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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씨, '민심'을 그렇게 호도하면 안되지요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1. 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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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수필문학인'이라는 현직 경찰관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이 다음 블로그뉴스 베스트에 등록되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윤승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글의 제목은 <"용산 철거현장 화재사고, 그 해답은 어렵지 않다">이고 부제는 "어느 평범한 '경찰관 아내의 한 마디'"다.

낯 뜨겁다. 이것이 진정 현직 경찰관들의 일반적인 정서라면, 난 그들이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윤승원 씨는 '뉴스를 보던 아내'의 입을 빌어 용산에서 벌어진 경찰의 '살인진압'을 두고 경찰을 옹호한다.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사용했기 때문에 "강력한 권한을 발휘하여 진압하고, 사용한 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그가 말하는 '처벌'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처벌'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경찰의 잘못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으니 '강력한 권한을 발휘하여 진압'하는 경찰의 '당연한' 대응 과정에서 사람 다섯 정도는 죽어도 상관없다는 말인 것 같다.

그의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화염병이 명백하지 않은가요? 화염병을 제조하여 던진 사람들은 그야말로 큰 일 한번 내보려고 작정한 사람들 아닌가요? 세상을 크게 한 번 시끄럽게 하여 무슨 목적을 거두려고 한 사람들 아닌가요?"

라고.

윤승원 씨는 자신의 아내가 "평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내"라며 "아무런 정치색도 띄지 않은 순수한 국민 중 한 사람"이라고 자신은 '믿는다'고 했다.

우리는 흔히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고 부른다. 윤승원 씨가 참된 '민중의 지팡이'라면 '화염병을 제조하여 던진 사람'들이 '큰 일 한번 내보려고 작정한 사람들'이 아니라, 평생을 일궈온 삶의 터전에서 한순간에 내쫓기게 된 사람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려 했음을 이야기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화염이 솟구치는 망루 안에서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며 끝내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그들이, 거두려고 했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심지어 윤승원 씨는 스스로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용산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을, 이윤을 쫓는 세상에 내몰려 그동안의 '평범한 일상'을 박탈당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쯤은 이해해야 스스로를 그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난 윤승원 씨가 자신의 아내를 일컬어 '순수한 국민'이라고 한 것에 시비걸고 싶지는 않다. 보수주의자도, 진보주의자도 아닌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순수한 국민'들 중 열에 다섯, 여섯은 이번 용산 참사의 책임을 '경찰'에게 묻고 있음을 제발 직시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현직 경찰관'이라면 국민 여론이 어떤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윤승원 씨는 평소 아내에 대해 "무슨 큰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결코 목소리를 크게 높이거나 흥분할 줄 모르는 내 아내가 바라보는 이 세상"이라며 그런 아내에 대해 "'그런 눈으로 세상을 살면 얼마나 편안하랴!'라고 이 남편은 빈정거리듯 말할 정도"라고 했다.

평소 아내를 집안일만 하는 존재로 치부하고 그의 생각에 대해서는 무시해왔음이 분명함직한, 따라서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 푹 절어있다고 예상되는 이 중년의 '현직 경찰관'이, 아내의 내뱉은 한마디를 빌어 어줍짢게 '밑바닥 민심'이라니, '순수한 눈'이라니 추어 올리며 경찰의 살인진압에 대해 변명하는 것도 참 꼴불견이다.


* 윤승원 씨, '현직 경찰관'에다, '수필문학인', 그리고 '의경의 아버지'까지, 블로그에 그다지 글도 많이 쓰시지도 않으면서 너무 많은 정체를 가지고 계시면 스스로 혼란스럽지는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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