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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리스트, 소셜네트워크의 힘으로 밝히자

SNS/IT 후비기

by hangil 2011. 3. 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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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의 실체를 둘러싸고 논란이 다시 거세게 불붙었다. 

아다시피 SBS에서 장자연씨가 지인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입수해, 성상납과 성접대의 적나라한 실태를 보도하고, 편지에 언론사 관계자를 포함한 31명의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SBS 보도에 의하면 장자연씨는 이들에게 100여차례의 성상납을 강요당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장자연씨 말대로 성상납을 강요한 사람도 성상납을 받은 사람도, 사람이 아니라 '악마'다. 


역시 아다시피 '장자연 리스트'는 2009년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그의 매니저를 통해(정확히는 불에 타 버려진 유서의 일부를 KBS 기자가 입수해 보도) 유서가 일부 공개되면서 연예계를 둘러싼 추악한 이면이 드러나 큰 사회적 파장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초미의 관심사는 장자연씨 유서에 등장했다는 이른바 OO일보의 사주 일가를 둘러싼 논란이었는데, 당시 OO일보는 자신들의 회사 이름을 공개하거나, 사주의 성씨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입막음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O일보가 어떤 신문인지는 만천하에 공개됐고, 지난해 개봉된 <방가방가>라는 영화의 제목이 이미 이때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장자연씨 소속사 대표가 일본에서 귀국을 미루고, 경찰은 이 사람의 신병 확보를 미적대고, 이 사람이 귀국해서 '장자연 유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형식적으로 조사해 모두 '무혐의' 처벌함으로써 힘없는 여성 연예인이 죽음으로써 밝히고자 했던 추악한 현실은 끝내 밝혀지지 않고 묻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2년...

SBS는 장자연씨가 보냈다는 편지를 필적검증까지 했다며 다시금 '장자연 리스트'에 불을 붙였다. 3월 6일 3건, 다음날 2건. SBS는 결정적 물증을 확보한 언론사답게 연일 새로운 소식을 전하며 뜨겁게 이슈를 달구고 있고, 이미 인터넷에서 '장자연 리스트'는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엔 과연 실체가 밝혀질까? 

일단 SBS와 성상납이라는 추악한 범죄를 수사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경찰만 보면 회의적이다. SBS는 다시 '장자연 리스트'의 불을 붙이긴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편지에 등장한다는 '31명의 악마'를 밝힐 계획은 없는 것 같다. 아마도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며, 여론의 추이를 보며, 정치권의 동향에 안테나를 세워가며 악마들을 공개할지 말지 저울질을 할 것이다. 한마디로 SBS에 온전히 기대하긴 힘든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은? 손톱만큼도 기대할 수 없다. 이미 SBS 보도를 통해 경찰이 얼마나 '장자연 리스트'와 성상납의 실태를 은폐하려고 했는지 역시 추악한 실체를 완전히 드러냈다. 


SBS는 '경찰의 장자연 수사기록'을 입수했다며 "수사 기록을 보면 경찰이 핵심적인 증언과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묵살한 정황이 곳곳에 나타나 있다"고 보도했다. 

그 내용 또한 성상납 못지 않게 실로 충격적이다. 

자세한 내용은 SBS 보도를 보도록 하고, 하나만 언급하자.

"당시 수사기록에 따르면 제삿날 접대를 마치고 장 씨가 울었다는 목격자의 진술도 경찰은 확보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누가 '제삿날 접대자리'에서 접대를 받았는지도 알고 있었지만 사건을 그대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런 경찰이 장자연씨 편지 100통을 입수한다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한다? 차라리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말을 믿겠다. 

어떤 분은 '특검'을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특검이 도입된다면 그 자체가 나쁠 것은 없지만 역시 기대하기는 경찰 못지 않게 어렵다고 본다. 이미 앞서 있었던 수많은 특검에서 우리는 용두사미의 현실을 지켜봐야 했다. 만약 특검에만 맡겨둔다면 세월아네월아 시간만 보낼 뿐 끝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99%다.

그렇다면, 이대로 또 흐지부지 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나? 

절대 그럴 수 없다. 이번에야 말로 추악한 실체를 밝혀야 하고 악마들을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소셜네트워크의 힘을 믿어 보고자 한다. 만약 2009년 한국사회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었다면 '장자연 리스트'를 둘러싼 논란은 전혀 색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으리라 믿는다. 

그것은 곧 지금 2011년 한국사회에서 다시 불거진 '장자연 리스트'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소셜네트워크의 힘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기도 하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내가 생각한 방법은 두가지다. 

먼저 쉬운 방법, 하지만 일정 정도 희생을 감수하는 방법이다. 바로 거대족벌신문권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압력을 견뎌낼 수 있는 유력 정치인이 먼저 나서 '31명의 악마'를 공개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이 명단은 순식간에 확산되게 되어 있다. 



이미 2009년에도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등 몇몇 정치인들은 OO일보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나선 바 있다. 그때는 '호부호형'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 공개적으로 확산될 수 없었다면 이번에는 다르다. 소셜네트워크상에서 대대적으로 이들 정치인에 대한 지지가 이어질 것이며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다음은 좀 어려운 방법이긴 하나, 그야말로 소셜네트워크의 집단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미 '31명의 악마' 중 대부분은 그 이름이 알게 모르게 공유되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 이름을 '트위터 DM'이나 '페이스북 쪽지'를 통해 팔로워나 친구들에게 보낸다. 어느 정도 소셜네트워크 이용자들이 그 명단을 확보했을 때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 모두가 일시에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그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다. 수백명, 수천명, 아니 수만명이 동시에 그 이름을 공개한다면, 과연 족벌신문과 그 명단에 든 악마들이 공개한 사람들에게 법적 책임을 일일이 물을 수 있을까?

우리 집단 지성, 소셜네트워크의 지혜와 힘을 모아보자. 내가 생각한 방법 외에 더 좋은 방법을 고민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힘없는 여성 연예인의 원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악마에게 고통받고 있을 '제2, 제3의 장자연'을 지옥에서 구해내기 위해, 아니 사람다움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보자. 아랍에서는 소셜네트워크의 힘으로 30년 독재정권마저 무너뜨렸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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