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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마침내 '단군'까지 올라가다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7. 9. 1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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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를 거슬러 태조 왕건을 넘어, 대조영, 연개소문, 광개토대왕, 주몽까지 올라갔던 방송의 사극 드라마의 역사 연대가 마침내, 이른바 '한민족의 시조'라 일컬어지는 '단군'에까지 이르게 됐다.

"'주몽' '왕과 나'의 외주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은 최근 작가 야설록과 드라마 '단군' 제작에 합의했다고 밝혔다"(올리브나인의 보도자료를 인용한 9월 19일자 몇몇 기사)

현재 이미 10회 분 정도의 대본이 나와 있다고 하고, 내년 하반기 쯤 방송을 목표로 편성할 방송국과 협의 중이라고 한다. 예상 방송 분량은 총 100회.

한마디로 '대작 사극'이라는 건데...

시청자로서 방송에서 주몽도 보고, 대조영도 보고, 내시도 보고, 정조도 보고, 세종대왕도 보고, 이순신도 보고, 다양한 이야기의 다양한 인물의 삶을 극적으로 묘사한 드라마를 보는 건 나쁠 게 없다. 이제껏 보지 못한 단군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 대한 것도 그러한 기대가 있다.

하지만, 한두가지 우려되는 점을 짚어보자면,

먼저, '올리브나인'이 만드는 '단군'이 아무쪼록 '주몽'의 '용두사미'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는 거다. 처음에는 뭔가 좀 해볼려다가 뒤로 갈수록 맥빠지는 드라마만큼 난감한 경우도 없다. 지금까지 봐온 게 아까워서 안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매번 시간 맞춰서 보기에는 짜증도 나고...
'단군'도 거의 '주몽'처럼 100회나 계획하고 있다니 부디 초지일관, 아니 뒤로 갈수록 더욱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물론 이것은 그냥 '기대'다. 10회 나온 대본으로 바탕으로 앞으로 약 1년 동안 출연자 섭외하고, 스텝 짜고, 촬영장소 섭외하고, 세트장 짓고 하다보면 막상 방송에 들어가서는 처음에는 뭔가 보여주겠지만 뒤로 갈수록 쪽대본에, 막편집, 제작비 문제 등 이것저것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측면에서 '대조영'이나 '불멸의 이순신' 같은 드라마는 모범 그 자체다. '단군'이 '주몽'보다 이들 드라마에서 보고 배우면 좋겠다.

다음으로, '사극'이면 항상 논란거리가 되는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다.
'단군'은 말 그대로 '신화 시대'다. '신화'를 '신화'로써 다루더라도 이런 저런 논란이 불거지기 쉽다.(특히 한국 사회에는 단군상의 목을 치고, 페이트 세례를 퍼붓는 극렬 기독교인들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작가인 야설록은 "단군에 대해 신화적 접근이 아닌 역사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을 시도할 것이다. 가능한 판타지적 요소를 배제하고, 인간 단군에 초점을 맞춰서 집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 마디로 드라마에서 다루는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규정하겠다는 것인데, 야설록은 이를 위해 "단군에 대한 역사적인 접근을 위해 재야사학계의 많은 분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자료를 수집했다"고 밝히면서, 민족적 자존심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여기서 우려가 좀 더 커진다. 단군과 관련한 '재야사학계'라면 이른바 '한단고기'를 필두로 한 일군의 '사서(史書)'(이에 대해 '주류사학계'에서는 '위서'(僞書)라고 규정한다)와 이를 기반으로 주장을 펴는 사람들을 말하는 건데, 이걸 '역사적 사실'로 규정하는 건 사실 위험한 측면이 있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요즘 '태왕사신기'에 나오는 '쥬신'이라는 나라도 이런 재야사학계에서 주장하는 개념이다. 뭐 만화가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라든지, 역시 만화가인 신동우의 '대쥬신 제국사' 등이 이 같은 주장에 기반한 작품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조선은 한반도가 아니라 알타이 산맥을 넘어 중앙아시아 전역과 서남아시아에까지 이르는 영토를 가졌다는 등 근거도 없는 주장을 하며 광활한 옛 영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른바 '재야사학계'는 심할 경우 '극우민족주의'와 연결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드라마 '단군'이 섯부르게 '재야사학계'의 주장을 차용해(야설록은 '논란을 예상'하고 있는 만큼 그런 가능성이 큰 것 같은데...) 마치 '사실'처럼 다룬다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초딩 등 청소년들에게 그 영향이 우려된다.

그냥 '신화'는 '신화'로 다루는 게 어떨까 싶다.
지금 '태왕사신기'는 '판타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보니 '단군'과 '광개토대왕'을 연결시켜도 '뭐 그냥 그런가보다'라면서 그냥 볼 수밖에.(일부에서는 문제삼기도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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