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진짜 청소부 김우룡, 남은 건 토사구팽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3. 18. 21:58

본문

워낙에 중요한 '자백'이니 하나 더 쓰자.

김우룡은 자신이 임명한 김재철 MBC 사장을 두고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하니까) 그러니까 김재철은 청소부 역할을 한 거야. 그 점은 인정을 해야 돼요. 물론 김재철이 안 하려고 했지, 그걸로 (김재철 사장은) 1차적 소임을 한 거야"라고 말했다. 자신이 김재철에게 청소부 역할을 시킨 덕에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다"고도 했다.

물론 김재철은 김우룡이 임명한 '청소부'일 것이다. 하지만 진짜 청소부는 따로 있다. 바로 김우룡이 진짜 청소부다.

자, '큰집'의 누군가가 어떤 언론에게 김우룡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치자.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 하니까, 그러니까 김우룡은 청소부 역할을 한 거야. 그 점은 인정을 해야 돼요. 그걸로 김우룡 이사장은 1차적 소임을 한 거야."

100% 사실과 김우룡의 역할에 부합하는 말이다. 바로 엄기영 사장을 사실상 강제로 쫓아낸 것으로 김우룡은 MB정권의 청소부 역할을 충실히 했다.

신동아 4월호 표지

여기서 김재철과 김우룡의 차이!

김재철은 임원 인사안을 내놓으며 MBC 간부를 물갈이 한 게 1차 소임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우룡은 엄기영 사장을 몰아냄으로써 그에게 주어진 '모든 소임'을 다했다. 즉, 김재철에겐 아직 MBC 사장으로 <PD수첩>을 손봐야 하고, 아직 제작 현장에 남아 있는 '좌빨' PD와 기자들을 청소해야 할 임무가 남아 있겠지만, 김우룡은 이제 더 이상 역할이 없다는 거다.

할 일이 없는 김우룡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정권이 기대한만큼 순조롭게 매끄럽진 못했지만 엄기영 사장을 쫓아낸 청소부의 공을 인정해 방문진 이사장 임기 3년을 채우게 할 수도 있다. 다만 김우룡이 뻘짓을 하지 않으면 말이다.

그런데 김우룡은 뻘짓을 했다. 아주 난장판을 만들어놨다. 도저히 그냥 둘 수 없게 만들었다. 이른바 진보좌파진영이 보기에만 그런 게 아니다. 김우룡 편이라 할 세력들이 그렇게 보게 김우룡 스스로 처신했다.


먼저, 동아일보 계열의 신동아조차 김우룡을 두고 "일부 발언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김 사장이 MBC 간부 인사를 앞두고 권력기관(큰집)과 접촉했다는 김 이사장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부부처도 아닌 언론사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문제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김우룡을 버렸다.

김재철 MBC 사장(출처-미디어오늘)

다음, 김우룡이 뽑아준 MBC 사장 김재철은 김우룡을 두고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김우룡 이사장의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면,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세우고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조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철이 김우룡을 버렸다.

그리고, 김우룡이 이야기한 '큰집'으로 추정되는 청와대는 김우룡의 '조인트 발언'과 관련해  "저희가 알지 못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제가 아니라 김우룡 이사장 본인이 답을 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했다. 공을 김우룡에게 넘겼다. 사실상 김우룡을 버린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김우룡은 버림받았다.

엄기영 사장 축출이라는 임무를 충실히 이행한 김우룡은 이제 버림받게 된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 한다.

자, 일단 관전포인트가 하나 있다. 방문진 이사 중 야당이 추천한 이사들이 내일 긴급이사회 소집을 요구했다. 안건은 김우룡 '해임 건의안' 처리다. 만약 내일 긴급이사회가 소집된다면 김우룡의 토사구팽은 현실화될 것이다. 방문진 이사 과반이 동의해야 긴급이사회가 소집되는데, "이사회에서 이번 인터뷰 내용이 방문진 전체의 입장인지 논의해보고, 확인된 사실에 맞게 후속 처리를 해야 할 것"(최홍재 이사) 등 이미 여당 추천 이사들도 방문진 이사회 개최를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야당측 이사들 외에 여당측 이사들도 김우룡의 인터뷰 내용에 "황당해하고 격분한 상태"라고 한다. 김우룡 해임 건의안이 제출되면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김우룡이 완전히 버림받게 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김우룡이 자초한 운명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