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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보복, 이명박이 진두지휘하나

다큐후비기

by hangil 2008. 6. 2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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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에 대한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의 공세가 치졸하기 짝이 없는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조중동, 한나라당,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검찰 등 정관검언이 총출동해 <PD수첩>을 난도질하는 모습을 보면 전방위적 마녀사냥을 연상케 할 정도다.

특히 26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관한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이 <PD수첩>을 두고 ‘공영방송이 의도적인 편파왜곡을 해 국민을 혼란시켰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PD수첩>과 MBC에 대한 정권 차원의 대대적인 보복과 이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두지휘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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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6일 조선일보 사설)

<PD수첩>을 통해 미국의 소 도축 시스템이 광우병으로부터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났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협상을 졸속으로 타결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미국에 송두리째 내주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PD수첩> 방송 이후 정부 역시 협상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친 ‘대국민담화’에서 몇 번이나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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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위험물질(SRM) 수입, 검역주권 훼손 등 여전히 남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PD수첩> 방송 이후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서는 정부조차 ‘절대 수입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추가협의’, ‘추가협상’을 하게 되었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기 시작할 무렵 ‘방송탓’을 앞 다퉈 꺼내들었던 조중동 등 ‘친이명박 신문’도 촛불이 걷잡을 수없이 번져나가자 결국 정부의 협상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었다. <PD수첩> 방송을 통해 정부가 졸속적으로 잘못된 협상을 한 것이 드러나게 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실체적 진실이다.

그럼에도 이제와 전체 방송 가운데 대단히 지엽적이고 사소한 꼬투리를 붙잡고 <PD수첩>이 ‘조작편파방송’을 한 것처럼 몰아가거나 ‘국민을 우롱했다’, ‘선동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촛불’ 초창기 ‘방송탓’의 재판이며 국면전환을 노리는 이명박 정권과 친이명박 집단의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은 <PD수첩>이 ‘인간광우병 의심사례’로 다뤘던 아레사 빈슨 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을 때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은 바 있다. 이미 한 달 전 미 농무부가 같은 내용의 중간 발표를 하고 언론중재위가 이를 바탕으로 <PD수첩>에 대해 직권중재 결정을 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4월 29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아레사 빈슨 씨를 ‘인간광우병(vCJD) 의심진단’을 받은 사람으로 소개하면서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로빈 빈슨의 발언 중 'CJD'를 'vCJD'로 자막표기한 바 있긴 하다.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인 로빈 빈슨 씨가 <PD수첩> 제작진에게 “(의사들이) MRI 검사 결과 아레사가 CJD(크로이츠펠츠야곱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말한 부분을 <PD수첩>은 자막에서 ‘CJD’를 ‘vCJD’로 바꿔 표기한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PD수첩> 측은 이미 지난 5월 21일 ‘오역과 오보와 괴담이라는 일부 언론에 대한 PD수첩의 입장’이라는 글에서 로빈 빈슨 씨가 “딸의 병명을 평상시 쓰는 말로 말할 때는 광우병이라고 하는데 전문 의학 용어를 사용하여 대답할 때는 광우병을 vCJD라고 하면서도 드물게 CJD라고도 표현하기도 했다”며 “제작진 내부에서도 잘못된 용어인 CJD로 대답한 인터뷰의 사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전문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어머니가 두 의학용어인 vCJD와 CJD를 혼동한 것이 틀림없고 방송에 나온 인터뷰에서는 명백히 인간광우병을 지칭했기 때문에 번역은 원래의 의미대로 인간광우병인 vCJD로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제작진의 해명처럼 <PD수첩>을 보면 로빈 빈슨 씨의 말이 ‘인간광우병’을 지칭함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아레사 빈슨 씨를 담당한 의사들이 MRI 분석 결과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내렸기 때문에, MRI 결과 등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로 보내 아레사 빈슨 씨의 사인에 대해 추가 조사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아레사 빈슨 씨의 주치의 역시 <PD수첩>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MRI로 CJD와 vCJD를 구분할 수 있다’며 아레사 빈슨 씨의 MRI 결과가 vCJD로 의심할 만한 가능성이 충분함을 지적한 바 있다. 즉 의사들이 ‘MRI 결과가 CJD로 의심된다’고 말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로빈 빈슨 씨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소개할 경우 시청자에게 진실을 전해야 할 방송의 책임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외에는 <PD수첩>은 아레사 빈슨 씨의 사망원인을 인간광우병으로 단정 지어 보도하지 않았다. 어제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PD수첩> 제작한 참여한 '프리랜서 번역가' 역시  ‘아레사의 어머니는 인간광우병을 지칭했다’는 <PD수첩> 제작진의 해명이 ‘정당하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조중동 등은 이것외에도 몇 가지되지도 않는 영어번역 상의 문제를 ‘돌려막기’ 식으로 바꿔가며 부각시키는 등 계속해서 <PD수첩>을 흠집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PD수첩>이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며 <PD수첩>을 공격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이 문제삼는 ‘주저앉는 소’에 대한 <PD수첩>의 표현 역시, <PD수첩>은 “이 동영상 속 소들 중 광우병소가 있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 그러나 이 소들이 실제로 광우병 소인지 여부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주저앉는 소’가 광우병과 100%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고서는 ‘주저앉는 소’에 대한 <PD수첩>의 표현을 문제 삼는 것 역시 언어도단인 셈이다.

심지어 미 도축장 동영상에 대해 애써, 굳이 '동물학대고발영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조중동 또한 미국의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동물학대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 미국에서 사상 최대의 쇠고기 리콜 사태가 벌어지자 2월 19일, 일제히 이 소식을 다루며 “다우너 소의 경우 대·소변 속에서 버둥거리면서 면역체계가 약해지기 때문에 식중독균이나 광우병 등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조선일보), “규정상 다우너 소는 식품으로 사용될 수 없다. 광우병에 감염될 위험성이 일반 소보다 높기 때문이다”(동아일보),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이른바 ‘다우너’ 소들이 발견되면 폐기 처분하는 게 원칙이다. 광우병, E콜라이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어서다”(중앙일보) 등 ‘주저앉는 소’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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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9일 중앙일보 기사)

<PD수첩> 방송에 대해 ‘잘못됐다’고 주장할 수 있으려면 오로지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100% 안전하다’는 게 증명되거나 ‘정부의 미 쇠고기 수입협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제될 때나 가능하다.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고, 우리 정부의 협상은 잘못됐다’고 주장한 방송에 대해 ‘번역이 잘못됐으니 조작이다’고 물고 늘어지는 것은 언어도단이자 정치공세에 불과한 것이다.

도대체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서 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을 보며 무엇을 생각한 것인가. <PD수첩>, ‘오마이뉴스’, 그리고 인터넷에 대한 ‘보복’을 가슴에 새겼던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 정부, 조중동, 검찰, 방통심의위...
그야말로 <PD수첩> 프로그램 하나를 두고 사회의 제도권 시스템 전체가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PD수첩> 덕분에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은 안 사람이라면, 그럼에도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졸속협상을 했던 것을 안 사람이라면, <PD수첩>이 '보복'당하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반드시 이명박의 보복으로부터 <PD수첩> 지키기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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