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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노인' 발언과 김무성 '아새끼' 발언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5. 2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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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4월 15일 있을 16대 국회의원 선거를 20여일 앞둔, 3월 26일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미래는 20,30대들의 무대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아요. 꼭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그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2,30대는 지금 뭔가 결정하면 미래를 결정하는데 자기의 이해관계가 걸려있잖아요. 무대에 올라갈 사람이란 말이에요. 이해관계로 봐도 투표에 참여하는 게 자기의 이익이라고요. 자기들 운명을 자기가 결정하는건데…."

대구지역 언론사와의 간담회 직후 국민일보 총선기자단 VJ팀과의 인터뷰에서, 20~30대 젊은층에게 한마디해달라는 취재진에 요청을 받고 한 발언이었다. 20~30대에게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투표에 참여하라는 좋은 취지의 발언이었는데, 젊은 VJ들과 가볍게 인터뷰를 하다 농담처럼 거론한 노인 관련 발언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정동영 의장이 발언이 알려지자, 조선일보는 <"60-70대는 투표날 집에서 쉬셔도 돼 그분들은 이제 무대서 퇴장하실 분들">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기사화했고, <60-70대는 투표 날 집에서 쉬라고?>라는 사설까지 썼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60대 이상은 이제 나라 장래를 걱정할 권리도, 필요도 없다는 뜻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정 의장은 그동안 노인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보아왔는지, 아니면 별 이상스러운 노인네도 다 있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는지 묻고 싶다"고 정동영의 의장을 맹비난했다.

동아일보는 1면에다 <"60, 70대 투표 안해도 돼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싣고,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된다니>라는 사설을 썼다. 특히 또 다른 기사에서는 "정 의장의 발언은 총선 현장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일으켰다"며 "본보 선거취재반이 경기 수원시와 오산시에서 만난 30, 40대 시민 29명 중 28명은 '정 의장이 정말 그렇게 말했느냐'면서 '열린우리당 지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해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심이반을 부추겼다.

정동영 의장의 발언은 이렇게 조선, 동아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며 일파만파 번져갔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전국을 휩쓸던 열린우리당 지지세는 급격히 꺾이게 된다. 정동영 의장의 노인 관련 발언이 아니었다면, 열린우리당은 아마 총선에서 2/3 의석은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6.2 지방선거를 10여일 앞둔 5월 23일, 경남 함안을 찾아 한나라당 후보 지원유세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기초의원이 가 나 다로 돼 있다. '가'는 다 당선되게 돼 있다. 여러분들 아버지는 '가' 찍고, 엄마는 '나' 찍고, 아새끼는 '다' 찍도록 여러분 훈련 잘하시기 바란다."

기초의회 선거구의 경우 2인 또는 3인을 뽑는 곳이 있는데, 여당이 한나라당 후보가 여러명 나왔을 경우 여러명을 다 뽑아라는 의미인 셈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좋은데, 보다시피, 젊은 유권자를 두고 김무성 원내대표는 "아새끼"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아새끼"인 젊은 유권자들은 부모가 시키는대로 투표하는 존재로 전락시켰다.

정동영 의장의 노인 관련 발언과 김무성 원내대표의 아새끼 발언. 굳이 어떤 발언이 더 나쁜 발언인지, 어떤 발언이 실수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정말 폄하할 의도를 가지고 한 발언인지 일일이 따지지는 않겠다. 그저 아무리 낮게 봐도 김무성 원내대표의 발언이 정동영 의장의 발언보다 괜찮은 발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렇다면, 난리가 나야 마땅하다.

2004년 당시 정동영 의장은 노인정을 돌며 어르신들께 큰절을 하며 사과하기까지 했고, 급기야 선대위원장을 사퇴하며 백의종군을 선언하기도 했다. 모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이 지독하게도 그 발언을 물고 늘어지며 악의적인 여론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무어라 요구할 것인가. 적어도 김무성 원내대표가 대학가를 돌며 젊은 유권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들든, 어떤 책임을 지게 만들든 해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그렇게는 해야 하지 않을까?
듣는 아새끼 정말 기분 나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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