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조선일보, '스포츠조선 사장'은 어떡할 거니?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11. 3. 17. 18:20

본문

조선일보가 아주 신이 나셨다. 
국과수가 '장자연 편지'를 '가짜 편지'로 결론내리고 나자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 모양이다. 1면에 이어 2개 지면을 털어 '가짜 편지'가 판치는 세상을 통탄하며 처음 이를 보도한 SBS에 대해 "외국 같으면 경영진이 사퇴할 일"이라고 거세게 질타하고 나섰다. 

거침이 없다.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다는 모습이다. 2년 전 완전히 무덤에 들어간 줄 알았던 '장자연 리스트'가 다시 살아나 여기저기서 회자되는 것을 보며 궁지에 몰린 것처럼 스스로를 공격적으로 방어하던 조선일보가 국과수의 발표로 '최종 승자'로 우뚝 선 모습이다. 그리고 이제 조선일보는 '장자연 리스트'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발을 쏙 뺄 모양이다.

3월 17일 조선일보 12면

 
하지만 과연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로부터 완전히 발을 뺄 수 있을까?
그러기에 조선일보는 이미 너무 발을 깊이 담궜다. 두 발은 물론 턱 밑까지 이미 '장자연 리스트'에 쑥 빠져 들어갔다. '장자연 편지'가 '가짜 편지'라 하더라도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에서, 장자연씨의 죽음으로부터 빠져 나오기엔 이미 늦은 것이다. 

조선일보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조선 사장', 아니 정확하게는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어떻게 뒷수습해야 할까? 마치 위기에 몰린 도마뱀이 자신의 꼬리를 자른 것처럼 고육지책으로 스스로 장자연 문건의 '조선일보 사장은 스포츠조선 사장이다'고 밝히지 않았나?

SBS가 공개한 '장자연 편지'가 가짜라 하더라도 2년 전 '장자연 문건'은 이미 장자연씨가 쓴 것임이 증명되어 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스스로 여기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사장'이 '스포츠조선 사장'이라고 '고백'했다. 

3월 9일 조선일보 기사

 
좋다. 그렇다고 해두자.
그렇다면 '장자연 편지'가 가짜라는 것과는 무관하게 전 '스포츠조선 사장'이 장자연씨의 죽음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로부터 성상납과 술접대를 받았는지는 밝혀내야 하는 문제다. 

사실 SBS는 보도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조선일보'를 명시한 적이 없다. 가짜 '장자연 편지'에 등장하는 31명에 '조선일보 사장'이 있다고 보도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레 겁먹은 조선일보는 위기를 벗어나고자 스스로 '스포츠조선 사장'을 거론했다. 

'장자연 편지'가 가짜이기 때문에 '스포츠조선 사장'도 무관하다고?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명제이지만 백보양보해 그렇다고 한다면 조선일보의 책임과 잘못은 더욱 크다. 그 누구도 아닌 조선일보가 스스로 전 '스포츠조선 사장'을 거론했으니 그에 따른 무고죄, 명예훼손죄를 조선일보는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또한 이번 '장자연 편지'가 가짜인 것과 무관하게 2년 전 경찰의 수사가 "어처구니없는 부실 수사"라는 것은 조선일보 또한 주장한 '사실'이다. "의혹이 다시 불거진 것은 2년 전 경찰이 장씨에게 성 접대를 하라고 강요한 장씨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수사기관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 또다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한 것이 조선일보였다. 

3월 8일 조선일보 기사

 
"경찰 수사는 소리만 요란했지 핵심 의혹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봉합됐다", "이번 기회에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모조리 밝히"라고 한 것도 조선일보였다. "'장자연 사건' 열쇠 쥔 김 전대표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장자연 사건 뒤에 숨은 어둠의 세력 밝혀내라"고 요구한 것도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번에도 장자연 사건 수사가 파헤치는 척하면서 결과적으로 덮고 넘어가기로 끝나게 되면 권력 속에 끼어든 어둠의 세력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장난을 치고 있다는 의혹만을 불러일으키고 말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이 주장은 '장자연 편지'가 가짜로 드러난 것과는 전혀 무관한 당연한 주장이다. 

'모조리 밝혀야 할 진실'에는 2년 전 경찰에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사람이 '장자연씨가 조선일보 사주 일가인 ㅂ씨와 만났다'고 진술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경찰이 이런 진술 내용을 듣고도 왜 조선일보 사주일가를 조사하지 않았는지, 이런 참고인 진술 내용은 왜 수사 발표에서 뺐는지도 역시 모조리 밝혀야 한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