보도와 사설을 접하며 이들 신문이 ‘이명박 후보에게 줄섰다’는 심증을 굳히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론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에게 제기되는 구체적인 의혹을 앞장 서 검증하고 사실 관계를 파악해 독자들에게 알려주려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어떻게 사설에서 이 후보 측의 해명만을 충실히 소개하고, 의혹을 제기한 측에게 ‘증거를 내놓아라’, ‘공작성 검증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동아는 이번 사설에서 “민주주의를 하려면 결코 정보기관의 개입을 용납해선 안 된다”며 “대통령의 선거 중립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선거 중립 못지않게 언론의 중립이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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