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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리스트를 대하는 조선일보의 진심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3. 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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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께서는 솔직하시다.
거리낌없는 그 분의 말씀은 지지자들에게 가슴 시원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나같이 뭔가 삐딱하게 조선일보를 보며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는 사람에게도 분명한 그림을 제시해준다.

3월 30일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오늘 김대중 고문이 조선일보에 쓴 '김대중 칼럼' <4년후 'MB사람'에게 주는 경고> 또한 그랬다.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 검찰에 줄줄이 불려나가고 있는 '노무현 정권 사람들'을 두고 "우리나라 정치인·공직자는 왜 그렇게 돈과 부정에 맥을 못 추는가?"라고 질타하고 있는 이 글은, 박연차 리스트, 아니 '박연차 게이트'를 대하는 조선일보의 솔직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김 고문께서 권력의 속성을 설명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원고량을 맞추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절주절 YS와 DJ의 사례를 든 것들은 빼고 그 분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만 보자.

김 고문께서는 "근자에 노무현 정권 때 사람들이 박연차씨의 로비에 걸려 연이어 검찰에 불려가거나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차라리 깨끗한 척하지나 말았었으면 하는 고소함을 금할 수 없"다고 한다. 솔직하다. 그 어찌 고소하지 않겠는가?

김 고문께서는 이런 말도 한다.

"그는 역대의 어느 정권보다 후임정권에 약을 올린 대통령이다. '행정복합도시' 등에 후임자가 손을 못 대도록 곳곳에 대못질을 해댔으며 청와대의 인터넷 시스템을 통째로 사유화하는 등으로 현 정권의 미움을 샀다. 노씨의 형 노건평씨와 그의 연줄들의 위세도 역풍의 원인이 됐다. 어쩌면 노씨와 그의 사람들이 지금 당하고 있는 정도는 노씨 등이 너무 까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미 죽은 권력인 탓에 대놓고 비판하더라도 일요일 아침 가족이 보는 앞에서, 혹은 늦은 밤 서울 시내 대로에서 부인이 보는 앞에서 잡혀갈 가능성이 없지만, 그래도 1년 4개월 전만 하더라도 대통령이었던 사람에게 '너무 까불었다'고 신문 칼럼에서 혼을 내다니, 역시 김 고문은 대단하다.

그렇다.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를 통해 이광재 의원이 구속되고,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사람이 잡혀가고, 서갑원 의원이 불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선일보를 위시한 수구보수세력들은 '노무현이 대통령 되어서 까불어대더니 고소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보복심리'인데, 김 고문께서는 이에 대해서도 분명한 대답을 하신다.

"보복이라고 해도 좋다. 자를 것은 잘라야 한다. 살아 있는 권력에는 손 못 대고 죽은 권력에나 칼을 댄다고 빈정대도 할 수 없다. 그래도 응징할 것은 응징해야 한다."

물론 김 고문께서 이 글을 쓴 이유는 "'살아 있는' 자들에게 패가망신의 두려움과 명예를 잃는 수치심을 가르쳐줘 언젠가는 우리가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노무현만 탓하기에는 "이대통령의 측근 참모였던 사람들과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이 이미 '박연차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김 고문의 글에서 'MB사람에 대한 경고'보다는 '노무현에 대한 조소와 야유', 그리고 참여정부 5년에 대해 속풀이하려는 심정을 더 강하게 읽었다. 박연차 리스트 같은 호재를 만나면 조선일보는 그럴 수 있고, 김대중 고문도 그럴 수 있다. 당연하다.

김대중 고문님, 속 시원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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