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히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래도 막상 보고 나니 가슴 속에서 천불이 솟는다. 오늘 조중동은, 용산 참사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 앵무새이자 확성기를 자처했다. 아니, 검찰 발표를 계기로 이제 용산 참사를 확실히 접을 태세다. 이미 강호순으로 용산참사를 덮을대로 덮어온 조중동은 이제 확실히 용산을 그냥 묻으려 한다.
검찰의 발표를 앵무새처럼 되뇌이기만할 뿐, 조중동은 소중한 목숨 6명을 사지로 내몬 경찰에게 면죄부를 주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삶의 막장 중의 막장이라 할 만한 망루에 오른 철거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검찰의 발표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다.
"진압작전은 사전 준비나 작전 진행상 아쉬운 점이 있다", "농성자들의 저항을 경찰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화재에 대한 직접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검찰의 수사 발표는 그 자체로 '코미디'나 다름 없음에도 조중동은 이미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감쌀 준비를 하고 있었나보다.
사람이 6명이나 죽어나갔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고? '법치주의'를 이야기하며 모든 사안보다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더니 '아쉬운 점'은 도대체 어떤 법에 따른 것일까?
"농성자들의 저항을 경찰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 그 자체로 경찰의 섯부른 강경진압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 농성자들의 저항을 경찰이 통제할 상황도 되지 않는데, 거기다 병력을 몰아넣고, 물대포를 쏴댄 경찰이 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일까?
삼척동자도 고개를 갸우뚱할 검찰의 발표지만, 조중동은 그저 확성기 노릇만 할 뿐이었고, 대신 김석기의 사퇴를 부각하면서 '아무 잘못은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경찰의 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니, 중앙일보는 아예 "우리는 검찰이 경찰 진압에 대해 '농성자들의 화염병 투척 등으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방염복·진압복 등 최소한의 장비만 갖춰 조기 투입한 조치를 위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한 것에 공감한다. 검찰 말대로, 만일 경찰이 진압을 미루다 시민의 피해가 확산되었다면 이야말로 직무 유기이자 처벌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도 "화재의 직접원인은 시너 살포와 화염병 투척이므로 경찰의 공무집행에 법적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본다. 더욱이 불법폭력 시위가 기승을 부리는 우리 사회에서 경찰에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면 일선에서 법질서를 유지하는 공권력의 위축으로 사회 혼란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그나마 조선일보는 "적절치 못하고 비효율적 방법으로 수행된 진압작전으로 부하 경찰관이 숨지고 불법농성 중이었다 해도 시민들이 5명이나 목숨을 잃었다면 경찰의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게 도리"라고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는 검찰 수사 발표에 따른 '적법한 진압작전' 틀 안에서의 책임일 뿐이다. 법치를 강조하는 조선일보에게 묻고 싶다. '적절치 못하고 비효율적 방법'은 도대체 어떤 법에 근거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