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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광이가 달라졌어요' 여성의 눈에는?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10. 10. 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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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사람이야 싫어하겠지만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물론 얄궂게 웃기는 개그야 즐겁긴커녕 짜증과 썩소를 유발하지만, 정말 재밌는 코너를 만날 때의 즐거움을 TV를 즐겨보고 개그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들로서는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이런 코너를 만날 때면 시청을 끝내고 늦은밤 유쾌한 기분으로 숙면에 들 수도 있으니 더더욱 좋다.

최근 이런 코너를 만났다. 바로 <개그콘서트> '우리 성광이가 달라졌어요'이다.(지지난주까지 '우리 성광이가 달라졌어요'였는데, 지난주엔 '우리 성광씨가 달라졌어요'로 코너명이 바뀌었다. 그런데 나는 '성광씨'보다는 '성광이'가 더 좋다) 이 코너를 보고 오래간만에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돌이켜보건대 '분장실의 강선생님' 이후 이만큼 재밌는 코너는 첨인듯 하다.


일단 아이디어가 빛난다. 남녀가 연애를 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이런저런 갈등에 대해 '성광이가 달라졌어요'는 매우 사실적이면서 절묘하게 포착해내고,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풀어낸다.

무엇보다 이 코너가 빛을 발하는 것을 등장인물, 즉 캐릭터의 특성이 개그 구성과 싱크로율 100% 이상으로 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먼저 박성광은 '개콘'에 등장하는 수많은 개그맨들 가운데 이 코너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딱'이다.

박성광은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외치면서도 주목을 받았지만 박성광은 뭔가 억울한데도 이를 해소하지 못하고 버벅대고 답답해하면서 다른 인물에게 항상 당하는 연기는 최고다.

'박대박'에서 박영진에게 항상 당하면서 이런 박성광의 캐릭터가 빛을 발했는데, 오랜만에 박성광에게 어울리는, 박성광이 제격인 역할을 맡은 것 같다. SBS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수없이 등장하는 떼쓰는 아이의 모습을 박성광만큼 제대로 재현해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캐릭터가 있을까 싶다.


"나 잘못한 거 없어!", "이거 놔!"라고 떼쓰고 소리 지르는 박성광의 모습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한번쯤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다.

"우리 성광이, 힘으론 선생님 못이긴다", "이제 그만 뚝"하면서 왜소한 박성광보다 커 보이는 덩치로 박성광을 제압하는 이희경 또한 제격이다. 이미 '슈퍼스타 KBS'에서 '권사'역을 맡아 모든 가요를 '찬송가'로 만들어 큰 웃음을 준 이희경이었는데, 사실 '슈퍼스타 KBS'가 반복되면서 최근에는 캐릭터가 식상해진 면이 있다.

그런데 '성광이가 달라졌어요'에서 선생님 역을 맡아 여성의 심리를 대변하며 여성상위의 자세로 남성을 제압하는 모습은 이희경의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게 했다. 이희경 외에 그 역할에 어울릴법한 개그우먼은 강유미 정도가 아닐까?

다뤄지는 내용도 재밌다. 남녀가 연애를 하다보면 일상에서 '정말 사소하다' 싶은 일로 다투고 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성광이가 달라졌어요'는 이를 잘 포착해냈다. 그리고 남녀의 생각과 시각 차이를 재밌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물론 '성광이가 달라졌어요'는 주로 여성의 시각에서 성광이를 '교화'시키는 내용이 주다. 하지만 남성인 내가 보기에도 '성광이가 달라졌어요'는 그럴법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남녀가 함께 쇼핑을 하거나 외식을 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인데, 비록 '성광이가 달라졌어요'가 여성의 시각에 치우치긴 했지만 남성들에게는 여성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계기를 던져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들에게는 성광이가 선생님에게 제압당해 달라지는 과정이 하나의 카타르시스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는 내가 여성이 아닌 관계로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관객의 반응이 주로 그렇게 나오는 것 같다. 혹시 이글을 읽는 분들 중에 여성들이 계시고 '성광이가 달라졌어요'를 봤다면 어땠는지 좀 알려주시면 고맙겠다.

이 세상 절반의 남성, 그리고 또 절반의 여성.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종다양한 이야기는 오랜 코미디의 소재다. 멀리 '쓰리랑부부'가 그랬고, 최양락과 팽현숙이 호흡을 맞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도시남녀'도 그렇다.

최근에는 '남녀탐구생활'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고, 유세윤과 강유미가 찰떡궁합을 보였던 '사랑의 카운셀러'도 대단히 인상적인 코너였다.


이처럼 남녀간에 벌어지는 일은 시대를 초월한 개그의 소재라 할 수 있는데, '성광이가 달라졌어요'는 개콘에서 오래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남녀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나 지금도 하고 있는 '두분토론'도 같은 범주에 드는 코너이긴 하지만 남녀의 미묘한 심리까지 포착하는 디테일에 있어서는 약하고, 오히려 그냥 한 번 질러대는 모습과 유행어가 남을뿐 내용은 크게 남길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우리 성광이가 달라졌어요'가 계속 '큰 웃음', 즐거운 웃음을 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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