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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마저 MB정권 나팔수로 전락하나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8. 12. 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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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이 노골화하는 가운데 지상파방송 가운데 그나마 권력 비판 기능을 어느 정도 충실히 담당했던 MBC조차 최근 들어 급속도로 힘을 잃어가고 있다. 아니 몇몇 보도들, 특히 이명박 정권과 관련된 보도들의 경우 아예 MBC가 이명박 정권에 이미 포섭된 게 아닌가 싶은 당혹감마저 주고 있다.

12월 15일(월) MBC '뉴스데스크'는 이른바 '4대강 정비'와 관련해 무려 7건에 걸쳐 집중보도했다. '사실상 대운하가 아니냐'는 우려가 크게 일고 있는 가운데, MBC가 이를 두고 집중보도한 것은 그 자체로 평가할만 하다. 하지만 집중보도의 순서와 내용을 봤을 때, 'MBC마저 MB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나'라는 의구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보도들이었다.



MBC는 첫보도에서부터 정부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 강 정비사업을 환경과 산업이 연계되는 '녹색 뉴딜'로 이름짓고 14조원을 투입해 즉각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서해안 신산업벨트', '동해안 에너지벨트', '남해안선벨트', '남북교류접경벨트', '내륙첨단녹색벨트' 등 전국토를 '개발'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일일이 소개했고, "청와대는 이번 지방발전 대책이 효과없는 가짜약이 아니라 실효성있는 종합처방전이라고 강조했다"며 정부 입장을 충실히 대변했다.

또 두번째 보도에서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질풍노도처럼 몰아붙여야 된다. KTX고속철도를 탄 것처럼 속도감을 느끼게 해서 여기에 관심이 집중되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지게 해야 된다. 그 건설 현장에서 망치 소리가 울려퍼질 때 국민들은 그것을 희망의 소리로 들을 것이다"라고 한 말 등을 거듭 소개했다.

여당대표가 '관심을 집중시켜야', '전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으로 느껴지게' 등 여론조작과 70년대식 막가파 개발에 대한 의지를 은연중에 드러냈음에도 그 어떤 비판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에 관한 신화적 돌파력을 가진 점을 강조", "여당 대표의 비상한 조언에
이 대통령도 전적으로 공감을 표시하면서 '경제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를 서둘러 달라'며 속도를 강조"하며 '전국토를 공사장'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방침이 마치 '70년대 건설신화'의 재판이나 현 시국의 '비상한 해결책'이라도 되는양 소개했다.

반면 야당의 반발에 대해서는 "이런 여권의 기류와는 전혀 다르게 야당은 예산안 일방처리에 반발해 모든 법안심사 일정은 물론 여당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는 초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짤막하게 소개해, 마치 민주당이 정부여당이 속도전으로 나서려는 국토개발에 엉뚱한 딴지라도 거는 것처럼 다뤘다.

MBC가 MB정부 '4대강 추진비밀팀'의 홍보담당?

곧바로 이어진 보도는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 계획'의 예산, 공사 기간 등을 소개하며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목적"을 '홍수와 가뭄 같은 물문제 해결', '즉각적인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소개했고, 그 다음 보도
<4대강 어떻기에...>에서 남한강, 낙동강, 영산강 등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대상이 되는 하천들이 해마다 홍수피해, 가뭄피해, 수질오염 등을 겪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4대강 정비사업'의 목적에 아예 힘을 실었다.

이 보도에서 "자치단체들은 이와함께 각종 규제와 예산부족으로 진척을 보지못했던 하천공원 조성 등 관련 개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 역시, 해당 지역 시청자들이 '4대강 정비사업'을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인식하기에 충분했다. 해당 지역 주민과 지자체 관계가들까지 나와 정부 방침에 힘을 실어주는 인터뷰를 했으니, 그렇게 느끼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이어진 보도 또한 기가 찼다.
'4대강 정비'와 '대운하'의 '차이'를 분석한 이 보도는, '한국판 녹색뉴딜정책', '19만개의 일자리와 23조원의 생산유발효과' 등 정부가 내세우는 장밋빛 전망을 아무런 검증없이 소개했고, '대운하와의 차이'에 대해서도 '한강과 낙동강 연결사업이 빠져있다', '강바닥을 파는 방식도 다르다', '보와 갑문, 화물터미널을 만들지 않는다'며 사실상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와는 다른 사업인 것처럼 소개하는데 큰 비중을 뒀다.

'4대강 정비사업'을 '대운하'와 연결지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기간이 2012년까지 같고, 사업비용이 비슷하다'는 정도는 단순하게 언급하는데 그쳤다.

여기까지 소개된 보도에 비하면 다음에 이어진 '4대강 정비사업 반대 입장' 소개는 사실상 형식적으로 끼워넣은 것에 불과했다. '4대강 정비사업'이 얼마든지 대운하로 이어질 수 있고, 홍수피해 방지라는 목적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등 반대 입장은 그저 '겉핧기'식의 간단한 코멘트 정도로 나열될 뿐이었다.

마지막 보도에서는 그동안 대운하를 안한다면서도 끊임없이 대운하 가능성을 흘려온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들을 소개하며 '정부의 신뢰성'을 문제삼았지만, "하천정비는 물론 해야합니다. 특히 최근엔 경기활성화를 위해서 그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는 기자의 코멘트에서 드러나듯 MBC는 '대운하가 아니라고 하면 4대강 정비는 해야 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즉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여론에 대처하면서 4대강 정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MBC의 입장으로 보면 될 것이다.

정부가 '대운하추진단'을 '4대강 비밀추진팀'으로 바꿔 활동해 오는 등 4대강정비사업이 사실상 대운하의 전단계임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MBC의 이런 입장은 그야말로 한가하기 이를데 없는 정세인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대강 정비사업의 문제 제기했던 MBC는 어디로?

MBC는 11월 26일 '국토해양부가 작성한 4대강 정비사업 사업비 내역'을 소개하며 "경부운하 시작 지점인 낙동강에 예산이 집중돼있고, 사업비와 공사기한이 한반도 대운하 계획과 거의 일치해 대운하 건설 계획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이미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는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이 사실상 대운하의 복사판이라는 점을 일치감치 의제화한 의미있는 보도였다.

이후 MBC는 12월 1일 "재정학자들은 불황기에 과도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꼭 바람직한 게 아니란 지적도 내놓고 있다", "분명한 건 여권에서 4대강 정비를 주장하는 이들이 과거 대운하 추진을 부르짖던 사람들과 같다는 점이다. 이름이야 어떻든 운하 논의의 물길을 여는 준비단계가 아니냐는 물음이 그래서 나온다"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MBC는 4대강정비사업의 문제를 더 이상 물고 늘어지지 않고, 오히려 정부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만 것이다.

최근 MBC의 보도는 안팎에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

민언련을 최근 MBC가 이명박 대통령의 펀드가입과 월급 기부 등의 보도에서 "노골적인 '대통령 칭찬'에 나섰다"며 "이런 보도가 진짜 '위기'를 부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MBC의 '차장대우 이하 사원급 취재기자 75명' 또한 성명을 내고 최근 MBC의 보도에 대해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선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매 사안마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울러 재벌에 대한 눈치 보기도 부활하는 분위기이다. 또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좌고우면하면서 슬쩍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MBC 보도는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급속히 비판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심지어 MBC는 보도에서 그동안의 민주적 성과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는 'MB악법'들을 '개혁입법'이라 칭하며 정부여당의 동정을 상세히 보도했고, 기껐해야 야당의 반발을 끼워넣어 '논란'으로 다루는데 그치고 있다. 

'MBC, MB씨를 부탁해'라고 했더니 MBC는 MB씨의 나팔수가 되는 길을 택할 줄이야. 이명박 시대, 공론의 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정녕 MBC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도 접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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