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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왕과 나' 뭐가 다를까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7. 8. 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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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8월 27일 새 드라마를 시작한다. 바로 대하사극 <왕과 나>.

<용의 눈물>, <여인천하> 등 사극으로 뼈가 굵은 김재형 PD가 연출을 맡고, <여인천하> 등을 써 온 유동윤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시대 배경은 세조에서 연산군에까지 이르는 시기고, 소재는 당시 ‘내시’였던 김처선과 폐비윤씨를 둘러싼 멜로다. 주제는 ‘장난감 같은 사랑이 아닌 지고지순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어떤 ‘지고지순한 사랑’일지는 잘 모르겠다.


각설하고, 새 드라마가 시작할 때마다 방송사에서는 ‘이 드라마는 새로운 드라마’임을 강조한다. 멜로든 트랜디든 사극이든 시대극이든 코미디든 어쨌든 ‘새로운’ 드라마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그다지 새로움이란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 대개 기존 드라마의 정형화된 틀을 그대로 답습한다.


그나마 최근 들어 그나마 ‘새롭다’ 내지 ‘신선하다’고 평가받은 드라마가 종종 눈에 띄긴 한다. 근래 방송된 드라마 가운데 이런 평가를 받은 대표적인 드라마가 KBS의 ‘한성별곡 정’과 ‘경성스캔들’이라 할 수 있겠다.


‘새롭다’라고 할 때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소재가 새롭다거나, 접근방식이 새롭다거나, 구성이 새롭다거나, 이야기 자체가 새롭다거나....


진정 새롭다고 할 때는 적어도 이런 것들 가운데 2~3가지 정도는 새로워야 ‘아 좀 신선하네’라고 할 수 있겠다. 소재는 정말 신선한데 접근방식이 구태의연하다면 그건 새로운 드라마가 아니다. 비록 소재는 구태의연하더라도 뭔가 새로운 구성으로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다뤘다면, 그건 ‘새롭다’ 할 만 하다.


‘경성스캔들’의 경우 소재도 새로웠고, 접근방식도 새로웠고, 이야기도 새로웠다. 그래서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뒤로 갈수록, 접근방식이 구태의연해졌다. 그래도 뒤로 갈수록 신선함이 떨어졌다는 평을 받았다.


‘주몽’의 경우 소재가 새로웠다. 사극의 연대를 고구려 건국 이전까지로 ‘쭉’ 끌어올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소재를 제법 긴장감있게, 스펙타클한 구성으로 나름 세밀하게 그려냈었다. 하지만 역시 뒤로 갈수록 구태의연해졌다. 긴장감도 떨어지고 스펙타클은 조악한 수준으로 떨어져버렸다. 소재의 신선함은 드라마가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면서 식상해졌다. 그래서 사극의 지평을 확장시켰다는 평은 할 수 있어도 ‘새롭다’는 평을 하기에는 껄끄럽다.


‘대조영’은 ‘주몽’과 ‘연개소문’이 동시에 방송된 탓에 새로운 드라마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중에서 ‘잘 만든 드라마’라고나 할까.


어쨌든, ‘왕과 나’도 ‘새롭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그 동안 사극에서 ‘주변부’ 인물에 머물렀던 ‘내시’라는 존재를 주인공을 부각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구중궁궐 내 이야기를 다루던 사극이 주로 임금을 중심으로 신하들이 권력암투를 벌였던 것에서 그 시선을 그야말로 궁궐 내에서 이제껏 조명받지 못했던 ‘내시부’로 돌렸다는 것이다. TV드라마로서 소재가 새롭다 할 만하다.


하지만 영상콘텐츠로서 봤을 때는?

전혀 새롭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김처선이 처한 환경과 같은 정도의 역할을 하는 내시를 우리는 이미 본 적이 있다. 비록 김처선처럼 주인공은 아니지만, 비중있는 역할이었다. 바로 <음란서생>에서 김뢰하가 맡았던 ‘조 내시’가 바로 그것. 조 내시는 김민정이 맡은 ‘정빈’을 사모하여 궁에 들어왔고, 김민정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인물로 그려진다.


또, 김처선이라는 인물 자체도 전혀 새롭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왕의 남자>에서 우리는 김처선을 만난 적이 있다. 장생 등을 장터에서 ‘캐스팅’해 연산군 앞에 데려놓는 바로 그 내시가 김처선(장항선이 이 역을 맡았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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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왕과 문무신료를 중심으로 그려졌던 이전 사극에서 벗어났다고 한 것도 딱히 새롭다고 하긴 뭐하다. ‘대장금’이 그 동안의 고정된 틀을 벗어나 수랏간 나인과 의녀들을 중심에 놓았던 적이 있다. ‘여인천하’는 철저하게 왕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갔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간 핵심인물은 정난정(강수연)이라는 관비 출신에 야심찬 여인이 맡았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지금 이야기되는 ‘왕과 나’ 정도라면 딱 이 두 드라마를 더한 모습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수랏간과 내의원이라는 새로운 소재는 내시부로 대체될 수 있을 것 같고, 장금이(이영애)와 민정호(지진희)의 애틋한 사랑은 ‘왕과 나’에서 김처선과 폐비 윤씨의 사랑 정도가 될 듯 하다. 그리고 내시부 수장 조치겸을 맡은 전광렬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온갖 암투는 김재형 PD와 유동윤 작가가 이미 호흡을 맞췄던 ‘여인천하’ 수준에서 다뤄지지 않을까? 그랬을 때 소재의 신선함은 궁궐 내 왕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권력암투 등 식상한 이야기에 파묻힐 가능성이 있다.


결론은 ‘새롭다’로만 접근해서는 이 드라마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

그보다는 오만석, 전광렬, 전인화, 양미경 등 호화캐스팅에 김재형 PD를 필두로 한 호화제작진이 ‘왕과 나’에서 훨씬 두드러진다. 한 마디로 ‘물량공세’라는 것.


이러한 물량공세에다 ‘아~주’ 새롭다 할 것 없는 이야기가 더해졌을 때 드라마는 흥행 여부를 떠나 긍정성보다 부정성을 띄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왕과 나’의 경우 이제껏 사극에서 질리게 봐왔던 왕의 사랑을 둘러싼 온갖 권력 암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사극이 여기서 조금씩조금씩 벗어나고 있는데, 다시 사극의 대가가 나타나 ‘궁궐 이야기로 돌아가자’라고 하는 형국처럼 보이는 것.


물론 오만석이 보여줄 연기와 그 동안 주로 왕을 맡아왔던 전광렬의 연기 변신은 기대되지 않는 바가 아니다.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물량공세를 퍼붓고 재미까지 없다면 되겠는가.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일진대, 그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내 눈에는 ‘왕과 나’의 화려함이 우선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 하나 더
- 드라마 '왕과 나'에서 김처선은 세조에서부터 연산군에 이르는 시기의 인물로 등장한다. 사실일까? 역사 기록에 의하면 김처선은 세종 때부터 연산에 이르기까지 무려 7명의 임금을 '섬겼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런 역사적 사실마저도 극적 재미를 위해 바꿔버렸다.

사극이라고 하여 무조건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다뤄야 하는 건 아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 부분은 얼마든지 개연성있게 극적으로 꾸밀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 틀거리는 사실관계에 맞춰야 되는 게 아닐까? 허구의 인물이라면 모르겠지만 역사에 존재했던 인물을 다루면서 그 사람의 생존 시기와 활동 시기까지 제멋대로 바꾼다면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왕과 나'는 '성종-폐비윤씨-김처선'의 삼각관계를 통한 '로맨스'를 만들기 위해 역사적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인데... 이것 하나만으로도 드라마의 무게가 왠지 가벼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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