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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 = 성적 ↓' 정두언 공식, 거짓 증명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5. 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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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국회의원 정두언이 전국 고교의 전교조 가입률과 수능성적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며 전교조 교사 비율이 높을수록 수능성적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두언이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전교조 가입률이 5% 미만인 학교의 수능 1, 2등급 비율은 14.78%였으나 가입률 40% 이상 학교의 전국 평균 1.2등급 비율은 8.95%로, 전교조 가입률이 높은 학교가 그렇지 않은 학교에 비해 1.2등급 비율이 5.83% 포인트 떨어지는 것이다.

정두언은 이런 자료를 내놓으며 "전교조 교사 가입률이 높을수록 수능성적이 떨어진다는 실증적 결과가 나왔다", "친북반미 정치교육을 시키는 전교조 교사들의 사례가 있는 만큼 전교조 명단공개는 학부모 알권리를 위해 더욱 필요하다"고 전교조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두언 의원, 기호 2번 찍으라고?


정두언의 주장은 그 자체로 일일히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것들이다.

당장 정두언이 내놓은 자로에 의하면 경북 지역의 경우 전교조 교사 가입률이 5% 미만일 때 수능 1, 2등급이 9.6%였고, 전교조 교사 가입률이 40% 이상일 때 1, 2등급 비율이 11%로 더 높았다. 자신이 내놓은 자료만 보더라도 별 분석도 필요없이 반박할 수 있는 주장을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내놓은 것이다.

나아가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 경쟁지상주의자들이 그동안 수능성적 공개를 주장하며 내세웠던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수능 성적 공개가 학생 지도와 성적 향상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보라! 이들이 수능 성적 공개로 학교를 줄세운 뒤 하는 짓이라곤 수능 성적을 활용해 기껏 전교조를 마녀사냥하는 것이다.

지난해 4월 1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교과원)이 지역별, 학교유형별 수능성적을 처음 공개했을 때, 이 자료와 전교조 교사 가입률을 비교해 본 적이 있다.

앞서 동아일보가 전국 고등학교의 전교조/교총 가입률을 대서특필하며 "부산에서는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해운대교육청은 교총 회원이 2372명으로 전교조 조합원 766명을 크게 앞섰다"고 했고, "2008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에 71명을 합격시킨 서울 대원외고와 32명을 합격시킨 전주 상산고는 각각 70여 명의 교사 중 전교조 소속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하는 등 전교조 교사가 많으면 교육열도 떨어지고 서울대도 많이 못간다는 식으로 보도한 전례가 있어, 실제 그런지 살펴본 것이다.

당시 교과원의 수능 성적 공개를 두고 전교조에서는 학교간 경쟁을 부추기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반발했다. 나 또한 전교조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했으나, 당시 공개된 자료를 보니, 전교조에서 굳이 반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한켠에서 들었다.

왜냐하면, 이 자료는 전교조 교사들이 공교육 발전에 얼마나 많은 공을 세우고 있는지를 반증하는 증거자료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그동안 줄곧 '전교조'와 '공교육 하향평준화'를 연결지었던 보수언론의 분석방법을 따를 경우에 그렇다.

2009년 4월 16일자 동아일보와 예전 동아일보 기사를 통해 이를 증명해보겠다. 그리고 정두언의 주장이 얼마나 거짓 또는 억지로 점철되었는지 증명하겠다.

2009년 4월 16일 동아일보 1면


당시 동아일보는 교과원의 수능 성적 공개를 두고 무려 4개 지면을 통해 대대적으로 분석 기사를 실었다. 그것도 1면과 3, 4, 5면 등 주요지면에서 그랬다. 동아일보 1면 탑기사의 제목은 <자율-경쟁-열정... '빛고을'이 '수능 고을'로>이었다. 교과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니 2005년부터 2009년에 걸쳐 수능성적이 가장 좋았던 지역이 광주광역시로 나타난 것을 두고 이렇게 제목을 뽑은 것이다.

동아는 이를 두고 "'광주의 힘'은 교사의 우수성과 노력 그리고 학교 간 경쟁이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애써 무시했는지 모르겠지만 동아가 이야기한 '교사의 우수성'은 내가 보기에 '전교조 교사의 우수성'과 같은 말이었다.

동아일보가 2008년 9월 18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시도교육청으로 제출받은 '초중고 교원단체 및 노조 가입현황' 자료를 받아 1면과 3, 4면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을 보면 전체 교원 중 전교조 조합원 비율은 전국 평균 18.2%였는데, 전남이 35.3%로 가장 높았고, 광주가 31.8%로 두번째를 차지했다.

(관련글 :
기가 차는 동아일보 지면 편집)
(동아일보 관련기사 : 교총 소속 충남 60% 최고 - 서울 30.1% 최저)

그런데, 교과원이 발표한 자료에서 최근 5년간 수능성적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광주는 전교조 교사 비율이 전남 다음으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지역이다. 교총 회원도 광주는 31.8%로 비슷했는데, 교총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교장, 교감 등 이른바 관리직 교원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어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전교조 교사가 훨씬 많은 셈이다. 즉 앞선 동아일보의 관점대로라면 '전교조 교사가 많은 지역이 수능 성적도 잘 나온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동아일보는 광주 지역 "교사의 우수성과 노력"을 평가해놓고도 그걸 전교조와 애써 분리시키고자 기사 말미에
"전교조 소속 교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33.1%에 이르지만 '학력 신장'이라는 목표 앞에서 '이념'이 설 자리는 없었다"고 했다. 스스로도 자신들의 그동안의 주장과 실제 자료가 괴리됨을 안 것이다.

광주지역만 놓고 이런 주장을 하자니, '억지아니냐'고 할 것 같다.

답을 하자면, 광주지역만 그런 것이 아니다.

2009년 4월 16일 동아일보 3면 기사 중

동아일보가 거침없이 지면을 할애해 소개한 내용을 보면, 3면에 "수능 성적 상위권 지역의 특성 살펴보니..."라는 제목 아래, '지자체 공조'의 사례로 "곡성군 '군립학원' 세워 우수학생 지원"이 나온다. "5년간 언어와 외국어 영역의 1~4등급 비율 증가율에서 상위권에 오른 전남 곡성군"에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곡성고, 옥과고 두 곳이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두 학교의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주변 지역에 알려지면서 순천, 여수, 광양시, 고흥, 완도군 등 외지에서 신입생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다시 2008년 동아일보가 공개한 전교조 조합원 현황을 살펴보면,
곡성고의 경우 전체 교원 35명 가운데 교총 회원이 9명에 불과하고 19명이 전교조 교사다. 동아일보 자료에는 어찌된 일인지 옥과고는 없다. 어쨌든 수능 성적이 우수하다는 곡성군에도 적어도 2개 학교 가운데 한 개 학교에는 전교조 교사가 많은 셈이다. 그것도 절반을 넘는다.

또 있다.
아래는 같은 날 조선일보 기사다. '수능 우수 시골학교에선'이란 부제를 단 이 기사는 경남 거창군의 사례를 다루며 "거창군은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이 올라간 경우"라고 거창고거창대성고를 소개했다.

조선일보 기사

두 학교는 명사들을 초청해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회를 열고, 특별활동도 지리산과 한라산을 걸어서 넘거나, 학생들만의 힘으로 텐트를 치고 지리산 기슭에서 야영을 하는 식으로도 경쟁을 한다고 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2009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서 거창고는 과목별로 86~91%의 학생이 1~4등급에 속했고, 거창대성고는 62.1~91.1%가 4등급 이상을 받았다"고 한다.

다시 지난해 동아일보의 자료로 돌아가면,
거창고의 경우 전체 교원 28명 가운데 교총 회원은 1명 밖에 없고, 7명이 전교조 교사다. 전교조 교사 비율이 25%로 전체 평균을 훌쩍 넘었다. 거창대성고의 경우 특히 전교조 교사가 많은데, 45명 교원 가운데 교총 회원은 9명이고, 17명이 전교조 교사였다. 전교조 교사 비율이 37.8%로 대단히 높다.

자, 이쯤되면 수능성적 우수학교 또는 우수지역과 전교조 교사의 연관성이 어느 정도 증명되지 않았는가?

물론 지금까지의 주장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아니 억지다. 세세하게 따져보면 이런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특수사례를 뽑아 '전교조 교사가 많아서 학교 교육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거나 '전교조 교사가 없으니 학생들 성적이 우수하더라'는 식으로 주장해온 보수언론, 특히 동아일보의 주장과 "전교조 교사 많으니, 수능 성적 낮다"는 정두언의 주장에는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유의미한 자료가 아닌가.

정두언!
내가 분석하기로는 전교조 교사가 많으면 수능 성적이 좋은 걸로 나오는데, 당신은 이런 주장을 반박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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