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5·31 남은 한 달, 방송 보도 우려된다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7. 6. 18. 23:47

본문

5·31 남은 한 달, 방송 보도 우려된다

오는 5월 31일 ‘2006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방자치는 지역토착정치세력들의 전횡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은 여전히 요원한 과제다. 따라서 지방자치 10년을 넘어서 치러지는 이번 ‘2006 지방선거’는 참다운 지방자치를 정착시키고, 지역사회에서 올바른 대의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들의 보도가 중요하다. 특히 선거를 거듭할 때마다 유권자의 판단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 방송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을 거치면서 점차 자리잡기 시작한 ‘미디어선거’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방송에게 부여되는 역할과 책임만큼 제대로 된 선거보도가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 전혀 낙관할 수 없다. 지난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방송들은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밀어주던 과거 선거에 비해 대체로 후보자들간의 공정성은 지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몇몇 문제가 있는 보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보도들이 최소한 ‘기계적인 공정성’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영역에서는 과거 선거보도 관행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했다. ‘경마식 저널리즘’과 선정적 보도태도, 떼거지 저널리즘, 후보자 따라가기식 보도 행태, 지역구도 중심의 판세분석 등은 여전했다. 특히 선거 기간 동안 주요 의제가 일부 신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방송들은 한계를 드러냈고, ‘노사모’를 중심으로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도 ‘특정 후보’와 연결된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정치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구태정치’ 청산과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로 그 어느 때보다 기대를 모았던 17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에는 시청자들의 말초적 감성을 자극하는 ‘흥미위주’의 연성보도와 17대 총선의 본질과 거리가 먼 각 당 대표의 동정과 공방보도가 판을 치는 등 마치 ‘대통령선거’를 방불케 하면서 방송들은 또 다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KBS를 중심으로 ‘정책보도’가 이뤄지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전하지 못하고 겉핥기에 그쳐 유권자의 판단에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또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 확실시되는 등 진보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도 높았으나 방송들은 ‘거대여야정당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각 정당과후보자에 대해 냉철하고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근거와 정보는 얻기 힘들고, 각 당의 ‘이미지 정치’와 ‘감성정치’에 휘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각 당 대표들의 감성정치에 유권자들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지역주의’적 투표행위가 반복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과거 선거보도의 구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반복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벌써 강금실, 오세훈을 필두로 한 서울중심의 거대정당 유력 후보들이 펼치는 ‘이미지정치’에 방송들이 그대로 따라가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이라는 지방선거의 의미 자체가 실종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부패한 지방권력 교체’와 한나라당의 ‘무능한 참여정부 심판’ 등 지방선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거대정당의 선거전략이 맞부딪치는 상황에서도 방송들은 여전한 ‘공방보도’ ‘중계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권자 중심보도가 실종되면서 유권자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정보조차도 제공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방의회에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기초의회 선거구가 ‘중선구제’로 바뀌고 ‘정당공천제’도 실시됐지만 이런 제도 변화의 의미는 물론 내용조차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어떨지 훤하게 눈에 보인다. 5월 31일이 지나고 나면 또 다시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권력들이 지역을 제멋대로 ‘개발’하고 주물러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자치’와 ‘분권’은 실종될 것이 뻔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남은 한 달이 중요하다. 방송들은 거대정당의 정치구호에서 눈을 돌려 유권자들과 지역민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봐 주길 바란다

(이 글은 2006년 5월 3일자 미디어오늘 '보도와 보도사이' 코너에 기고한 글임)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