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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들이 스스로 불냈다'는 SBS, 제정신인가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9. 1. 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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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방송뉴스와 오늘 아침 신문들이 용산 철거민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 지적했다.

용산 철거민 참사, 언론은 책임없나

그리고 사람이 6명이나 죽은 참혹한 사태가 발생한 이후, 과연 방송들은 어떻게 다루는지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봤다. SBS에 대한 욕이 치밀어 오른다. '8시뉴스', 정말 어떻게 이런 식으로까지 할 수 있는가.

SBS는, '화재원인을 둘러싸고 철거민과 경찰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해 경찰의 무리하고도 성급한 강제폭력진압의 책임을 철거민들의 책임과 싸잡아 거론하면서 물타기했다. 심지어 스스로 '화재 원인을 둘러싼 공방'이라고 했으면서도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된 건물 옥상 가건물의 화재를 철거민들이 일으킨 것으로 단정지었다.


SBS는 오늘 두번째 보도 <진압 40여분만에 '펑'>에서 경찰의 진압 시작부터 마무리에 이르는 1시간여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시간대별로 당시 상황을 정리했다"며 컴퓨터 그래픽을 보여줬다. 

7시10분, 망루바깥쪽에 불이 났지만 특공대원들이 불을 끄며 망루 안쪽으로 진입을 시도합니다. 용접기로 함석 철판을 절단하고, 망루 아래쪽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7시 25분, 3단으로 이뤄진 망루 꼭대기에 있던 철거민들이 특공대원들이 있던 아래쪽으로 화염병을 던지면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순식간에 망루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고, 아침 8시 경찰이 불을 끄고 현장을 수색하는 동안 무너진 망루 안에서 5구의 시신이 나왔습니다.


위는 이 보도 중간에 기자가 리포트한 내용이다. "망루 꼭대기에 있던 철거민들이 특공대원들이 있던 아래쪽으로 화염병을 던지면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했다. 즉 철거민들의 화염병으로 불이 났고 사람이 죽었다는 거다. 철거민들이 자신들이 갇혀 있던 공간, 그것도 시너통이 쌓여 있는 것을 뻔히 아는 사람들이 스스로 화염병을 던져 불을 내고 죽었다는 거다.


이게 말이 되는 설명인가. 그것도 아직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마치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단정지어서 이렇게 보도할 수 있는가. SBS가 이 내용과 함께 보여준 그래픽을 보면 더욱 기가 찬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다.

경찰이 옥상에 진입하자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져 불이 났는데, 경찰이 껐다. 그리고 용접으로 망루를 뚫고 하단에 진입하자, 위에서 화염병이 떨어져 시너통에 불이 붙으면서 곧바로 폭발해 화염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SBS, 그리고 이 보도를 리포트한 '한지연 기자'는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으로 인해 망루에 불이 났다'는 보도 내용에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어진 다음 보도에서만도 "불이 처음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두고는 경찰과 철거민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했는데, 어디서 누구에게 이러한 내용을 듣고 확인했길래 이처럼 단정지어서 보도했는지 반드시 해명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SBS는 또 다른 보도에서는 "특히 일부 입주민들이 전철연, 즉 전국철거민연합에 가입하면서 조직적인 철거반대 투쟁으로 이어졌다", "1994년 결성된 전철연은 97년 경기도 용인과 2001년 서울 봉천동 등지의 철거민 투쟁을 이끌어온 단체", "경찰은 오늘(20일) 연행한 28명 가운데 21명이 이 지역 세입자가 아니었다며, 전철연이 사실상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전철연의 개입으로 이 같은 참사가 벌어진 것처럼 교묘하게 책임을 전철연에 전가하는 경찰을 대변하기조차 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 때문에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라, 이 같은 SBS의 보도 내용을 다른 방송사의 보도와 비교하는 것은 민망하기조차 하다.

MBC는 보도 전반에서 경찰의 무리한 과잉진압 때문에 참사가 일어났음을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인지시켰다. 특히 <왜 피해 컸나?>에서 신경민 앵커는 “경찰의 작전은 2시간이었지만 피해가 큰 이유는 바로 무리한 작전 때문이었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리포트한 기자 또한 경찰의 진압을 비판하는 인터뷰와 함께 “결국 오늘 참사는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을 시도하는 순간 이미 예견된 것이라 해도 경찰로선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지적”이라고 코멘트했다.

특히 이어진 <무모한 강경진압>에서 신경민 앵커는 “도심 이른 아침에 이처럼 아무 대비없이 진압을 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며 “경찰은 변명을 할 주체가 아니라 진압의 전 과정에 대해서 수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보인다”고 책임을 철거민에게 돌리는 경찰을 정면에서 지적했다. 이 한마디 만으로도 MBC의 보도는 SBS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최근 들어 비판과 견제가 실종된 KBS도 이 사안에서만큼은 SBS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았다.

KBS는 <최악의 참사>에서 “참사를 낳은 경찰 진압을 놓고 ‘과잉대응’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며 “인화성 물질 가득한 옥상에 너무 조급하게 진입한 거 아니냐는 것”이라고 앵커가 지적했다. 기자 또한 ‘시민피해’ 운운한 경찰의 면피 발언 다음에 “하지만 위험이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최정예특공대를 투입한 것은 진압 작전의 기본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코멘트했다. 

SBS는 이미 어제도 기사 제목에서부터 ‘벽돌’과 ‘화염병’을 사용해 철거민들의 폭력을 부각하고, 이에 대한 경찰의 강경진압을 당연시했다.


이래놓고 SBS는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언론악법 저지에 대한 자신들의 투쟁을 지지해달라고 할 것인가. 그래서 언론악법을 막았다고 해서 이런 SBS가 여전하다면 조중동방송, 재벌방송과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것인가.

지난번 언론노조의 총파업 당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힌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는 ‘언론노조가 총파업하니깐, 방송사 카메라 정말 많고, 이슈가 된다’며 ‘제발 다른 사회 약자들이 투쟁할 때도 이렇게 다뤄달라, 다른 노조가 파업할 때 파업의 원인이 뭔지 알려달라’고 따갑게 지적했다.

적어도 SBS의 ‘언론노동자’들은 그 말에 아예 귀를 닫았던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던지, 아님 애초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런 SBS '언론노동자'들이 단체행동을 한다? 나는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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