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사회풍자 “대단하세요∼”
과장된 대사와 몸짓, 말장난, 선정성과 가학성, 외모에 대한 놀림이 점령한 TV 코미디프로그램에서 재기발랄함이 톡톡 튀고 상상력을 뛰어넘는 ‘개그다운 개그’를 만나는 것은 아주 유쾌한 일이다. 특히 그 웃음에 옆구리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사회에 대한 풍자까지 담겨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의 ‘문화살롱’같은 코너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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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today.co.kr/news/photo/200607/48008_48164_5210.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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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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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담’(신고은)과 ‘미스 정선생님’(정경미)이 펼치는 만담같은 대화를 듣자면 예기치 못한 기분좋은 웃음이 쉴 새 없이 터진다. ‘지성인을 위한 문화살롱’을 내세우며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영역의 이른바 ‘지성인’을 비틀어대는 이들의 대화는 때로는 ‘위트’를, 때로는 ‘촌철살인’의 풍자를 맘껏 즐기게 해준다.
지난 해 가을 무렵부터 시작된 ‘문화살롱’은 형식에 있어 ‘교양’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KBS <낭독의 발견>을 패러디한 것으로 눈길을 잡았다. 황수경 아나운서의 표정과 어투를 과장되고 능청맞게 묘사하는 신마담의 “선생님~정말 대단하세요~” 같은 대사는 물론, “이런 선생님을 보니 옛말이 생각납니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싸가지가 없다’” 둥 생뚱맞은 말장난으로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한 데 이어 “저희 집 가훈입니다”라며 다시 한 번 ‘교양없음’을 전면에 드러내어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강타하는 신마담과 정선생님의 능청스러움은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단지 패러디와 능청스러움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 들어 선 보이고 있는 물 오를대로 오른 예리하고 재치넘치는 사회풍자는 이런 아쉬움을 단박에 날려주었다.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치맛바람’(5/7),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5/14), ‘과장광고’(5/21), ‘인터넷사업 사기꾼’(6/4), ‘영어교육 열풍’(6/11), ‘결혼정보회사’(6/18) 등 교육, 정치, 미디어, 인터넷, 결혼 등 지난 두 달 동안 ‘문화살롱’에서 다뤄진 소재만 살펴보더라도 각 영역을 두루 넘나드는 신마담과 정선생님의 끼와 재치를 알 수 있다. 이들의 개그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단지 소재 채택에서 새로움을 시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소재를 다루고 해석하는 방식이 ‘통쾌하다’ 외에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예리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을 무렵 “요즘 공약선거가 대세”라며 ‘공약을 알려달라’고 하자 “저희 동네로 떼제베를 다니게 해 동북아 중심지로 만들 계획”, “집이라는 집, 개집까지 재건축해서 여러분 부자 만들어주겠다”며 말도 안되지만 현실과 전혀 무관하지 않는 공약을 열변을 토하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 배꼽을 잡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들 협찬 받아서 여자주인공이 찢어지게 가난해도 최신휴대폰 들고 다니는데 나는 그렇게 티나게 하지 않는다”며 드라마 간접광고를 꼬집다가 “사극에서 한쪽팔에 시계 채우고, 포졸들 발에 운동화 신긴다. 그러면 이게 옥의 티라고 인터넷에 올려주는데 그게 또 광고가 된다”고 세태를 풍자할 땐 정말 대단한 ‘재치꾼’들이라는 탄사가 절로 난다. 최근 ‘문화살롱’에서 가장 감탄한 내용은 ‘영어교육 열풍’에 관한 것이었다.
- 신마담 : “올바른 조기영어교육 방법 좀 알려주세요.”
- 정선생님 : “굉장히 쉬워요. 남들 다하는대로 밤새워 줄서서 영어유치원 보내주고, 수백만원짜리 영어마을에 들락날락 좀 하다가, 방학되면 어학연수 보내주세요.”
- 신마담 : “영어를 생활화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 정선생님 : “온 가족의 영어생활화, 집에서는 무조건 영어로 대화하세요. 저희 집에서는 십년 째 이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데 굉장히 효과가 좋습니다.”
- 신마담 : “그럼 영어가 많이 느나요?”
- 정선생님 : “아니오, 온 가족의 대화가 없어집니다. 할 말이 없어!”
때때로 과도한 ‘비속어’의 남발이 거슬릴 수도 있지만, ‘교양’을 비틀고 ‘지성인’을 꼬집는 ‘문화살롱’이니만큼 크게 흠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개그프로그램에서 여성 두 명이 세상을 이리 꼬집고 저리 비트는 모습을 유쾌·상쾌·통쾌하게 보는 재미가 더할 나위없이 크다.
(이 글은 2006년 7월 5일자 미디어오늘 '보도와 보도사이' 코너에 기고한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