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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여전한 아쉬움...하지만 계속 보련다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7. 11. 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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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쓴 글 ‘드라마 이산 짜증난다, 그래도 본다’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의견을 남겨주셨습니다. 경청해야 할 의견도 있고, 다분히 감정적인 의견도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쓴 글 자체가 좀 감정적 표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산’을 즐겨보는 분들로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었다고 봅니다. 다만, 내가 ‘짜증난다’고 했던 몇 가지 근거가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이러저러 하기 때문에 오히려 재밌다’라고 내가 이해할 만 하게 반대 의견을 주신 분은 거의 없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이산을 즐겨 봅니다’. 재미도 있구요. 내가 지난 글에서 ‘이산이 정조가 되는 과정이 궁금해서 본다’고 했는데, 중간 생략이 좀 있었네요. 이산이 정조가 되는 과정 자체가 드라마틱하고 그것이 담겨진 드라마로서 재미가 있기 때문에 나는 ‘이산’을 봅니다. 그런데 내가 지난 글을 쓰던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드라마틱한 과정’이 전개되는 양태가 워낙 지지부진하고, 우연에 기댄 부분이 많고, 군데군데 끼어드는 ‘이산과 송연의 러브라인’이 너무 어설프고 구태의연하여 짜증이 난다는 거였습니다. 재미가 있어서 나름 즐겨 보는데, ‘이걸 계속 봐야하나’ 싶을 정도로 잡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산’이 많이 아쉬웠고, 그런 부분이 앞으로 절반 이상이나 남은 만큼 개선되면 좋겠다는 거였지요.


지난 글을 쓰고, 많은 분들이 의견을 남긴 뒤, 이후 방송된 ‘이산’ 또한 계속 봤습니다. 많이 나아졌더군요.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훨씬 재밌고,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지방행차에서 괴질에 걸린 백성을 ‘애달파’ 하던 영조가 괴질에 옮아 앓아 누워버렸죠. 죽음의 문턱까지 간 영조의 뒤를 이어 이산이 임금이 될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노론. 국사를 돌보기 위해 비워있는 궁에서 돌아가던 이산이 홍국영의 기지와 박대수의 용맹에 힘입어 노론의 암살 위협으로부터 다시 벗어나고, 노론들은 세손만 궁에 남겨두는 것이 미심쩍어 사경을 헤매는 영조를 다시 궁을 데려오고....


아파 누운 영조는 세손에게 정청정을 명하기 위해 교지를 내리는데, 중전이 이를 중간에서 빼돌린다든지, 영조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약을 쓰는 과정에서의 긴박감이라든지, 마침내 병에서 일어난 영조가 세손을 기어이 대리청정을 시켜 이제 이산과 노론과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열어지게 되었다든지...


많이 재밌어졌습니다. 특히 11월 20일 방송분에서 대리청정에 나선 세손이 조정대신들과 ‘차대’를 하면서 시전 상인들의 횡포를 막는 등 드디어 개혁적 조치들을 시작해, 앞으로 정조와 노론 사이의 긴박한 수싸움이 벌어지게 되겠죠.


그래서 요즘은 짜증이 ‘많이’ 나지 않습니다. 즉 그럼에도 짜증이 나거나 ‘꼭 이렇게밖에 할 수 없나?’ 싶은 구석이 군데군데 여전히 보입니다.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죠.

첫째, 영조가 세손을 데리고, 지방행차를 갔을 때, 목적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방수령의 백성수탈 현장을 확인하고, 그것을 바로잡는 거였죠. 처음엔 분명 그것을 암시하는 ‘영조-이산’ 간의 대화가 있었고, 그래서 세손을 데리고 갔습니다. 노론들로부터 ‘이번 기회에 세손을 널리 백성들에게 알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받으면서요.

근데, 막상 지방에 내려가서 괴질을 겪고 있는 백성들을 접한 순간 지방수령의 실정을 다잡는 내용은 ‘실종’되고 맙니다. 아예 등장하질 않습니다. 어디로 가 버린 걸까요?

둘째, 임금이 행차합니다. 어디로 가서 어디에 묵을지 이미 다 사전답사가 이뤄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하필 괴질에 걸린 마을로 행차를 하다니요? 차라리 영조가 미리 그 마을에 괴질이 범람하는 것을 알고 일부러 ‘그곳을 가자’고 해서 간 거였다면 훨씬 흐름이 자연스럽겠습니다. 근데, 임금이 우연히도 전염병이 창궐한 곳에 행차하는 곳에 행차하는 것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더라구요.

셋째, 나는 지난 주 영조가 궁으로 돌아와서 몸져누운 상황에서 약을 구하다가, 화완옹주가 구해 온 약을 쓰게 되는 데, 그 약의 정체가 ‘삼을 찐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영조의 병을 반드시 나을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왜냐구요? ‘이산’은 ‘정관장’으로부터 협찬을 받는답니다. 정관장은 홍삼을 만드는 곳이죠. --;; 협찬 받은 회사를 간접광고한 겁니다. 홍보를 하는 데 협찬을 준 회사의 상품을 써서 죽게 만들 수는 결코 없죠.

워낙에 드라마에서 빈번하는 이야기니 뭐 그러려니 하지만 PPL로부터 그나마 청정지대로 이야기되던 사극까지, 지난번 ‘황진이’에서 황토팩이 등장하더니 상업주의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니 짜증이 나기보다는 씁쓸했죠. 삼을 찌고 말리는 장면까지 자세히 보여주더군요.  임금 한 명에게 쓸 홍삼을 만드는데, 무슨 삼을 그렇게나 많이 찌고 말리는지...

그밖에 대리청정의 내용이 담긴 교지를 중간에서 가로챌 때는 절박하게 가로챘는데,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고, 중전이 지령을 내리면 금방금방 전술과 입장을 바꿔 어느새 이산을 몰아붙이는 노론들까지... 뭐 아쉬운 대목, 부족해 보이는 대목,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산’은 분명 많이 나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래서 ‘이산’을 계속 보렵니다. 재밌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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