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박칼린쌤, 조선일보 종편 토크쇼 MC 약속했나요?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0. 12. 6. 23:23

본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했던, 그래서 헌법재판소가 '처리과정이 위법하다'했던, 그리고 최근 있었던 헌법재판소 부작위 소송에서도 결코 '합헌'이라는 판단은 받지 못했던 미디어법에 근거해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도입을 진행중에 있다.

이제 곧 심사가 시작될텐데, 6개 사업자가 종합편성방송을 하겠다고 나섰고, 5개 사업자가 보도전문방송을 하겠다고 나섰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들 가운데 심사 결과 80점을 넘는 사업자는 모두 승인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종편을 하겠다고 나선 6개 사업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즉 조중동 3사를 포함해 매일경제, 한국경제, 케이블연합컨소시엄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 모두가 종합편성채널 하나씩 꿰찰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방통위는 이들이 사업 신청을 하며 낸 사업계획서의 요약본을 공개했다. 하나같이 좋은 말들은 다 끌어다 써놨는데, 그 중에 '방송프로그램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이 제법 흥미롭다.


특히 조선일보가 내놓은 '방송프로그램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이 재밌어 소개해본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종편을 하게 되면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할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며 그 예로,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작가의 36부작 개국 특집 홈드라마
- 아이리스를 능가하는 초대형 가상 통일드라마 <한반도>
- 방송뉴스의 혁신 <더 뉴스 8(The News 8)>, <더 인터뷰 10 (The Interview 10)>
- 여성 토크쇼… 따스한 카리스마 ‘박칼린의 헤라’
- 100만명 참여 블록버스터 퀴즈 프로그램 ‘백만대군 퀴즈 7’
- 아시아 7개국 공동 스타 발굴 프로그램 ‘수퍼 아시안(Super Asian)’

등 구체적인 프로그램 이름과 제작자, 출연진까지 적시했다. 조선일보가 사업신청을 하며 밝힌 방송사 이름은 '(가칭) 주식회사 CSTV'다.

김수현 작가가 실제로 조선일보의 (가)CSTV와 36부작 특집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합의했는지, 박칼린이 토크쇼 MC가 되기로 이미 사전에 이야기가 다 끝난건지는 모르겠다. 조선일보가 써낸 계획서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끌어다놓은 그야말로 계획에 불과한건지, 실제로 이미 진행되고 있는건지는 나는 알 수 없다.

조선일보가 낸 종편 사업계획서 요약본 중 일부


하지만 작가의 이름까지 밝히고, 진행자의 이름까지 밝힌 걸 보면 전혀 뜬금없는 이야기는 아닐터, 조선일보가 방송을 하게 되면 박칼린이 조선일보방송의 진행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만약 사전에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는데 조선일보가 지들 마음대로 이름을 갖다 쓴 거라면 당사자들이 분명하게 항의 이상의 행위를 해야될 사안이지만, 어쨌든 사전에 이런 이야기가 서로 오갔다면, 아쉽기 그지 없다. 김수현이야 조선일보든 어디든, 누구와 손잡고 드라마를 쓰든 상관없지만,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준 박칼린이 조선일보가 만들 방송의 토크쇼 진행자가 된다는 것은 대단히, 아주 대단히 아쉽다(조선일보가 써낸 계획서가 신빙성 있는 것이라면 정말 박칼린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냥 이 정도로 표현하자).

한편, 조선일보가 밝힌 프로그램 중 <수퍼 아시안(Super Asian)>도 꽤나 눈길을 끈다. '스타 발굴 프로그램'을 내세운 것도 모자라 <슈퍼스타K>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는 프로그램 제목이라니. 이미 MBC가 <슈퍼스타K>를 본떠 한국을 넘어 일본과 미국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신청자를 받아 글로벌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중인데, '일등신문' 조선일보께서 아시아 정도를 내세우다니, 쫌스럽기도 하다. 이왕 할걸 '수퍼 코스모폴리탄' 정도는 할 것이지.

이밖에도 조선일보는 '열린 토론프로'라며 <시사배틀 진보의 눈, 보수의 눈>이라는 토론프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조선일보가 만들겠다며 신청한 (가)CSTV가 '(가)'를 떼고 현실이 되는 것도 결코 보고 싶지 않고, 따라서 김수현과 만들겠다는 36부작 개국특집 홈드라마는 물론, 아이리스를 능가하는 '한반도'는 물론, '박칼린의 헤라'도 '수퍼 아시안'도 모두모두 보고 싶지 않다.

왜 그런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이미 지난 1~2년 동안 너무 입 아프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다만, 최시중이 80점을 넘긴 사업자는 모두 승인하겠다고 했는데, 그 결과가 한번 보고 싶기는 하다. 올초부터 추진된 KBS 수신료 인상은 종편 먹잇감 제공을 위해 추진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KBS 이사회가 처리한 내용은 '광고 축소 없는 수신료 인상'으로 종편에 풀려나갈 광고는 없게 됐다.

만약 KBS2TV 광고가 완전폐지되더라도 1개 종편 정도는 살 수 있을지 몰라도 3개가 될 경우 '모두 망한다'고 언론계와 언론학계 안팎에서 대부분 이야기해왔다. 그런데 광고가 흘러올 보장도 없이 80점 넘으면 모두 승인이라니, 이러다 실제로 3개 이상, 어쩌면 6개 종합편성채널사업자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럴 경우,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들의 3년 뒤가 어떻게 될지 내심 궁금하긴 하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