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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사 따라가다 신중함 잃은 MBC 대북 보도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7. 6. 1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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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사 따라가다 신중함 잃은 MBC 대북 보도

3월16일 MBC <뉴스데스크>는 ‘북한 공개처형’에서 “북한의 공개총살 현장을 담은 충격적인 사진이 공개됐다”며 “이번 사진 공개로 국제적인 파장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충격적인 사진’이 과연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는 물론,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에 공개되었는지 출처조차 밝히지 않은 채 북한의 ‘공개총살’을 기정사실화 했다. 특히 MBC 기자의 리포트 내용은 인터넷매체 ‘데일리NK’가 <세계최초! 北 공개총살 현장공개>에서 보도한 사진과 사진캡션을 거의 그대로 옮겨온 수준이었다(<표>참조).

   
이 보도의 소스가 된 ‘데일리NK’의 기사는 일본 민영방송인 N-TV(니혼방송)가 입수했다는 동영상에서 캡쳐한 사진을 토대로 한 것으로, MBC의 사실확인 노력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정체불명의 동영상제작자 NTV입수 데일리NK보도 MBC보도’로 이어지면서 ‘기정사실화’ 됐다.

표에서 보듯 MBC의 보도는 ‘데일리NK’ 기사와 토씨만 다를 뿐 거의 일치했다. 특히 보통 기자의 의견이 제시되는 마무리 멘트까지 ‘데일리NK’ 기사의 마지막 부분과 빼다 박은 듯이 흡사했다. 하지만 MBC는 보도 내내 단 한 차례도 ‘데일리NK’를 언급하지 않았다.

MBC의 보도태도는 다른 두 방송사의 보도태도와도 비교되었다. SBS와 KBS는 ‘공개처형’ 영상과 관련한 소식을 단신으로 다루었다. SBS와 KBS는 각각 “일본 NTV가 입수한 동영상을 방송했다”, “북한 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데일리 NK는 동영상이 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며 동영상과 사진의 출처를 정확히 밝혔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 인권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에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문제의 동영상을 확인해 봤으나 총살 장면인지의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좀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 MBC 보도와 차이를 보였다.

‘북한인권’ 문제는 ‘북핵문제’와 함께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는 첨예한 사안이다. 따라서 책임있는 공영방송이라면 ‘한반도 평화’라는 큰 틀에서 북한 관련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마땅하다. 게다가 외신 등에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북한 관련 소식들은 그 신빙성 자체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피랍탈북인권연대’가 공개한 이른바 ‘김정일 비난 동영상’도 현재 ‘조작’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시민의 신문’ 3월14일자는 일본 민영방송들이 “탈북자의 한국행을 말하는 소위 ‘기획입국’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동영상을 확보해 일본 내에서 특종 방영하면 돈도 벌고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기도 한다”는 증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MBC의 북한 관련 보도가 예전의 신중하고 깊이있는 접근을 잃고 있다는 지적을 누차 받았다. 얼마 전 MBC 인사에서 ‘북한전문기자’로 발령받은 김현경 기자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는 공안·가칟국익 등이 복잡하게 얽힌 민감한 문제”라며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항상 굵고 긴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김현경 전문기자에게만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다.

(이 글은 2005년 3월 23일자 미디어오늘 '보도와 보도사이' 코너에 기고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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