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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은 억울하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5. 2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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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비판과 질타가 거세다.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시>를 영진위의 '마스터영화 제작 지원작' 선정에서 탈락시킨 것과 영진위의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 과정에서 특정 작품을 선정하라고 심사위원에게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영화계와 문화계, 시민사회와 정치권에게 거센 비판과 사퇴 요구가 쏟아지자 문화부에서 사실상 조희문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신재민 문화부1차관이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위원장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판단되며,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이다. 신재민 차관은 "위원장(조희문)이 유감을 표명했지만, 그 이상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5월 28일 한겨레


그러자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조희문은 "(영진위는) 독립기관인데 문화부에서 (사퇴 여부를)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처음엔 이런 말을 내뱉는 조희문이 참으로 철면피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조희문은 영진위를 두고 그런 말을 할 일말의 자격도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MB정부 출범 이후 영화계를 포함한 문화계에서는 이른바 '좌파 적출' 작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두팔을 걷어붙이고 이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황지우 한예종 총장이 잘려나가고, 김정헌 문예위 위원장도 해임됐다. 영화계에서도 참여정부에서 선임된 안정숙 영진위 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바로 이전 정권까지 일 잘하고 있던 영진위를 MB정권의 '좌파 적출' 작업의 제물로 만드는 데 조희문이 아주 지대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유인촌의 '문화계 좌파 적출' 작업에 이른바 선봉대 역할을 한 것은 문화미래포럼이라는 단체다. 조희문 또한 이 단체의 주요 회원이다. 문화미래포럼이 2008년 11월 출간한 <새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서 조희문은 한국 영화계에 대해 "이념과 선동의 레드카펫을 걸었다"며 "'표현의 자유' 확대는 기존의 가치와 인식을 전복하는 빌미로 동원되었으며 '스크린쿼터 수호'는 한국 영화 보호의 명분을 업은 채 반미 선동의 명분이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영진위에 대해 조희문은 "영화진흥위원회를 접수한 좌파 세력들이 영화를 동원한 '문화혁명'을 수행했다"며 영진위의 폐지까지 주장했다. 그랬던 조희문이 영진위 위원장이 된 것 자체가 MB 시대의 '블랙코미디'인데, 그 조희문이 '영진위는 독립기구'라며 영진위의 위상을 강조하고 나서다니, 어안이 벙벙하고 그 낯짝이 얼마나 두꺼운지 모를 일이다.

조희문, '제2의 김우룡' 되나

그런데 한 번 더 곰곰히 생각해보니, 노골적으로 '너 이제 나가'라는 문화부에 대해 어쩌면 조희문은 가슴을 칠 만큼 억울할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조희문이 한 짓들은 유인촌 문화부의 입장과 바람에서 전혀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의 작품을 영진위가 지원하지 않는 것이 '좌파 적출'에 눈이 시뻘건 유인촌 문화부의 뜻을 거스르는 것일까?

아마도 '문화혁명'을 수행하려는 좌파 독립영화인들이 만들겠다는 독립영화를 영진위가 지원하지 않고, 영화 제작 경험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고 그저 '대북라디오방송'을 할 뿐인 '열린북한방송'에서 만들겠다는 <꽃파는 처녀-탈북여성인권다큐>를 지원한 것 또한 유인촌 문화부의 뜻을 거스르는 것일까?

결코 아니다. 하나같이 유인촌 문화부가 '좋아라'라며 적극 권장했으면 했지, 이를 두고 탓할 일은 절대 아니다. 조희문으로서는 칭찬을 받아도 부족한데, "책임져라"니, 이렇게 억울할 수가 있나?

MB정권 하에서 '좌파 적출'의 선봉대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는데도, '좌파문화계'의 압력에 못이겨 자신더러 '나가라'하니 조희문으로서는 토사구팽 당했다고 생각할만도 하다. 그런 조희문의 처지가 열심히 일해서 엄기영 쫓아내놓고 쓸데없이 '쪼인트' 발언 잘못해서 토사구팽된 김우룡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조희문은 영화계에서 '좌파'를 걷어내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자 선정과 관련해 '미디액트' 회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는 조희문


지난 2월에도 조희문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동네 개 부르듯 회자된 적이 있다. 조희문 영진위가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자 선정 과정에서 그 동안 열심히 영상미디어센터를 키워왔던 '미디액트'를 탈락시키고 급조된 '듣보' 단체 '시민영상문화기구'를 운영자로 선정한 것과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로 독립영화계에서 10여년 넘게 활동해왔던 이들조차 '모른다'고 한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를 선정한 과정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이또한 영화계에서 '좌파 적출'에 힘쓰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한 조희문더러 유인촌 문화부가 '떠나라'고 했으니, 조희문은 억울하지 않을까?

난 물론 조희문이 즉각 영진위 위원장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리고 물러날 가능성이 크지만, 영진위에 별 기대는 없다.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영진위 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뒤 MB코드의 강한섭이 영진위 위원장이 됐다가, 강한섭이 이러저러해서 물러나자 강한섭보다 더 독한 조희문이 그 자리를 꿰찼다. 조희문이 물러난들 그 자리에 누가 온들, MB정권하의 영진위가 정상화된다는 것은 기대난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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