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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에게 망나니 칼 쥐어준 건 동아일보였다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8. 3. 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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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친노인사' 축출의 칼날을 맘껏 휘둘렀던 유인촌 장관이 어제 결국 "대상이 되었던 많은 분들께 굉장히 많은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더랬죠.

며칠 전까지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이름까지 거명해가며 '안나가면 문제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던 모습과는 딴판입니다.

유 장관이 '숙청의 칼날'을 일단 접은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여론이 안좋아졌기 때문이겠죠.
인터넷에서 '용식이가 어쩌다 저렇게 됐냐', '문화부장관이 할 짓이냐'는 비난여론이 거세졌고, 양식있는 언론들도 유 장관의 도가 지나친 행태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한겨레가 지난 19일 사설 <하필 문화부 장관이 정권의 ‘칼잡이’인가>에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정치권력의 ‘망나니’ 노릇을 하고 있다. 그가 휘두른 칼날에 임기제 기관장이 잇따라 사의를 밝혔다. 새 정부에 신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지만, 한편으론 공갈·협박이 지겹고, 또 새 정부의 치사한 행태를 더는 보기 싫어 그랬을 것이다. 유 장관은 흡족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바로 그 칼부림에 우리 문화가 죽어나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고 지적한 게 아주 정확했다고 봅니다.

어쨌든, 이런저런 비난 여론 속에 결국 유 장관이 한 발 뒤로 물러서긴 했는데, 애초 유 장관이 독기를 품고 칼을 휘둘러대도록 내몬 것은 누구일까요? 물론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선봉'을 치고 나오긴 했지만, 유 장관을 구체적으로 압박한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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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동아일보에서 문화부 부장으로 있는 허엽 기자입니다.

허엽 부장은 지난 3월 12일 동아일보 칼럼 '광화문에서'에 <유인촌 문화장관이 해야 할 일>을 써,

"유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첫’ 문화장관이다. 이 정부는 지난 좌파정권에 실망한 국민의 표 덕분에 탄생했다. 좌파정권은 함량이 모자라는 코드인사와 편향된 이념과 막말로 5년 내내 상처를 안겼다. 문화 부문도 좌파진영이 자리와 자금을 나눠먹으면서 산업적 예술적 창의적 동력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노무현 정부의 첫 문화장관인 이창동 씨가 그 터를 닦았다. 이 장관 취임 이후 민예총과 노문모(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 출신들이 문화계 요직에 포진했다.
......
유 장관은 문화와 체육과 관광을 총괄하는 부처의 수장으로 24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일 가운데 이 정부의 ‘첫’ 문화장관이 할 일을 추슬러야 한다. 이념에 뒤틀린 문화 정책과 대한민국의 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이 그것이다. 문화와 철학을 지키지 않고는 시장도 실용도 지킬 수 없지 않은가. 정권 교체를 갈망한 이들을 ‘문화’로 섬기는 게 무엇인지 유 장관은 헤아려야 한다."


고 유 장관에게 '숙청의 칼날'을 들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섰죠.

결국 전원일기의 순진한 농촌남자 용식이를 독기 품은 '홍위병'으로 몰아세우고, '배용준을 봐라'며 자신의 연기인생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배우를 '망나니'로 만든 게 바로 동아일보, 더 구체적으로 허엽 부장이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 칼럼이 나온 그날 유 장관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나름의 철학과 이념, 자기 스타일과 개성을 가진 분들로 그런 분들이 새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뒤집는 것”이라며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친노인사 몰아내기'를 시작했던 것이죠.

자, 이제 유 장관은 한 발 물러났습니다. 사과 비슷한 거 까지 했구요. 그럼 동아일보와 허엽 부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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