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통신비 인하하면 소비자에 피해"라는 통신사업자의 궤변

SNS/IT 후비기

by hangil 2011. 4. 8. 09:50

본문


4월 6일 '통신비 인하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소비자시민모임'의 김자혜 사무총장은 이 토론회에서 <소비자의 부담! 통신비용의 문제점>이란 주제로 발표를 했는데, 그는 2010년 가구당 통신비가 월평균 13만8432원으로 전체 소비 지출의 6.1%에 해당한다는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며 "이러한 통신비 지출의 급증은 소비자 가계에 엄청난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몇가지를 제시했는데,

- 소비자의 이용 행태에 맞는 요금제 선택이 필요함으로 정액 요금제의 음성요금과 데이터 요금을 분리할 것
- 과다한 휴대폰 단말기 출고 가격을 인하할 것
- 소비자들이 보다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계약단계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이다.


대다수 이용자들은 아마 공감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정액 요금제에 가입하는데, 통화시간은 정해진 것보다 덜 쓰고, 데이터를 많이 쓰거나, 통화시간은 부족한데 데이터는 남거나 이런 경우 선택해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도 한 적이 있다. 또한 같은 단말기인데도 외국보다 우리나라가 더 비싼 경우도 흔하고, 휴대폰 계약할 때 제대로 된 설명없이 무조건 사인하게 유도하는 경우도 많이 당했을 것이다.

소비자단체의 이런 대안 제시가 적극 수용되길 바라마지 않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장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은 "우리나라 통신비가 싸다"며 휴대전화 이용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고, 통신사업자들 역시 스스로 이런 조치를 취하거나 통신비를 내릴 계획은 없는 것 같다.  

*최시중 위원장의 통신비 인하 관련 말말말..


"우리나라 통신비가 진짜 싸다."

"요즘 휴대폰으로 비행기표 사는 것, 은행 거래, 쇼핑 등 손 안에서 다 이뤄진다. 거기 들어가는 교통비, 시간 등을 계산해 보면 통신비는 진짜 싼 것이다."

"통신비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요금 문제를 이야기하면 끝이 없다. 2005년 대비 물가가 지난해 117% 상승했지만 통신비는 93%로 다운됐다."
"통신이 전 산업을 포괄하는 복합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망고도화 등 통신사들이 투자도 해야 하는데 이익이 난다고 무작정 요금을 내리라고 할 수 없다."
"단말기 값과 콘텐츠 사용료가 구별 안 된 통신비 항목을 개선하고 문화비 개념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문화부, 통계청과 협의하겠다." 

 
이날 토론회에는 토론자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관계자도 참석했는데, 이 단체는 바로 SKT, KT, LGU+ 등 통신사업자들의 모임이다. 이 단체에서 토론회 참고자료라며 배포한 <스마트 강국 Korea 달성을 위한 통신요금에 대한 검토의견>을 살펴보면 통신비에 대한 통신사업자들의 기본 마인드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다. 몇가지를 따져보자.

 

먼저 통신사업자들은 "가계통신비에는 순수한 통신요금과 무관한 단말기 할부금 및 부대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말과 꼭 닮은 말이다. 아마도 최 위원장이 이들 통신사업자의 주장을 대변하는 것일테다.

어쨌거나 번호이동이니 신규가입이니 기기변경이니 이통사에 가입할 때 당연히 새 핸드폰을 사게 되어 있으니 이말은 얼핏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들이 가입자를 어떻게 유치하는지 안다면 얼마나 허튼소리인지 알 수 있다. 알다시피 통신사업자들은 대리점을 통해 '휴대폰 공짜'를 내세워 특정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현혹한다. 이 말대로라면 특정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휴대폰은 공짜다. 통신요금에 단말기 할부금이 끼여들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물론 그렇지 않다. 휴대폰 공짜를 내세우지만, 휴대폰 단말기 할부금을 요금 할인으로 대신해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휴대폰 단말기 할부금이나 통신요금이나 나가는 돈을 같은데, 통신사업자측에서 단말기 할부금은 그대로 두고 통신요금을 할인해서 부과하는 것이다.

사실상 단말기 할부금이 통신요금인데 통신사업자는 교묘하게 '휴대폰 공짜'를 내세웠으면서도 '단말기 할부금 때문에 통신요금이 비싼 것'이라고 호도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신사업자들은 "가계통신비를 줄일 목적으로 통신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비효율적인 현상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요금(가격)은 시장의 결과이므로 수요정책, 공급정책을 적절히 구사해서 원인치유 노력을 해야지 가격을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는 경제원리에 어긋나는 비효율적 행동

-요금을 일괄적으로 인하할 경우 통신수요가 과도하게 촉발되어 망혼잡성 및 망부담이 커지고, 그 결과 제대로 요금을 내고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에게조차 피해가 돌아갈 것

 

"요금은 시장의 결과"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이윤을 쫓는 기업으로서 당연한 주장이기도 하지만 정말 뻔뻔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통신요금을 두고 '시장의 결과'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지난 4월 5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이통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바로 SKT, KT, LGU+ 이통3사가 통신요금 담합을 했다는 의혹이 크다는 이유였다. 참여연대는 판박이나 다름없는 이통3사의 요금제를 비교하며 다음과 같이 '담합 의혹'의 근거를 제시했다. 

① 장치산업인 이동통신사업의 특성상 자유로운 요금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 평균요금이 인하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아니한 채 그 요금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상승되어 온 점,

② 시장의 평균영업이윤율을 초과하는 막대한 이윤을 거두고 있어 인하여력이 충분한 이동통신 3사가 요금인하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를 시도하지 않는 점,

③ 현재 이동통신업체들에 막대한 매출과 수익을 가져다주는 스마트폰요금제가 그 명칭만 다를 뿐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되어 있는 점과 더불어

④ 국내이동통신시장이 불과 3개 업체의 독과점구조로 유지되어 담합이 매우 용이한 환경인 점등을 보건대 실제로 이동통신 3사의 이동통신서비스의 요금결정에 있어서 담합이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또

⑤ 신규로 이동통신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제 4 이동통신사업자 후보사들이 지금의 요금 수준에서 최소한 20~30% 정도의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고 공언하고 있는 데에서도 충분히 담합 의혹과 폭리 행위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과연 공정위가 이번 신고에 대해 제대로 조사할지, 정말 담합이라고 결론내릴지 모르겠지만, 이미 소비자들은 알고 있다. 이통3사의 통신요금이 단순히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요금을 일괄적으로 인하할 경우 통신수요가 과도하게 촉발되어 망혼잡성 및 망부담이 커지고 소비자에게조차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요금을 내리면 소비자들이 싼만큼 많이 사용할거라 주장하지만, 애초 요금을 인하하자는 이유는 가계부담을 줄이자는 건데 왜 소비자들이 값이 싸다고 전화를 오래 쓸만큼 절제도 못하는 것처럼 걱정 아닌 걱정을 하냔 말이다. 더구나 '통신비를 인하하면 소비자가 피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밖에도 통신사업자들은 다른 물가에 비해 통신비 비중은 줄었네, 외국에 비해 수익률이 저조하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통신품질이 더 좋네 운운하며 통신비 인하 여력도 이유도 없는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5조원에 가까워지고 있고, 순이익만 무려 3조원이 넘는다. 2010년 한해 KT는 영업이익이 2조533억원(전년 대비 117%), 순이익은 1조1천719억원, SK텔레콤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조350억원과 1조4천110억원, LG U+는 영업이익 6천553억원, 순이익 5천700억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정상적인 환경이라면 이익이 가장 적은 LGU+가 가격을 낮춰 선두주자들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할 수도 있고, 이익은 천문학적인 KT나 SKT에서 자발적으로 통신비를 인하해 선두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정도 여력은 충분하지 않나?

통신사들이 이처럼 말도 안되는 주장을 뻔번하게 내세울 수 있는 건,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그들의 주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이른바 친기업이 자랑인 MB정부 하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통신비를 내려달라는 국민에게 "통신비가 싸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