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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철도공사의 '폭소클럽' 명예훼손 소송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07. 9. 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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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코레일, 이하 철도공사)가 9월 5일 방송된 KBS <폭소클럽2>의 ‘택배 왔습니다’ 코너와 관련해 “KBS측에 사과방송을 요구하는 한편, 명예훼손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철도공사의 성과급 지급 등을 풍자한 ‘택배 왔습니다’가 “터무니없는 사실을 소재로 공기업과 3만 코레일 임직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억지코미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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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의 반응은 참으로 어리석다. 개그프로그램의 사회풍자에 이 정도로 발끈한다는 것이 오히려 ‘도둑이 제 발 저린 모양’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를까?

철도공사가 ‘택배 왔습니다’의 방송에서 문제 삼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정부의 경영평가를 받아 정당하게 지급받은 성과급을 ‘돈잔치’로 표현하고, ‘절도공사’로 비하하는 등 마치 코레일이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을 불법적으로 사취한 것처럼 표현”했다는 것과 “계열사 정규직을 스스로 거부하고, 코레일의 직접고용만을 요구하고 있는 전 KTX승무원을 ‘KTX처럼 빠르게 잘라버렸다’는 등 사실과 다른 악의적 왜곡”을 했다는 것, “코레일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부 공기업 감사의 이과수 폭포 시찰을 언급하며, 마치 코레일 임직원이 낭비적 해외 시찰을 한것처럼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철도공사 입장에서야 과도하다 싶을 수도 있는 내용이겠지만, <폭소클럽2>는 어디까지나 개그프로그램이다. 개그프로그램의 사회풍자, 정치풍자는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과장될 수도 있다. 과장됨 속에 담긴 촌철살인의 풍자가 시청자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다. 허위사실로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띄우려는 것이 아닌 이상, 개그프로그램 풍자에 있어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으로 폭넓게 인정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택배 왔습니다’의 풍자가 철도공사의 명예훼손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첫째, 지난 8월 2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각 공공기관 이사회 의사록이 공개됐을 때 거의 모든 언론이 철도공사를 포함한 문제가 된 공기업을 향해 ‘신이 내린 직장’, ‘모럴해저드’, ‘돈잔치’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적이 있다. 중앙일보와 MBC는 기사제목부터 <공기업 ‘돈잔치’ 계속된다>, <공기업 성과급 돈잔치>로 달았으며, MBC는 특히 “회사가 어려우면 고통을 분담한다는 기업경영의 상식은 세금을 가져다 쓰면 그만인 이들 공기업에서는 통하지 않는듯 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철도공사나 다른 공기업들이 이들 언론에 대해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한 것은 보지 못했다. 이번 ‘택배 왔습니다’의 풍자는 이들 언론의 지적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둘째, 지난 2006년 3월 철도유통공사가 파업중인 KTX승무원들에게 ‘직위해제’와 ‘해고’를 ‘문자메시지’로 ‘통보’한 부분은 ‘KTX보다 더 빠르게 잘랐다’고 해도 철도공사로서는 할 말이 없다고 본다. 더구나 ‘택배 왔습니다’는 철도공사 측의 일방적인 요금인상과 요금할인제도 폐지를 ‘철도공사의 성과’라고 풍자하는 가운데 ‘KTX승무원 해고’도 함께 풍자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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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이과수 폭포 관광’은 딱히 ‘철도공사’를 꼬집은 것이 아니라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가운데 하나의 사례로 제시된 것으로 ‘왜 가지도 않은 우리한테 그러냐’고 반발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철도공사가 무리해서 KBS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더라도 재판에서 승소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번 소송이 괜히 자신들의 치부만 드러내고 대중들의 반발을 사는 등 득 될 것은 하나도 없는 어리석은 행동이라 충고하지 않을 수 없다.

철도공사는 개그프로그램에 반발하기에 앞서 ‘성과급 1200억원 지급’ 등을 빌미로 대다수 언론들이 ‘공기업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는 현실을 똑똑히 봐야 한다. 사실 일부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공공영역이 민영화 요구에 휘둘리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KBS에 소송 운운할 시간에 방만한 경영을 다잡는 노력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철도공사는 500일 넘게 파업 중인 KTX승무원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하루 빨리 직접고용하는 등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한다.

한편, KBS <폭소클럽2> 제작진은 이번 철도공사의 엄포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우리 개그프로그램들은 지나치게 단발적인 웃음을 추구하는 등 가벼워지고 있는 게 대세다. 그 가운데서 그나마 <폭소클럽2>이 사회풍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그 가치가 남다르다. 앞으로도 <폭소클럽2>가 ‘풍자에는 성역이 없다’는 것과 ‘제대로 된 촌철살인의 해학과 풍자’를 시청자들에게 전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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