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앞으로 트윗 올릴 때마다 '경고문구' 뜨나

SNS/IT 후비기

by hangil 2011. 5. 3. 16:36

본문

앞으로는 트윗을 올리거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길 때 마다 "업로드된 내용은 검색엔진 등으로 실시간 확산되어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따위의 경고문구가 뜰 지도 모르겠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어제 발표한 '소셜플랫폼 기반의 소통·창의·신뢰 구현 전략'에 따르면 그렇다.

방통위는 이 전략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밝혔는데,



○ 스마트폰 보급 및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로 소셜네트워크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가 급성장하며, 사회·경제 전 분야에서 혁신과 변화를 선도
-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포털사(구글 등)의 방문자 수, 이용시간 등을 추월
- 쇼핑, 게임 및 B2B 등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의 결합이 가속화

○ 소셜서비스의 생산적 활용을 통해 국가성장을 견인할 필요가 있으나,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대응이 미흡
- (생산적 활용 미흡) SNS를 단순인맥관리 및 홍보에 치중하고 있어, 생산적 활용 및 실시간 대응·참여 등에 기반한 새로운 소통방식 형성이 필요
- (혁신 부재) ‘01년 네이버, 싸이월드 등장 이후 혁신적인 신규 인터넷 기업이 나타나지 못하고 있어, 소셜기반의 혁신적 비즈니스 발굴 지원 필요
- (역기능 이슈화) 소셜네트워크의 확산에 따라 자신의 신상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되는 문제, 프라이버시 침해 및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 등 관련 역기능에 대한 체계적 대응 필요성 증대

바로 "소셜네트워크의 확산에 따라 자신의 신상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되는 문제, 프라이버시 침해 및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 등 관련 역기능에 대한 체계적 대응 필요성 증대"에 따라 이용자가 SNS에 어떤 내용을 업로드할 때 사업자에게 경고문구를 노출시키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방통위는 이러한 인식하에 소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정부, 기업, 이용자 3자 사이에 창의와 소통, 신뢰가 형성되는 네트워크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가/사회 소셜커뮤니케이션 기반 강화', '소셜이코노미 생태계 조성', '소셜트러스 기반의 이용환경 조성'을 중점 추진과제라고 밝혔다.

방통위의 '소셜플랫폼 기반의 소통·창의·신뢰 구현 전략' 중


방통위가 밝힌 것 중 앞의 두 가지는 전혀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이 없다. 특히 "소셜기반 Start-up 활성화를 위한 '소셜비즈파트너(Social Biz Partners)' 육성", "참여형 소셜펀드(Social Funds8))를 통한 Start-Up 지원환경 조성", "인터넷 비즈니스 소셜화 확산 및 고도화를 위한 기반 조성",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별 소셜화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소셜이코노미 생태계 조성'은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역할로 지지할만한 내용이다.

물론 'SNS의 현황'에서는 "SNS가 단순 인맥 형성 중심의 서비스에서 벗어나, 다양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다고 밝혔으면서도 이런 전략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국내는 SNS를 아직 단순 인맥관리·홍보에 치중하고 있"다며 발표된 자료나 연구를 짜집기한 듯 모순된 내용을 담고 있는 등 자료 자체의 수준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소셜네트워크 관련 창업을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인포데믹스(왜곡된 정보의 확산 피해) 등 관련 역기능도 이슈화되고 있다""관련 역기능도 최소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그 대응방안을 밝힌 부분은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방통위는 '인포데믹스(왜곡된 정보의 확산 피해) 방지 대책'으로 다음과 같은 몇가지를 내놨다.

o SNS의 자정기능 강화를 위해 '온라인 평판시스템' 구축방안 연구를 추진하고 SNS 사업자 대상으로 평판시스템 구축을 지원

o 인포데믹스를 야기하는 왜곡된 정보, 허위정보, 유해정보 등에 대한 진위여부 확인 및 신속한 복구체계 지원

o SNS 사업자는 인포데믹스의 위험성에 대해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허위·왜곡정보의 검증 및 차단 등 자율적 보호체계 운영

그리고 '이용자의 알 권리 보장 및 피해 최소화'를 명분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했다.

- SNS가 가지는 개인정보 침해 등 각종 역기능과 위험성에 대하여 사업자가 직접 이용자에게 고지 및 정보제공
※ SNS에 업로드된 내용은 검색엔진 등으로 실시간 확산되어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등의 경고문구를 정보 업로드 시 이용자에게 노출

- SNS 사업자가 SNS의 구현원리와 역기능에 대하여 이용자에게 동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도록 권고
※ 정부와 SNS 사업자가 협력하여 '클린 SNS 캠페인' 등을 공동 시행

- SNS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고충처리 및 상담을 위한 전담창구 운영
※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e콜센터 118) 등을 활용

물론 왜곡된 정보로 인한 피해의 확산을 방지한다거나 이용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 자체는 문제 삼을 수 없다. 하지만 '인포데믹스의 위험성'을 계속 강조하는 정부의 모습은 여전히 인터넷을, 그리고 SNS를 왜곡된 정보의 온상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나아가 정부는 '소통'과 '신뢰'를 강조하지만 이런 인식이라면 과연 가능할 지 의문이다.

알다시피 이 정부는 인터넷에서 조금이라도 정부에 부정적이거나 정부 입장에 반대되는 내용과 주장이 제기되면 어김없이 '허위', '왜곡', '날조', '선동' 등의 딱지를 붙여 통제하고 잡아들이기까지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미네르바 사건이고, 최근만 하더라도 일본 원전 폭파 이후 한반도의 방사능 유입 가능성을 제기한 사람을 체포했다. 또 G20 포스터 쥐그림이 트위터에 널리 유포되자 경찰을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을 잡아들였고 지금 재판이 진행중이다.

-자료출처 : 서울대 장덕진 교수 <모바일 민주주의의 과제와 전망>


인터넷과 SNS를 두고 정부는 '신뢰'와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와 이용자 사이에 불신을 조장하고 불통하게 만든 것은 비판에 귀를 막은 정부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신뢰'와 '소통'의 책임을 SNS 사업자와 이용자에게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소셜이코노미만 지원할 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 이용자들이 더욱 자유롭게 활동하고, 더욱 활발하게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면 사업자와 이용자에게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할 게 아니라 정부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 수두룩하겠지만 정부의 발표에서 그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고작 하겠다는 것이 사업자들 등 떠밀어 "인포데믹스의 위험성에 대해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알리"게 하고 "허위·왜곡정보의 검증 및 차단 등 자율적 보호체계 운영"토록 하는 것이며, 기껏 경고문구를 띄우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또 있다. 정부가 이른바 '소셜 영향력자'를 내세워 "SNS에서 의견을 주도할 수 있는 '소셜 영향력자'를 중심으로 사회적·정책적 이슈에 대한 객관적 사실과 정보 공유 상시화"를 '인포데믹스'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정부의 계획에 의하면 "소셜 영향력자는 SNS를 활발히 활용하는 사회 각 분야의 인사로 구성하여 'SNS 안전하게 사용하기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포럼 등으로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 : http://hci.stanford.edu/jheer/projects/vizster/) 누가 '소셜 영향력자'일까?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까지 생각할 수 있는지 그 발상이 기가 막힌다.

예를 들면 트위터 활동을 열심히 하고, 팔로워를 많이 보유한 사람을 '소셜 영향력자' 그룹으로 구성해 어떤 사안이 발생할 경우 이들을 내세워 정부가 '객관적 사실과 정보'를 공유토록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럼 '소셜 영향력자'들은 자신의 판단도 없이 정부가 '이게 객관적 사실이오'하면 그걸 트위터로 퍼트려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인가?


이런 전략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정부가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고 대책도 세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소통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참고로 지난달 미국의 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는 '인터넷상에서의 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을  '부분적으로 인터넷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로 분류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