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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따라 롤러코스터 탄 조선일보, 그러다 떨어질라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11. 9. 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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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밝힌 후, 9월 6일 전격적으로 박원순 변호사를 위해 불출마 선언을 하기까지,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이 한국사회를 쓰나미처럼 휩쓴 지난 5일 동안, 한국언론들의 안철수 관련 보도도 극심하게 출렁거렸다.

그중에 가장 급격한 변화를 보인 곳은 뭐니뭐니해도 조선일보다. 조선일보의 안철수 보도는 가히 '롤러코스터'를 탄 듯 좌충우돌, 왔다갔다, 멀미라도 일으킬듯 요동쳤다.

안철수 교수가 처음 출마의지를 밝힌 직후 조선일보의 보도는 신중했다. 그러다 그의 지지율이 50%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오자, 안철수를 어떻게든 야권(및 진보진영)과 떨어뜨려 놓으려 안간힘을 썼고, 반대로 어떻게든 한나라당과 가깝게 붙이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가 이른바 '반한나라, 비민주'라는 정치적 성향을 이야기한 뒤에는 '반한나라'에 대해서는 전혀 분석도, 해석도, 설명도, 별다른 언급도 하지않고, 그저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기존 제도권 정치를 싸잡아 '반성하라'고 비판하는 양비론을 펼쳤다.


오마이뉴스가 9월 1일 밤 처음 안 교수의 출마설을 보도한 다음날인 2일, 조선일보는 1면에서 <안철수, 한밤의 소동>으로 짧은 기사를 싣고 6면에서 "안 교수의 출마설은 이날 밤 10시 20분쯤 안철수연구소 트위터에 '금일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건 기사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한 내용임을 알려드린다'는 글이 뜨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며 "정치권에서는 '안 교수의 출마 여부는 여전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이라고 '소동'으로 다뤘다.

3일에도 조선일보는 안철수 교수 자체보다는 안철수 교수 출마 여부에 따른 여야 정치권의 반응과 이해득실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인터뷰를 비중있게 실어 안 교수가 '제3정당 창당'에 마음이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러다 주말을 거쳐 안철수 교수의 지지도가 50%를 넘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나오면서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는 안 교수를 한나라당 가까이 붙여놓기에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바뀐다.


가장 대표적인 기사가 3면 톱으로 게재된 <與 "野로 못가게 하라"… 野 "安, 정체가 뭐냐">다. 제목만으로도 한나라당이 마치 안 교수를 '자기편(보수)'으로 보고 있고, 야당(민주당)에서 역시 안 교수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다뤘다.

그리고 같은 날 사설 <서울시장 후보 스스로 못 내는 '政黨의 위기'>에서는 안 교수에 대한 높은 지지율에 비해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여야 정당에게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은 정치의 위기이자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여·야 정당들은 서울시장 선거에 이기기 위해 밖에서 후보를 찾는 일 못지않게, 서울시장 후보 하나 스스로 낼 능력이 없는 자신들의 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이후 안 교수가 오마이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을 응징해야 한다"고 말한 내용이 공개되자, 조선일보는 안철수 흠집내기에 나서기 시작한다.

<"본인이 영웅인 줄로 착각">, <이회창 "정상심으로 돌아가 나라 위해서 하는 일 해줬으면">, <'박원순은 서울시장, 안철수는 대통령 후보' 역할분담 가능성>, <"선거는 인기투표 아니다" 한나라 대항마 고심>, <안철수 보유주식 1700억대... 이틀새 412억 늘어> 등 6일자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만으로도 조선일보의 의도는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표현수위가 두루뭉술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때까지도 조선일보는 안 교수에 대한 각을 날카롭게 세우지는 않았다. 같은 날 사설에서는 "아마도 안씨가 범야권 후보임을 분명히 밝히고 여권을 공격함에 따라, 여론 흐름이 지금의 방향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와 여유를 보이기도 했고, 안 교수에 대해 "실제로 젊은 세대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희망을 찾아나가는 역할을 하면서 기존 정치권이 결핍한 소통·대화·청렴·헌신이란 이미지를 쌓아왔다""안씨의 등장은 같은 말을 해도 안씨의 말은 국민의 호응을 얻고 집권세력의 말은 메아리 없이 허공 속으로 흩어지고 마는지 그 불통(不通)의 원인을 찾아보라는 질문을 집권세력 전체에게 던지고 있다"고 안 교수를 활용해 한나라당에 훈수를 두기도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6일 오후 4시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 사이에 단일화가 이뤄지자 드디어 조선일보의 안 교수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쏟아지게 된다.


팔면봉에 실린 "안철수, 서울시장 불출마 회견. 잘 짜인 6일간의 '치고 빠지기' 드라마 종영"이 급격하게 각을 세운 조선일보의 태도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특히 홍준호 논설위원의 칼럼 <'안철수 정치' 감상기>는 5일 동안의 안철수 교수의 발언을 골라 내 이리저리 비틀며 "'역사의 물줄기' 같은 큰 말을 입에 올리기 시작한 그에게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위대한 연구자, 훌륭한 사업가의 길을 가지 않는 이유를 묻다간 묻는 사람이 자잘하다는 말을 듣게 될지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렸다.

안 교수를 빌어 조선일보도 여야 정치권 비판에 재미를 봤으면서도 이제서야 "세계가 인정할 정도로 민주주의를 진전시킨 한국현대사를 정치사를 빼놓고 설명할 순 없다"며 안 교수의 정치권 비판이 잘못인양 비꼬기도 했다.


재밌는 건 홍준호의 이 칼럼에서 5일 동안의 조선일보의 혼란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이상하긴 했다. 안씨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다면서 서울시 얘기는 하지 않고 역사의 물결을 말하고 기존 정당들을 꾸짖더니 홀연히 뒤로 물러섰다"는 대목이 5일 동안의 '안철수 신드롬'을 황당하게 바라보는 '조선일보의 솔직한 심정'일테다.

'안철수가 야당과 진보진영 편을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듯 어떻게든 안철수와 한나라당을 친하게 만들어주고 엮어주려는 중매쟁이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조선일보는, 심지어 안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의 20분 회동과 이어 기자회견이 예정된 9월 6일 오후 4시 직전까지도 조선일보는, 조선닷컴 메인에 <안철수, "한나라당 거듭나면 지지못할 이유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려놓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부각시켰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6일 "한나라당이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고 많은 국민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면 (한나라당을) 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나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안 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은 서울시장 선거 건에 국한해 비판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9월 6일 오후 4시 직전까지 조선닷컴 메인에 띄웠다


그러다 결국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변호사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고 홀연히 떠나자 '잘 짜인 치고 빠지기 드라마' 운운하며 안 교수를 흠집내고 "대선 검증대 통과할까"라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짚으면서 "혹독한 검증 거치면 못 버티고 주저앉을 것"이라고 북 치고 장구치듯 자신들의 기대를 전망으로 내놓는가하면 사설에서 박근혜에게 "박 전 대표로선 내년 12월 대선전에 어차피 마주칠 수밖에 없는 태풍을 때 이르게 맞았다는 자세를 다지며 자신과 당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충정어린 조언을 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안철수 신드롬'을 통해 조선일보의 혼돈과 불안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조선일보 바람대로 세상이 움직이지 않게 된 건 꽤 오래다. 내년이 지나고 나면 조선일보가 홀로 롤러코스터를 타다 스스로 떨어질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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