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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새노조는 왜 파업했나' 그들의 솔직한 고백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7. 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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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본부의 총파업이 이틀을 맞았다. 당장 주말부터 방송이 차질된다고 한다. KBS의 간판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 '1박2일' 등의 제작진도 KBS본부 소속으로 이번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KBS본부는 왜 파업에 돌입했을까?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그래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혹자는 이들이 '임금을 올리기 위해 파업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다른 누구도 아닌 KBS 사측, 즉 특보사장 김인규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KBS본부는 임단협 결렬 때문에 파업했다고 하지만, 공정방송 쟁취 등 회사 경영권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불법이다."

KBS 사측의 이 입장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KBS본부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들어보자.

KBS본부는 오늘 자신들이 '왜 파업하는지'의 내용을 담은 선전물을 만들어 신촌, 광화문, 강남, 서울역 등 서울 각지로 흩어져 시민들에게 직접 알렸다고 한다.

그들은 이 선전물을 스스로 '대국민 반성문'이라 부른다. 다음부터는 왜 그들이 반성문을 썼는지, 왜 파업했는지 스스로 밝힌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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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8일, KBS에 경찰이 난입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정연주 당시 KBS 사

장을 불법적으로 해임하려 했습니다. 양심적인 사원들은 이를 막기 위해 싸웠습니다.

하지만 정권은 경찰을 투입해 KBS 사원들을 끌어냈습니다. 입을 막았습니다.

2008년 낙하산 사장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2008년 8월 26일, 이병순이라는 낙하산 사장이 KBS에 들어왔습니다. 양심적인 사원들은 저항했습니다. 하지만 KBS노조는 낙하산을 막아내지 못했고 파업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병순 사장은 취임 이후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를 폐지시켰습니다.
그리고 낙하산을 반대했던 사원 3명을 해고시켰습니다.노 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는 KBS 취재진이 현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8월8일 KBS에 난입한 경찰에 끌려나가는 사원들

권력의 눈엣가시, KBS 탐사보도팀의 마지막 모습

시사투나잇,미디어포커스 폐지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에서 쫓겨난 KBS 취재진

 2009년 특보 사장을 역시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2009년 11월 24일, 이명박의 선거 특보 출신인 김인규 씨가 KBS 사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사원들은 최선을 다해 김인규를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당시 KBS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를 했지만 부결됐습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는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은 KBS에 분노했고 실망했습니다. 2003년 이후 KBS가 지켜오던 신뢰도 1위와 영향력 1위는 무너졌습니다. 국민들은 더 이상 KBS의 보도를 믿지 못하고 KBS 프로그램을 마음으로 사랑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보사장 김인규의 도둑 취임식

5공 시절 전두환을 찬양하고 있는 김인규 사장

 죄송합니다. 국민의 방송 KBS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청와대 수석을 비판하는 뉴스는 간부들의 방해로 방영되지 못했습니다. 열린음악회는 삼성 이병철 전 회장의 생일날을 축하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권력의 치부를 정면으로 다뤄왔던 탐사보도팀은 폐지됐습니다.
4대강이나 세종시 등 권력이 껄끄러워하는 내용은 제작이 힘들어졌습니다.
KBS 수신료를 거부하는 운동이 벌어집니다. 취재현장에서 KBS 기자들이 봉변을 당합니다. 제작진은 자신들의 무기력함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시청자들은 KBS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여러분 KBS 구성원들은 반성하고 있습니다. 양심적인 KBS인들이 아직 살아있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신뢰를 잃은 K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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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반성문을 쓴 KBS본부는, 이어서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KBS를 살리겠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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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사장과 정치인 사장을 막지 못했던 KBS노조는 반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심적인 KBS 구성원들은 그래서 새로운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2009년 12월 16일 KBS에는 새로운 노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언론노조 KBS본부, 저희들은 <새노조>라고 부릅니다.

<새노조>는 국민의 품으로
KBS를 돌려놓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이 특보 사장이라고 부르는 김인규 KBS사장은 저희 <새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새노조>가 무섭기 때문입니다. KBS를 권력의 품으로 안기고, 국영방송으로 전락시키려는 저들의 음모를 <새노조>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조라면 당연히 맺어야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무실마저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7월 1일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파업 집회를 할 공간마저 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총파업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리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싸움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파업은 KBS를
다시 살리는 싸움입니다
공영방송 KBS를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습니다. KBS에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붕괴되고, 저널리즘 정신이 무너지는 KBS는 더 이상 국민의 방송이 아닙니다. 상식이 거부당하고, 영혼이 짓밟히는 KBS를 다시 살리고자 우리는 파업에 들어 갔습니다.

저희 파업의 뒤에는
여러분들이 계십니다
국민들은, 시청자들은 묻고 있습니다. “왜 KBS 안에는 싸우는 사람이 없느냐”. 이제 우린 파업으로 대답하겠습니다. KBS에도 비판정신은 살아있고, 끈질기게 싸워나가 KBS를 다시 여러분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것입니다. 저희들 뒤에는 국민 여러분들이 있음을 믿고 있습니다.
오늘의 파업은 더 자유로운 방송, 더 공정한 방송, 시청자와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공영방송 KBS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저희 <새노조> 잠시 방송을 멈추고 KBS를 바꾸는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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